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봄 Jul 17. 2016

마드리드에서 인생 와인을 만나다.

그녀석의 와인. 

2014년 8월의 스페인은 더웠다. 스페인이 그렇게 더운 나라인줄은 미처 몰랐다. 정열의 나라라고 하지만 이건 정열을 넘어서 작열하는 수준이다. 


스페인은 그랬다.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한 나의 여정이 마드리드에서 끝나는 순간이였다. 여행의 마지막날 난 마드리드의 유스호스텔에서 그렇게 이번 여행을 정리하고 있었다. 


8인실에는 오로지 나혼자 밖에 없었고 오랜 여행에 지쳤기 때문에 난 잠시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녀석이 나타난 것은. 나의 고요한 적막을 깬 그녀석이 나타난 것이다. 


그녀석은 꽤나 어수선했다. 들어오자마자 나를 보고 친구라고 하질 않나. 묵직한 가방을 아무렇게나 책상위에 던져놓질 않나. 그런데 이상했다. 그 녀석이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던 가방은 특유의 묵직한 소리가 아닌 '쨍그렁, 쩔그렁' 하며 유리병들이 부딛히는 소리가 나는게 아닌가? 


그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가방을 '부우욱' 하며 열었다. 의도한 건 아니였지만 자연스레 그 가방에 눈길이 갔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 가방안에 온통 와인으로 가득차 있었다는 것이였다. 그러더니 그녀석은 나를 보고 '씨익' 웃으면서 와인 한병을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뽕~' 


그녀석은 코르크 마게를 가볍게 땃다. 아무래도 마시다가 잠시 코르크로 막아 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와인잔도 없이 입으로 벌컥 벌컥 와인을 들이켜 대는게 아닌가?. 

'웃긴놈이네..와인을 뭘 물 마시듯이 마셔? 그것도 잔도 없이;;' 라고 난 생각했다. 

아니 내가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와인은 와인잔에 마셔야 한다라는 사실을.. 


그러다 재수없게도 그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더니 그녀석 나에게 뚜벅 뚜벅 다가와 말을 걸었다. 

"헤이~"

"응?! 왜?"

"너도 한잔 해봐~"

헉... 입을 대고 마시던걸 나에게 그냥 넘긴다. 싫다고 할 세도 없이 와인병은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별로 다른 사람이 입대던걸 좋아하지 않아서 너무나도 싫었지만 그것만큼 거절을 못하는 성격 (이라 쓰고 소심하다라고 읽는다) 이라 마지못해 마시는 척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뿔사. 와인병에 담겨져 있다보니까 쏟아지듯 한꺼번에 내 목으로 들이쳐 댓다. 

'?!'

난 어쩔수 없이 (호스텔 바닥이 너무 깨끗했기 때문에)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런데... 헉!! 세상에 만상에 이 와인 맛있었다. 뭐랄까 타닌감은 없는데 매우 부드럽고 우유를 마시는 그런느낌이랄까? 진한 초코렛 향이 온 입안을 가득 매웠다. 그친구는 나의 표정을 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맛있지? 이거 비싼 와인이야. 나 와인 을 X 라 좋아하거든. 이 와인은 스페인에서 만난 보물이야. 그래서 몇병더 샀지."

"오! 이거 정말 맛있어"

나는 그 친구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모금을 더 마셨다. 너무 인상깊었다. 그러더니 그 친구 다시 내가 마시던 와인병을 낚아 챘다. 

"난 이제 나가 봐야해. 클럽에 가야 하거든. 좋은 밤 되라고"

들어왔던 것처럼 급하게 그녀석은 나갔다. 그때는 그저 와인이 맛있었다! 라는 생각만했지 미처 그 와인을 다시 사 마셔야지! 라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그 와인은 내 인생와인으로만 기억하고 있을 수밖에. 


일이 힘들때면 그때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생각해 보곤 한다. 나를 놀래켰던 내 인생의 와인. 다시한번 맛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