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아이들은 처형과 리조트 놀이방에 있다.
"응.. 그럴 거야. 운이었지 뭐."
나지막이 인지가 읊조렸다.
"저번에는 재밌었는데."
***
처음 카지노를 방문했을 때는 오늘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거는 족족 행운이 따랐다.
주사위 게임, 빅휠, 빠찡코 같이 당기는 게임, 룰렛 새가슴이라 큰 금액을 걸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
가영의 촉이 특히나 좋았다.
아무 데나 거는데도 2배 5배가 펑펑 터지곤 했다.
딱 10만 원씩만 가지고 잃으면 돌아서자 했지만 어느새 둘의 자금은 90여만 원이 되어 있었다.
여행 경비가 어느 정도 뽑혔다.
시간이 허락했으면 카지노 기둥뿌리라도 뽑을 심산이었지만 아이들 때문에라도 돌아서야 했다.
하이랜드는 매년 겨울이면 아이들 눈썰매를 태워줄 요량으로 들르곤 했다.
젊을 때야 스노 보드며 스키며 즐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체력이 달렸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서 앞가림까지는 아니더라도 둘이서 제법 시간을 보낼 수는 있는 나이가 되었다.
부부는 두시간 정도는 카지노에 들를 시간이 되었다.
소소하게 게임을 즐겼지만 첫 방문의 좋은 기억 때문인지 베팅 금액이 다소 과감해졌다.
각자 20만 원씩을 원전으로 삼아 게임에 돌입했다.
두 시간 가까이 카지노와 씨름을 하며 주거니 받거니 했지만 수중의 칩은 별반 다를 게 없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지는 지루한 공방에 마침표를 찍고 싶어졌다.
"가영님 이거 한 번에 털고 갑시다."
"어떻게?"
"룰렛으로 할까?"
합쳐보니 약 50만 원의 칩이 수중에 있었다.
둘은 25만 원씩을 나누어 블랙 컬러에 베팅했다.
숫자 2가 블랙이다.
"노 모어 벳"
딜러가 손을 테이블 위로 휘저었다.
더 이상 베팅을 하지 말아야 한다.
볼이 룰렛판을 경쾌하게 굴렀다.
힘을 잃어가던 볼은 2에 안착하는 듯했다.
'팅...팅...'
"제발 2!!"
숫자 2의 바로 옆 초록색 '0'에 볼이 들어갔다.
"아아아..."
아쉬움에 둘은 탄식을 내질렀다.
두 시간 동안 공들여 쌓아 온 칩이 한순간에 카지노의 돈통으로 빨려 들어갔다.
인지는 미안했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가영이 그냥 이 정도에서 그만두고 가자고 할 때 말을 들었어야 했다.
그럼 단돈 10만 원이라도 버는 것이었다.
2시간에 1인당 5만 원은 버는 셈이니 시급으로 따져도 나쁠게 아니었다.
하지만 카지노 안에서는 10만 원짜리가 노란색 칩 1개였다.
카지노는 칩을 통해 현실세계의 금전 감각을 무너뜨리는 전략을 쓴다.
현금에 둔감해지는 손님들은 자신이 쓰는 게 현금인지 칩인지 구분을 하지 못하고 베팅을 한다.
아까웠다.
눈앞의 그 10만 원이 아까웠다.
복수심이 올라왔다.
"가영아.. 나 비상금 한 번만 쓸게."
"갑자기 여기서?"
"비상금은 또 언제 모았데?"
가영도 내심 싫지 않은 분위기다.
돈 잃고 기분이 좋을 리도 없거니와 남편의 비상금이라니?
약간은 짜증스러웠지만 한번 더 베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한 번에 만회하고 딱 100만 원만 벌어가자."
인지는 냉큼 100만 원을 출금해왔다.
의기양양하게 딜러 앞으로 현금을 밀어 넣었다.
"10개요."
노란색 칩 10개가 손안에 들어왔다.
인지와 가영이 3개씩 베팅하고 뒤에 이모님과 사장님께 2개씩 베팅을 부탁했다.
소위 뒷전 베팅이었다.
카지노에서는 금지된 행위이긴 하지만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다.
암암리에 다들 그렇게 베팅을 하곤 했다.
"노 모어 벳"
딜러의 손에서 구슬이 떠났다.
인지와 가영은 또 블랙에 걸었다.
숫자 2에 100만 원을 태운 것이다.
"이.. 이럴 수가..."
또 제로 '0'이었다.
녹색... 판돈이 전부 카지노의 뱃속으로 흘러들어 갔다.
둘은 이성을 잃었다.
둘은 서로 먼저랄 것도 없이 현금인출기로 달려갔다.
이럴 때는 죽이 참 잘 맞는다.
비상금은 얼마인지 묻지 않았다.
"당연히 GO 지."
익숙한 기시감이라 해야 하나. 데자뷔 같은 상황이 흘렀다.
불과 5분 전에도 이랬다.
둘은 다시 블랙에 칩 10개를 걸었다.
구슬은 딜러의 손을 떠났다.
"미친..."
둘은 여행경비를 채워볼 요량이었으나 순식간에 다 털리고 말았다
두 번 베팅했고 200만 원이 날아갔다.
정신이 맑아지나 싶었지만 쨍한 추위 탓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
아이들은 하루 종일 지친 눈썰매로 이미 잠에 빠져들었다.
"이런 날은 한 캔으론 안되지."
"그렇지 그렇지."
"아... 2 그놈에 숫자 2만 아니었어도!!"
"그게 뭐 숫자 탓이겠어? 우리가 무리했지. 크큭"
가영은 인지의 비상금에 대해 캐묻지 않았다.
어차피 그 돈이 그 돈이니까.
오늘따라 2와 연관된 것들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들이 부여되었다.
유독 2와 인지는 연관이 많아 보였다.
가영도 차녀이다.
인생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 예전 직장의 사수도 차남이었다.
인지는 쌍가마에 제비추리라 어릴 적부터 여자가 둘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어디 가서 사주를 봐도 마찬가지였다.
인생에 여자가 둘이 들어와 있다는 사주가 항상 따라다녔다.
의아했다.
여자 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딸이 둘이라는 의미였을까?
첫째는 아들이었다.
그리고 딸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여자는 아니지 않나? 딸이지.
어쨌든 아직은 열린 결말이네.
가영도 지겹게 들어온 이야기였다.
인지는 장난기 가득한 어조로 매번 협박처럼 마치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듯 이야기하곤 했다.
"다른 여자 데려와도 놀라지 말어."
"미친놈아!"
투닥대며 인지의 등을 한대치곤 말았었다.
"그래서 데려오게?"
"데려오기만 해봐. 아주 잘해드릴게."
"그래 그 약속 지켜."
"반어법 몰라요? 반어법? 네?"
아무튼 이상한 날이다.
2...
사주가 있기는 할까?
운명이란게 있을까?
만약 있다면 뭐하러 다들 이렇게 아둥바둥 사는가 모를일이다.
"점쟁이들은 무병장수할텐데."
"뭐 믿을만 해야 믿지..."
운명이 있긴 한걸까?
믿도 끝도 없는 이야기들로 시간을 채웠더니 이내 피곤이 밀려왔다.
두서없이 인지가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두 번 어떨까?"
"터졌어."
인지는 또 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