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

드디어 도둑질을 했다.

by WineofMuse

누구나 살면서 실수는 한다.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거나

아주 뻔한 거짓말을 대놓고 하기도 한다.

아들이 드디어 동네 커피숍에서 젤리를 훔쳤다.

주머니에 자신도 모르는 젤리가 들어갔다.

젤리는 어디서 나타났을까.


엄마가 옆에 있는데도 슬그머니 자기 주머니에 넣고는 모르는 일이라고 딱잡아땟다.

주인아주머니가 봤다는데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며 젤리가 왜 자기 주머니에 있는지

일관되게 모르쇠였다.

엄마가 다시 젤리를 돌려드리고 죄송하다 하고 가게를 나섰다.


문자로 조심스레 상황을 전달받았다.

고심 끝에 따로 불러 앞에 세웠다.

이러저러한 상황에 대한 브리핑이 이어졌다.

아들아 아빠 눈을 보고 이야기해줘.


"훔쳤어 안 훔쳤어?"

"안 훔쳤어"


"다시 물어볼게 훔쳤어 안 훔쳤어?"

"안 훔쳤어"


"아빠 눈 똑바로 보고 이야기해봐 훔쳤어 안 훔쳤어?"

"안 훔쳤어"


삼진 아웃이지만 부모 자식 간에 그런 게 어디 있겠는가.

타석은 많이 남았다.

아빠는 흔들릴 일이 없다.

누구나 겪는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아들이 이제 더 이상 거짓말하면 손잡고 경찰서 갈 거야."

"훔쳤어 안 훔쳤어?"


그제야 울그락 불그락 벌게진 얼굴로 서럽게 울음을 터트린다.


"우아아아앙"


한참을 상황을 설명해주고 따라나서라 했다.

커피숍 사장님께 직접 사과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펑펑 울며 소리 내어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용기 내줘서 고맙다며 커피숍 여사장님께서 꼭 안아주셨다.


"다음부터는 그러면 안돼~"


나 역시 두 번 세 번 죄송하다고 거듭 말씀드리고 가게를 나섰다.


마음이 안 좋다.

가게에서 슬쩍 주머니에 넣은 젤리 한 봉지이다.

아들은 아토피 때문에 1년 내내 젤리와 밀가루 류를 못 먹고 있다.

각종 인공 화합물이 함유된 젤리류를 먹으면 아토피가 극심해진다.

한 번도 뭐 사달라는 이야기도 없이 잘만 버티던 아들이 눈앞의 젤리에 그만 이성을 놓아버렸나 보다.

주머니에 슬쩍 넣는 그 마음이 어떨지 감이 오는지라 안쓰러움이 더 컸다.


그간의 사정을 알고는 있다만 괘씸한 마음이 샘솟는 것 또한 어쩔 도리는 없었다.


엄마에 이어 아빠에게 두 눈 똑바로 보고 거짓말을 했다는 점이 속상했다.

다그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심하게 혼낸다고 다음을 기약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아빠 무릎에 기대어 통곡하는 아들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그도 모자라 무릎에 다시 안아 올려 한참을 엉덩일 토닥였다.


아빠로서 잘 대처했는지 어떤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아빠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잘 모르는 일 투성이다.


우리 사는 사회에서는 응당 나쁜 행위에는 대부분 적절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도둑질이나 거짓말 등이 점점 커져서 성인이 되고도 버릇이 안 고쳐지면 범죄로 이어질 것이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는 건 정말이지 시간문제 아니던가.


나부터 돌아본다.

과연 정직하게 살고 있는가.

사회의 지탄을 안 받을 만큼 청렴하고 깨끗하게 살고 있는가?

지금도 훔쳐서는 안 될걸 훔친 상황이면서 행복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속으로 그저 슬며시 웃고 말았다.

누가 누굴 가르친단 말인가.


부모 노릇은 여러모로 생소하다.

정답도 없고 오롯이 사랑으로만 모든 것을 감싸는 것 또한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뜬 구름에 허우적댈라.


몽글몽글 그 달콤한 젤리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아빠도 젤리의 맛은 몰라도 그리움의 맛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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