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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Aug 15. 2016

와인 마리아쥬를 탐닉하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 그 궁합을 고민하다.  

와인 모임을 진행하다 보니까, 마리아쥬가 대단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입버릇 처럼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다. 

"마리아쥬가 도대체 뭔데.."

나는 그 뜻이 궁금하여 사전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사전에서는 궁합? 결혼? 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세상에 와인하고 음식이 만난다는 표현을 쓰다니, 결혼을 한다는 표현을 쓰다니 이 얼마나 참신한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우리네 음식을 먹을때도 궁합이 잘 맞는다는 표현을 쓰는 구나. 


와인 마리아쥬라는건 와인과 음식과의 궁합을 뜻한다. 음식이 얼마나 와인과 잘 매칭이 되느냐다. 생선은 화이트, 육류는 레드 라는 공식을 우리는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와인에 따른 음식과의 조화를 말하는 것이다. 


사실 와인의 세계를 알기 전에는 와인과 음식과의 궁합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봤자 술이고 밥인걸, 밥먹으면서 반주 한잔씩 하는거 그게 대단한가? 라는 입장이였는데 그건 나의 착각 나의 큰 오산이였다. 내가 생각했을때 마리아쥬라는건 와인 세계의 절반이다. 그만큼 큰 포션을 차지하고 있다고 난 생각하고 싶다. 그 이유는 와인에 어떤 음식을 셋팅하느냐에 따라 와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게 와인을 마실때에는 와인 하나만 즐기지 않는다. 적어도 비스킷이나 치즈 한조각 정도는 셋팅하고 마시지 않는가? 그러하다. 그것도 마리아쥬다. 궁합이다. 그런데 비스킷이나 치즈가 어울리는 와인이 있고 그렇지 않은 와인이 있다. 무조건 적으로 '와인 = 치즈' 라는 공식이 아닌 것이다. 


6개월 전인가? 내가 좋아하는 벨XX와 샤또 와인과 매칭 시켜서 먹은적이 있었다. 항상 와인은 치즈지!! 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기분좋게 마셨는데 벨XX가 너무 부드러워서 입안을 코팅시켜 버렸다. 그리고는 와인의 맛과 향을 약간? 경감시키는 경험을 하였는데 '아!! 치즈라고 와인과 무조건 적으로 셋팅하는게 아니구나!' 라는걸 느끼게 하였다. 


또 하나 있다. 치즈와 반대되는 경험인데, 구월동에 있는 피자가게에서 와인 정모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같이 마셨던게 피노누아 였는데  진짜 전율을 느꼈다. 피자의 고소함을 피노누아의 부드러움이 감싸안았을때 흐르는 목넘김이 너무 감미로와서 '아!! 진짜 내가 오롯이 와인을 즐기고 있구나!!' 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으니까.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까르베네와 함께과 함께 즐겼던 오꼬노미야끼라던지, 피노와 함께 즐겼던 족발이라던지.. 와인은 그 자체로 훌륭하지만 음식을 더 했을때 그 가치는 엄청나게 상승하였다. 


그렇다. 결국 마리아쥬는 훌륭한 와인을 더 미치도록 좋게 만들어 준다. 궁합이라는거 정말이다. 진짜 잘만 맞추면 와인의 맛을 두배 아니 열배라도 끌어 올리니까. 그래서 그렇게 로마제국 사람들은 점령지에서도 포도나무를 심고 영국은 전쟁 상태에서도 와인을 수입했나보다.  


아래는 마리아주와 관련된 에피소드 몇개....


 형하고 와인 마리아쥬를 논했다.

 한창 맛있는 음식과 와인에 빠져 있던 때였기 때문에 나는 새삼 진지했다. 

"형. 내가 느끼기에는 사람들이 화이트는 생선, 레드는 육류가 잘 어울린다고들 이야기 하잖아. 책에서도 전문가들도 그렇게 말하고.."

"그렇지 그게 일반적인 마리아쥬잖아?"

"근데... 그런 공식은 정말 일차원적인 것같아"

"왜?"

