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2 혜정과 햄버거왕

by WineofMuse

b02호

어느날 혜정은 어플로 햄버거를 배달시켰다.

햄버거왕이 만드는 햄버거였다.

콜라는 1.5리터가 집 냉장고와 현관에 가득 쌓여 있으니 햄버거 단품으로 2개와 후렌치후라이 큰 거 하나를 주문했다.

정확히 45분 만에 집 앞의 벨이 울렸다.

검은 헬멧에 검은 옷을 입은 배달기사님이 햄버거 봉투를 혜정의 손에 쥐어 주고 후다닥 뛰어 나갔다.

"뭐야 뭐 저리 급해..."

혹시라도 지하에서 나는 냄새 때문인가?

앞집의 폐지 때문에 냄새도 나고 벌레도 많았지만 혜정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혜정의 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햄버거가 온 봉투를 컴퓨터 테이블에 올려두고 시원한 콜라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봉투를 열어서 후렌치후라이를 펼쳐두고 햄버거를 하나씩 먹으며 열심히 총을 쏠 계획이었다.

봉투를 열었는데 후렌치후라이가 없었다.

봉투안에는 튀겨진 튀김 한줄기가 딱 1개 떨어져있고 혜정의 후렌치후라이는 누락이 되어 있었다.

당장 햄버거 왕에게 전화를 걸었다.

"후렌치후라이가 안왔어요 언니."

"네 확인 해보겠습니다. 고객님."

"저희 매장에서는 분명히 보냈는데요, 고객님"

"확인 한번 더 부탁드립니다."

"없어요. 안 왔다구요. 후렌치후라이."

신경질이 나려던 혜정은 한두가지 의심이 들긴 했다.

"CCTV있으시면 돌려서 포장하는 거 보시고 확인 좀 해보세요. 맹세코 안왔어요.."

맹세에 엄마를 걸고 싶었지만 걸 엄마가 없다.

"네 잠시만요. 확인하고 연락 다시 드리겠습니다.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매니저는 급한 일이 끝나고 CCTV를 확인했다.

사실은 이러했다.

- 직원이 햄버거 두 개와 후렌치 후라이를 분명히 넣었다.

앞선 다른 배달건을 확인하는 다른 직원이 ‘누락된’ 후렌치후라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 직원은 급하게 자신의 봉투에 있는 후렌치후라이를 빼서 앞선 주문봉투에 넣었다.

“그거부터 보내.”

앞선 물건을 안전하게 보냈다.

“다시 후렌치후라이 담아서 여기 넣어 OK?“

"넵“

후임의 알겠다는 대답을 듣고 계산하는 손님을 응대했다.

그렇게 둘은 후렌치후라이를 까먹고 말았다.

하지만 매니저는 후렌치후라이를 넣는 장면까지만 보고 확신을 가지고 혜정에게 전화를 했던것이었다.

가장 밑바닥에서 최저시급을 받으며 가장 처절하게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 오해하고 물어 뜯을 절호의 상황이 벌어졌다.

갑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갑질이 탄생될 상황이 전개되었다.

혜정은 어쩔 수 없이 기다리기로 했다.

햄버거를 먹으며 분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전화가 오면 다시 한 번 내용을 정리해서 화를 내겠지만 이왕 다시 보내는 거라면 후렌치후라이를 하나 더 보내라고 할 심산이었다.

물론 계산은 할거였지만.

"띠리리리 리링"

"네 말씀하세요."

"네 저희가 CCTV 확인해 보니 저희가 포장을 제대로 한게 맞는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고객님."

"그럼 그 감튀가 어디로 갔나요?

어찌되었건 자신의 후렌치후라이가 없어진 혜정은 분노가 점점 올라오고 있었다.

감튀라고 이야기 해버린 순간 어느 정도 뚜껑이 열린 상황이었다.

혜정은 배달 기사가 의심스러웠다.

"이거 혹시 배달 기사가 빼 먹은거 아닐까요?"

"네.. 그건 저희가 어떻게 확인해 드릴 수 있는게 아니라서요."

"배달 기사님 전화번호 좀 주세요."

"네 잠시만요."

혜정은 배달 기사에게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미 말투는 배달기사를 범인으로 확정지은 말투였다.

"기사님 여기 백조빌라 B02혼대요. 제 감자튀김 혹시 못보셧어요?"

"매장에서는 넣었다고 CCTV 까지 확인 했다는 데요."

바빠 죽을것 같은 피크 타임에 걸려온 이런 류의 전화는 수미의 마음에 뭔가 모를 화염의 불씨를 던져 놓았다.

"지금 제가 감자튀김 빼먹었다고 전화하시는 거에요?"

"제가 언제 기사님이 빼먹었냐고 이야기 했어요? 못봤냐고 물어봤죠?"

