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려고.
소설.
용기를 내어 한 덤덤한 고백에 아내는 놀란 기색도 없이 말했다.
해봐. 당신이 지금껏 해온 게 있는데 내가 더 벌면 되지.
야간조로 가면 되지.
무덤덤한 표정의 아내는 조금은 할 테면 해보라는 톤으로 말했지만 사실 그대로 진심이었다.
살 집이 있고 아내도 있고 아들 딸 있으니 이제 되었다 싶은 마음이 들 때
글을 쓰겠노라는 고백은 스스로에게도 납득이 어려운 결정이었다.
놀랄 일도 아니고 감동적인 상황도 아니다.
아내와 나 사이에 더 이상 놀랄 일도 없을 만큼 긴 세월을 함께 보내었고 감동을 받아 눈물을 찔끔거리기에는 메마른 상황이기도 했다.
걱정은 하나였다.
현재의 상황이 상당히 행복하고 평온하다는 것.
배고프고 험난 했던 과거를 토대로 글을 쓸 작심을 여러 해 하고 있으나 번번이 무드가 잡히지 않는 이유는 하나이다. 뭔가 흥이 나질 않는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데 그게 흥은 아니라 가난하고 우울하고 고통스러울 때의 처절한 감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각한 분위기에 심취해 한창 타자기를 두드리고 있으면 첫째 아이가 들어온다.
나는 여지없이 뛰어나가 안아주고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물어본다. 머리 냄새를 맡고 손등을 살피고 씻어야 할지 잠옷으로 갈아입고 손발만 씻어도 될지를 가늠해 본다. 간단한 간식을 챙기고 빨랫감을 확인한다.
어서 씻고 빨래할 것 가져와.
팔다리 제대로 빼고 양말 뒤집지 말고.
오늘 저녁은 뭐예요?
된장찌개에 치킨 너겟.
예에!
어지간해서는 실망하는 법 없이 맛있다고 해주는 아이가 고맙다.
다시 자리를 잡고 모니터를 들여다볼라치면 둘째가 들어온다.
같은 과정을 거치고 밥솥을 확인해 보고 너겟을 꺼내 놓는다.
식사 시간이 임박해 갓 튀겨내야 뜨겁고 야무진 치킨 맛이 나기 때문이다.
늘 이런 식의 삼천포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