"생각해봐 우리가 마신 와인들... 화이트도 마시고 레드도 마시고 또 스파클링에 포트와인까지..."

"많이도 마셨네~"

"그 와인들.. 와인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음식과 단정 지을수 없거든.. 그래서 그걸 일차원적으로 설명 할 수 없단 말이지.. "

"하지만 그건 공식 같은거잖아."

"맞아. 그러니까 내가 하고싶은 말은 그걸 너무 공식화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야. 물론 인정해.. 와인 역사가 2000년이 넘어. 그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마셔보고 또 음식이랑 먹어보면서 맞는 궁합을 만들어 갔을 꺼야. 그래서 레드 와인은 육류와 같은 일반화를 만들수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 봐, 품종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와인들이 나와. 그리고 만드는 방법에 따라 수도 없는 와인들이 나오고 있어. 그리고 사람 입맛이라는게 다 똑같을 수 없잖아? 서양 사람들하고 동양사람들 하고 또 다를 수 있고. 음.. 내말의 요지는 자신이 직접 그 마리아쥬를 찾아서 느껴 봐야 한다는 거지. " 

"그게 더 어렵겠다. "

형은 입안에 와인을 털어넣으며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나는 세상 진지해졌다. 

"하지만 흥미 진진하지 않아? 자신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최상의 조합을 찾는다는거 말야.. 마치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그런 흥미 진진한 느낌이야."

"그렇기도 하겠네, 음식에 따라 와인의 느낌이 천차만별이니까.."

"내말이 그거거든 똑같은 와인이라도 음식에 따라 와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니까. 이제는 와인을 고를때 어떤 음식이랑 매칭시키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니까? 내가 형들을 우리집에 초대할때 음식을 그냥 준비하는게 아냐. 포도 품종에 그리고 산지에 따른 맛과 그 맛과 어울리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한번쯤은 고민을 해 본다고, 그냥 적당히 소세지를 전자렌지에 돌리는게 아니란 말이지"

"요리사 나셨네~"

형은 크게 관심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이 형은 음식과의 마리아쥬 보다는 와인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하긴 이 형은 음식은 없어도 와인만을 즐길때도 있으니까. 

"난 그게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 와인을 즐기는 포인트 이지"

아무래도 형은 마리아쥬와는 크게 관심이 없는것 같았다. 와인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사람이.. 거 참 신기하네. 역시 사람들은 알수가 없다. 


친구에게 와인과 음식을 추천하다. 

친구가 썸타고 있는 여성분과 와인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진지하게 잘 해보고 싶어서 같이 술 한잔 하자고 했단다. 와인을 마시고 싶은데 잘 몰라 나에게 S.O.S 를 요청 했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자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읇는다고 했던가? 난 기꺼이 도움을 주기로 했다. 친구녀석은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사 마시는 게 아닌 자신의 집에 여성분을 초대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같이 장을 보자고 했단다. 친구가 전화로 나에게 몇가지를 물어 보았다. 

"대게 마트에 가잖아.. 마트에서는 어떤 음식이랑 먹어?"

"마트에서 와인 사고.. 그게 문제더라고 어떤 음식을 같이 사가야 되나.. 나는 대게 핑거 푸드용 음식을 사가. 치즈라던지 아니면 크래커와 믹스앤 매치 시킬 수 있도록. 아니면 스파게티를 사갈때도 있는데 이게 굉장히 쉬워 어렵지 않아서..."

"그래서 성공한 적은 있어?"

"음.. 핑거푸드는 적당히? 만들어도 대개 일정한 맛이 나오기 때문에 실패를 거의 안한다고 보면 되~ 나쁘지 않았어."

"오! 시도해 봐야 겠는데?"

"무엇보다도 요즘 인스턴트로 많이 나오잖아. 그런거 적당히 골라서 사가도 되고, 빵들도 많으니까.. 아니면 피자집도 대형마트에 있으니까 같이 사가도 훌륭하겠다. "

"집에서 먹을때는?"

