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

(웹소설)

by WineofMuse

남편과 미정 언니가 여행을 간다고 했다.

가영은 그러라 했다.

이러고 후회하지 않을까?

100% 마음 졸이고 후회할 것이 뻔했다.

하지만 49.9 대 50.1 정도로 보내 주는 쪽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임... 까지 생각해줘야 하나?

어우...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한동안 밥맛도 없을 것 같다.

남편 얼굴을 앞으로 어떻게 보지?


남편을 뒤에서 안았다.

가지 말라고 붙잡을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다.

걱정 말라며 남편은 집을 나섰다.


그대로 두고 볼 가영이 아니었다.

가영은 갑작스러운 미행을 계획했다.

선글라스와 점퍼를 두르고 집을 나섰다.

여행지는 양양이었다.

남편이 주고받은 카톡 내용을 통해 숙소가 어디인지 파악해두었다.


미정 언니는 형부에게 어떤 거짓말을 했을까?

양양에 도착한 가영은 택시를 타고 둘의 숙소로 향했다.

미정의 차와 인지의 차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형부?"


형부와 아이도 있었다.

가영은 어이가 없었다.

남의 가족 여행에 인지가 혼자 껴있었다.


뭐야 남편까지 쓰리??

세상에...

세상에... 미친...

정말 세상에 종말이 오는구나...

돌았구나 저 집안...

가영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사실 인지는 미정과 여행을 간다고만 했다.

가영은 그런 인지를 마치 미정과 신혼여행을 보내주는 사람처럼 굴었던 것이다.

K 막장 드라마의 폐해였다.


횟집에서 셋은 신나게 부어라 마셔라 했다.

삼각김밥에 초코우유를 마시며 그들을 지켜보았다.

소득이 없었다.

누가 봐도 여행을 온 평범한 가족이었다.


가끔씩 형부가 멀어질 때면 둘은 뒤에서 슬며시 2초 정도 손을 잡고는 이내 놓았다.

그 모습을 몰래 보는 가영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딱 걸렸어."


숙소에서도 그들은 와인을 마시는지 시간이 꽤나 흘렀다.

가영은 근처에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인지의 숙소 앞 카페에서 혹시나 싶어 잠복을 했다.

남편은 얼마나 신나게 노는지 문자 한 통이 없었다.


11시가 넘었다.

숙소 방안의 불이 한두 개 꺼졌다.

아마도 형부는 아이를 재우는 듯했고 둘은 산책을 나섰다.

그 둘을 보며 가영은 멀찍이 뒤따랐다.

서로 멀찍이 있더니 바닷가에서부터는 손을 잡았다.

둘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의미 없지만 사진을 찍었다.

남편 앞에 미정 언니를 감싸 안았다.

불꽃이 쉼 없이 그들을 비춰주어 감시는 편했다.

20분 정도였다.

백사장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은 일어날 채비를 했다.

언니가 몸을 돌리더니 남편과 마주 섰다.

그러고는 깊은 키스를 한참을 나누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가영은 기절할 것 같았다.

울그락 불그락한 얼굴이 되어 그 모습을 막지 못하는 자신이 미칠 것 같았다.

모래를 튀며 둘에게 달려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허락하기로 했다.

털썩 주저앉아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게 현실이었다.

두 눈으로 날것을 목격한 그녀는 너무나 자신이 비참했다.

그들은 이제 분명 뜨거운 밤을 보내며 서로의 몸을 탐닉할 것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가영에게 어느새 인지가 다가왔다.


"삼각김밥으로 되겠니?"

"배 안 고파?"

"같이 들어가자."


뭐야.

언제부터 눈치챘지???


"내가 못 본 줄 알아?"


가영은 눈물을 그렁대며 씩씩거렸다.


"가영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맞는 말이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몸을 날린 가영은 펑펑 울었다.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나야."


남편이었다.

눈물이 그렁한 채로 가영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벌써 끝났어?"

"이 상황에 넌 농담이 나오니?"


인지는 가영을 나무라듯 껴안았다.

엉덩이를 토닥였다.


"이야기했잖아. 의미 없어."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아."

"우리는 그렇게 이별을 없애기로 했어."


"네네.. 참 대단들 하세요."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니?"

"안 달라져."

"그런데 안 달라진다고 뭐 잘못된 거 있니?"


그래 그 말도 맞다.

뭐가 꼭 달라져야 했나?

달라진다고 변화한다고 그 변화가 맞거나 틀린 건 아니잖아.

그녀와 남편의 사이도 우리 가정도 이렇게 다 온전하게 지켜지고 있는 거잖아.

남편은 또 한 번 와인을 고르듯 무심하게 말했다.


"사랑해."


심장이 아팠다.

이 말이었다.

듣기만 하고 나는 해준 적이 별로 없었다.

남편도 간혹 어색하게 손으로 하트를 그려주곤 했지만 서로가 어색해했다.

이제는 어디를 가나 손을 잡지 않는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표현인데 왜 이리도 인색했을까.


우리 죽을 때 가장 많이 서로를 생각하며 울 터인데.

평소의 우리를 무엇이 이렇게 삭막하게 만들었을까.

지난 수년간 우린 왜 이 말을 잊고 살았을까.

모든 게 당연했다.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고 생각하고 생략했다.

그 대가를 지금 이렇게 치르는 걸까.


가영은 남편의 허리띠를 거칠게 풀고 옷가지들을 벗겨내었다.

당황한 남편의 표정이 스쳤지만 그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눈웃음이 스쳐갔다.

밉다.

미운데 사랑한다.

가영은 처음 남편을 범했다.

주도권을 온전히 가져온 첫날밤이었다.

그렇게 나는 누구의 여자도 아닌 누구의 엄마도 아닌 허가영이라는 여자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런 가영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한다는 듯 꼭 안아주었다.


다음날이었다.

그녀와 형부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함께 여행을 왔던 것처럼 대해주었다.


"잘 잤어?"

"네..."

"밥 먹으러 가자."


다정한 목소리다.

그들은 참 평온했다.


셋은 조잘조잘 잘도 떠들었다.

가영은 조금은 처연하고 창백하게 그들의 대화를 듣는 둥 마는 둥 리액션을 취해주고 가끔 웃어주었다.

이게 맞긴 한 건가?

서울로 갈 시간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차에 올랐다.

남편과 나는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어제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알듯 모를듯한 시간에 대한 반성이 필요했다.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부터 찾아내야 했다.

가영은 그렇게 차 안의 생각 의자에 세 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누가 누구의 첫날밤을 허락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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