"그게 그말이죠. 감자튀김 못봤냐는게 저더러 빼먹은거 아니라면 뭔데요?"

"제가 언제 그렇게 이야기 했어요? 못 봤냐고 물어봤죠?"

돌림표 같은 통화 내용이 될게 뻔했다.

수미는 이런 상황에 자신이 의심을 받는 것도 싫었고 자신이 사는 빌라 지하에 사는 여자와 이런 통화를 하는게 너무나도 짜증스러웠다.

"제가 안 빼먹었다고요. 아아아앗 씨발!!!"

다른 배달건도 많아서 이리저리 오토바이를 몰며 주행하던 수미는 그만 경미한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동시에 욕이 터져나온것이다.

“아 미친.. 끊어 썅년아!! 이씨”

“...뚜뚜..”

“뭐 싸아아앙녀어언????”

혜정은 수미가 갑자기 던진 욕에 당황스러웠고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전화를 수차례 걸었지만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라는 안내 멘트만 나왔다.

오토바이 바퀴에 아주 살짝 콩! 부딪힌 대형 승합차에서는 7명 정도의 아저씨들이 뒷목을 잡고 우르르 나왔다.

당황한 수미가 헬멧을 벗고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치켜든 고개로 긴 머리카락이 휘날리자 다들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배달 기사가 여자라는 것도 놀라웠지만 수미의 검은 슈트를 입은 육감적인 몸매가 아저씨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탓도 있었다.

한 남자가 승합차 운전자에게 한소릴 했다.

“야 운짱아 운전 제대로 안하냐?”

“어디 다치신곳은 없으세요?”

“네 저는 괜찮습니다.”

“혹시 불편하신데가 있으시면 보험 처리 해드릴게요.”

“아유 아닙니다. 뭘 이런걸로 누가 다치기나 하나요.”

“네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주의 하겠습니다. 바빠서 저는 그럼 이만 가봐도 될까요.”

“네 저희가 더 죄송하고 아.. 조심은 저희가 더 할게요.”

“네네 들어가세요.”

일동

“살펴들어가세요~”

너스레를 떠는 아저씨들은 단체로 2열 종대로 늘어서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수미에게

손을 흔들었다.

기괴한 광경이었다.

도로를 막고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손을 흔들며 오토바이를 보내는 장면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만 했다.

손을 흔들며 가는 수미는 생각했다.

“참 이동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손을 흔들어 대는거야.”

어쨌든 사고를 빠르게 수습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수미는 당장 백조빌라로 쳐들어왔다.

"띵동 띵동"

벨이 신경질스러운 소리를 내며 눌러졌다.

"저 배달기산데요 잠시 나와봐요."

"... ..."

혜정과 수미는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마주섯다.

수미는 이 상황이 너무나 익숙했다.

대학생활 내내 이런 여자와의 드잡이는 이골이 난 편이었고 결국 총여학생회 학생회장을 지내며 멘탈은 강철 멘탈로 거듭난 터였다.

까만 혜정이 바락 대드는 게 귀엽기까지 했다.

"저 이 빌라 2층 살아요."

"전 지하 1층 살아요 왜요? 감튀 내놓으세요."

"하아 그 씨발 감튀 내가 안 빼먹었다고요!"

"욕은 왜하는데요? 나는 뭐 욕 못해? 씨발"

"뭐?"

수미가 먼저 귀싸대기를 한 대 갈겼다.

(수미 입장에선 선빵 필승이지 요년아. 라는 마음이었으나 혜정도 싸움이라면 익숙했다.)

혜정은 주먹으로 수미의 얼굴을 쳤다.

둘은 서로의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이거 안놔!

니가 놔! 아아악!!!

시끄러운 소리에 온 빌라의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우르르 다들 내려왔다.

101호 경숙은 이미 112에 전화를 걸어 신고를 했다.

홍할머니도 나와서 열심히 말려보려 했지만 덩치 큰 젊은 여자 둘을 떼어낼 힘이 없었다.

둘은 경찰넷이 겨우 달라붙고 나서야 겨우 서로 떨어질 수 있었다.

“너 고소 !!! 이년아!”

“넌 안될거 같아? 너도 고소다 이년아!!”

맞고소를 하겠다며 난리였다.

조서를 꾸미러 간 경찰서에서도 서로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고소하면 쌍방 폭행으로 벌금도 많이 나오고 재판도 받아야 했다.

상당히 무거운 벌금과 한두번의 법원 출석이 있을 수도 있을 일이었다.

하지만 둘의 자존심은 이미 극에 달했고 서로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둘은 서로를 향해 고소장을 쓰고야 말았다.

홍할머니는 하나씩 만나며 중재를 시도해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담배를 빡빡 피우며 창밖을 향해 연기를 뿜는 혜정.

그런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수미.

창을 탁 닫는 혜정.

침을 창쪽으로 탁 뱉는 수미.

둘다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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