"피자를 주로 시켜 먹거나... 족발도 괜춘하더라. 떡튀순, 떡뽁이 튀김 순대. 그냥 맥주대신 와인마신다고 생각해 .. 가장 좋은건 이것 저것 먹어 보고 마셔보고 좋으면 또 시키는 거지 뭐~"

"아.. 고민되네 분위기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추천하는건 일단 X 마트에 가서 아포틱 레드를 사. 가격도 비싸지 않아. 이게 적당히 달고 적당히 드라이 해 그래서 와인 초심자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술이거든? 그리고 너희는 지금 썸을 타는 단계니까 뭔가 거하게 먹을 생각을 하지마. 핑거 푸드면 충분해. 오히려 저녁은 푸드코트에서 해결해 버리고 집에서는 와인 한잔 간단히 하는거야. 브뤼 치즈나, 망고 치즈등 델XX 도 훌륭해. 거기에 맟줘 마른 과자를 사. 원래 레스토랑 가면 다 그렇게 나와. 처음부터 너의 모습을 다 보여주려고 하지마. 힘을 빼. 간단하게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거 위주로 셋팅하고 아! 요즘 디지털 LED 초도 있더라. 분위기 내는거 그거 짱이야. 절대로 향초는 사지 말아라. 와인 마실때 와인 향을 죽이니까 마이너스 요소임"

"오오 오키"

"이게 아포틱 레드가 살짝 달아서 오히려 아무 맛도 없는 마른 과자랑 잘 어울리더라구. 치즈하고.. 아마 꽤 괜찮은 마리아쥬를 선사할꺼야"

"땡스!"

"한가지 더..."

"뭔데??"

"일단 아포틱 레드가 어떤 와인인지 캘리포니아 와인에서 어디 지역이고 어떤 맛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라.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가는게 중요하니까"

"오키!! 땡큐"

"반드시 와인잔 하고 오프너는 미리 준비하고"

"알았어 알았어~"

그 친구가 잘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와인이 너무 맛있어서, 음식과도 매치가 너무 잘 되서 굉장히 만족했다는 후문.. 아 뿌듯하다 뿌듯해!!


맥주안주와 와인을 매칭 시키다. 

다시 우리 세남자's 와인 모임.. 와인을 마시기 전에 전에 친구와 함께 와인을 마셨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방금나왔던 썸타던친구가 집에까지 놀러왔다) 마트에서 튀김 음식을 사와 집에서 와인과 함께 마셨다는 이야기 였다. 

"맥주안주에 와인을 매칭시켰다고?"

형은 왜 그랬냐는 듯이 물어 보았다. 

"응, 사실 맥주를 마실까 해서 맥주안주를 산건데 친구들이 와인 셀러를 보더니 와인을 마시자고 하더라고. 가장 비싼거 내오라고 하고 난리도 아니였어. 그런데.. 이게 맥주안주하고는 좀 매칭이 안되는 것 같아"

"안주로 뭘 샀는데?"

"통닭하고 각종 튀김류 하고 감자칩하고 땅콩하고.."

"진짜 맥주를 제대로 마시려고 했나본데?"

"응! 이게 뭐 안주가 안주지 차이가 있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기름기 있는 음식이다 보니까 와인이랑 좀 잘 안어울리더라고.."

"요컨데 튀김 음식이랑 와인은 잘 안어울린다는 건가?"

"아니지, 그렇게 단언하기는 하지만 튀김음식 일색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거지. 역시 술에는 맞는 음식이 있는것 같다. 비오는날 빈대떡은 막걸리랑, 통닭은 맥주랑, 와인이랑은 피자랑.. "

"예전에 너 마리아쥬 어떠고 이야기 하지 않았냐? 구분하지 말라는?"

"허허, 자신만의 마리아쥬를 찾으라는 이야기 였지 구분하지 말라는 뜻은 아녔어~그리고 이건 차원이 다른문제이잖아."

"나는 거기서 거기 같은데 말이다"

형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또 와인와 마리아쥬에 대해 이야기 했다. 와인을 더 맛있게 즐기려다 보니까 정말 끝이 없는것 같다. 와인은 정말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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