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봄 Sep 04. 2016

와인대참사

종류별로 와인을 12병을 사 버리다. 그리고 장렬히 전사하다.

평소에 와인을 따면 딱 1/3정도만 마시는 편이다. 더 많이 마시지도 못할 뿐더러 내가 즐길 수 있는 딱 정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삼총사는 와인을 마실때면 항상 '한'병만 따서 씨름을 하곤 했다. 


두번째 정모를 할 때였다. 와인 모임 초창기 였기 때문에 아직 모임에 대한 감을 잘 못잡고 있을 때였다. 금번 정모 주제는 '비교 테이스팅' 이였는데 다양한 와인을 맛보면서 그 맛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보는 자리였다.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총12명의 정모에 나오신다고 신청을 했고 난 다양한 와인을 맛보고 싶은 나머지 각기 다른 스타일의 와인을 12병이나 사 버렸다. 난 이 사태를 '와인대참사'라 부르며 두고두고 회자하곤 한다. 


왜 '와인대참사'냐고? 그 이유는 내가 너무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사 버렸다는 것이다. '아니,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사면 이런저런 경험도 하고 좋지 않냐?'고 반문 할 수도 있다. 사실 나도 그런 순수한 생각이였으니까. 그동안 매번 한병씩만 와인을 마시던 현실을 탈피하여, 보다 다양한 와인을 접하고 또 비교해 보면서 그 차이를 느끼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갈망해 왔었으니까. 정모라는 핑계를 삼아 이번 기회를 통하여 그 한을 마음것 풀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사실을 와인을 마시면서 알게 되었다.


정모를 진행하며 설명을 곁들였다. 비교 테이스팅을 하는 취지, 그리고 와인의 가지는 성향, 이 와인은 어떤와인인지 또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등등. 내가 의도한 것은 천천히 와인을 음미해 가며 각 와인이 가직 특성을 비교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찾는 것이였다. 그런데 세상에! 내가 생각한 것 이외로 왜 이리들 와인을 쭉쭉 잘 들 들이키시는지 (와인이 가지는 마력이 이렇게나 무섭다) 그렇게 빠르게 와인을 마시다 보니 다들 와인에 취해 버려서 와인을 비교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반쯤은 취해 계셨다. 결국은 와인을 통한 알콜 섭취로 변질 되고 만 것이다. (이러면 소주랑 다를게 뭐가 있어?! 라는 생각을 0.3초정도 해보았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12병 모두 독특한 맛과 색을 가지고 있어 너무 맛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6병째 정도에 이르러서 였다. 너무 다양한 와인을 준비해서 6병째정도 와인을 마셨을 때 그 전에 마셨던 와인의 맛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우리는 시음을 하는게 아니였고 와인을 그대로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취해서 와인을 비교한다는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와인을 마시면서, "어!! 맛있네요." "어!! 괜찮네요!!" "어!! 이건 좀 별로군요~" 라는 원초적인 단계로밖에 접근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중 가장먼저 취해서 제일 먼저 집에 간 기억이 난다. 


이 '와인대참사' 이후에는 이렇게 너무 다양한 와인이 주는 폐혜를? 방지하기 위해 와인 모임에 참석하는 인원수하고 와인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 모임을 운영해 보면서 '6명' '4병'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다. 솔직히 내가 모임을 통해 와인을 팔려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인원은 나에게도 부담이다. 이 정도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또 집중도 하기 용이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와인의 수도 많지 않아 그날 마셨던 와인에 대해 기억하기도 어렵지 않은 편이다.  항상은 아니지만 저 인원수와 와인병수는 맞추고자 한다. 


그러고 보니 와인 모임을 운영하면서 모임의 참여 인원수와 와인 준비 수량에 대해 항상 고민을 하곤 한다. 대게 준비하는 와인의 수는 = 사람수 * 0.8 정도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 와인의 수도 부족해서 와인을 더 사러 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세상에, 혼자 마시면 1/3 bottle 의 와인도 힘든데 뭉치면 이렇게들 강해지니 항상 와인을 준비할 때면 한병을 더 사야할지, 덜 사야 할지 고민하게된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있다. 몇병을 사던 다 마신다는 거. 그래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나? 


와인대참사는 나에게 여러 교훈을 주었다. 너무 다양한 와인은 비교하기 어렵다는 사실, 또 와인은 몇병을 준비하든 다 마실수 있다는? 그런 사실들을 말이다. 이런 하나하나의 경험이 모여 다음 정모를 기획할 때 도움을 준다. 자, 그럼 다음 정모는 어떻게 준비해 볼까? 


매거진의 이전글 와인동호회에 가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