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나의 와인 / 와인 & 라이프
"처음으로 미치도록 좋아진 와인이 있어?"
내친구 정우가 물어 보았다.
"나? 아포틱 레드. 깔끔하고 농익고 무엇보다 진지하게 블랜딩 되었다는 느낌일까? 뭔가 꽉~ 찬 느낌이야"
"맛있냐?"
"맛있지.. 캘리포니아 와인인데 그곳 기후가 일정해서 와인 품질도 일정해. 마치 소주 먹는 느낌이야? 항상 그 맛을 보장한다고 보면 되지."
"오호 맛보고 싶은데?"
"응! 이거 내가 와인 초창기때 좋아하던 술인데 내 인생와인으로 삼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추천하는 술이야. "
"그 정도로 좋아?"
"응! 가격대도 15~16000대라서(대형마트기준) 그리 나쁜편이 아니고 편하고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수 있어서 최고야"
"정말? 한번 마셔봐야 겠다"
난 이렇게 또 내인생 와인을 전도 했다. 좋은것을 나눈다는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나에게 인생와인이란 그런것 같다.. 내 입에 맞고 부담이 없고 그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아쉬움이 없는 그런 와인. 처음에는 하나밖에 몰랐던 인생와인이 하나 둘씩 늘어가며 인생에 와인이 너무 많은게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 나는 캘리포니아 와인을 사랑한다. 정확히는 나파벨리 소노마 벨리에서 나오는 피노누아 품종의 와인을 사랑한다. 처음에는 그냥 내 입에 맞았다. 와인을 점점 알아가면서 왜 그걸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내 입맛에는 관심이 없으시겠지만 뭐 일단은 내 와인 일기장이니까..
일. 일단 품질이 균등하다.
구대륙 와인1) 은 같은 와인이라도 작황에 따라 빈티지 에 따라 맛이 다르다. 어느정도 비슷하게 하려고 블랜딩 하겠지만 (보관상태도 문제가 있겠지만..) 그런데 뭐랄까. 신대륙3) 와인들은 품질이 균일해서 좋다. 아무래도 기후가 일정해서 그런듯 하다. 뭐랄까, 매우 유명한 맛집의 순대 국밥은 항상 일정한 맛을 내서 그 맛때문에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어느 빈티지의 와인을 사도 항상 균일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 맛을 느끼기 위해 찾게 된다.
이. '격'을 추구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와인은.. 와인의 역사가 길지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새로운 시도를 한다, 조금은 더 영한(젊은) 느낌? 을 받는다. 구세대 와인이 정장이라면 신세대 와인은 영캐주얼 옷이다. 코르크를 쓰지 않는 와인도 있고 새로운 시도로 블랜딩을 한다. 그리고 새로운 주조 공법으로 와인도 만들어서 병채 마셔도 부담이 없다. 와인'님' 을 영접하는게 아니라 와인'친구' 를 만나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좋다.
셋. 난 타닌감이 없는 와인 부드러운 와인을 좋아한다.
아마 품종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캘리포니아 피노누아는 오픈하고 바로 마시기에 최적화 되어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더 좋은 것 같다. (이 점은 호불호가 갈린다, 타닌감이 있는 와인들은 오픈하고 천천히 산화 시켜가면서 그 부드러운 풍미를 느끼는 것도 매력이다.)
이런 이유로 난 캘리포니아 와인을 사랑한다. 물론 모든 캘리포니아 와인이 다 이렇지는 않다. 하지만 굳이 지역을 꼽자면 난 캘리포니아파다. 피노누아파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사이드웨이' 의 영화 주인공처럼 와인을 병나발을 불며 캘리포니아의 와인산지를 돌아 다니고 싶다. 물론 캠핑카를 타고 말이다. 와인 마시고 차에서 자면 되니까. '내 인생와인을 산지에서 먹는다?' 내인생의 목표고 꿈이다.
1) 구대륙 와인 :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등 전통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와인 산지의 와인
2) 빈티지 : 생산 년도
3) 신대륙 : 칠레, 뉴질랜드, 미국 등 와인역사가 비교적 짧은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