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_메타버스_가상현실)
맑은 날, 여우비 내리는 화창한 캠퍼스 사이로 젊은날의 깨끗한 현수가 보인다.
반짝이는 젊음처럼 날씨도 이내 화창하게 개었다.
알없는 안경, 도수가 없는 안경을 멋쟁이처럼 쓰고 다닌 젊은 날의 현수.
참 번듯하게도 생겼다.
누가봐도 참 호감있게 잘생겼단 말이지.
저 뺨과 눈썹을 섬세하게 한번 만져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까꿍"
"어디가?"
캠퍼스 커플인 여자친구가 현수를 와락 안으며 놀래킨다.
"어 밥먹으러 같이 갈래?"
"아니 이미 선약이 있네요"
"그래 밥 맛있게 먹고 연락할게"
참 쿨하게도 헤어진다.
누가 보면 캠퍼스커플이 아닌 친구사이였다.
입학하자마자 사귄 여자 친구는 굉장히 차분하고 모든 학우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친구였다.
특출나게 예뻐서라기 보다는 매사에 여유가 있고 모난 구석이 없었다.
마치 급으로 나눈다면 재벌보다는 슈퍼리치의 손녀같은 수수한 기품이 흘렀다.
현수는 그런 여자친구의 배경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사실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요즘 그런걸 물어보면서 연애하는 시대는 아니다.
가방이나 악세서리만 봐도 우선 부자는 아닌게 확실했고
그저 성격이 참 좋은 여자친구 정도로만 생각했다.
무었보다도 연락이 별로 없거나 해도 개인 사생활에는 전혀 터치가 없었다.
구속도 없고 집착도 없었다.
가끔은 사랑이 아닌 그냥 좋아하는 정도의 감정이 아닌가 할때도 있지만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치르는 거사때는 서로 죽고 못사는 사이가 되곤했다.
족히 2시간 정도는 서로를 탐닉했다.
"어쩜 이렇게 사람이 좋아요?"
"어쩜 이렇게 좋을 수 있나요?"
"이럴때만 존대말이시네요 현수님"
"히히"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현수의 머리카락을 스윽 뒤로 넘기며 살짝 왼쪽 눈꺼풀 위에 '쪽' 키스한다.
"어휴 간지럽네요 눈알을 뽑아 드시려구요? 크큭"
"한번 더?"
수줍게 그녀가 대답한다.
"콜이요"
"키득"
노래를 잘하는 그녀의 아름다운 선율, 아리아 같은 길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리듬감 있게 둘만의 방안을 그득 메웠다.
현수는 어느정도 중산층의 면모가 보인다.
잘나가는 체하거나 과시하지 않으며 아주 크게 못사는 편에 속하지는 않는듯하다.
학생 신분에 패밀리 레스토랑 정도의 식당에서 쿠폰을 쓰기는 하지만 친구 둘셋 정도에게 밥을 살 수 있는
수준이면 꽤나 준수한 편이다.
친구 중에는 현수보다 10만배이상은 잘사는 슈퍼리치 손자도 있었고 없어진 직업이지만 대형 세무 법인을 운영하다 부동산 투자에 몰빵한 집안의 증손자도 있었다.
끼리끼리의 무리중에는 현수가 제일 딸리긴 했지만 어쩌다보니 과제도 같이 하고 한달에 한번 정도는 같이 밥을 먹는 사이가 되었다.
수업이 너무 많고 빡빡해서 사실 밥먹는 2시간도 사치이긴하다.
생각이 없는건지 가식이 없는건지 친구들은 현수가 내는 밥값을 참 고맙게 생각했다.
자기네들이 살때는 자기네 집이 소유한 호텔에서 룸 예약해서 사주면서 ...
친구가 밥을 살때는 와인이나 술도 참 비싼걸 아무렇지 않게 꺼내온다.
친구가 예고없이 호텔 셀러에 들어가 한병 가져와도 그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그 그림같은 여유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테이블 옆에 와인을 세워두면 30초안에 헤드쉐프와 소믈리에가 들어온다.
소믈리에는 와인을 핸들링하고 헤드쉐프는 그 와인을 확인 한 후 소믈리에와 잠시 의견을 나눈다.
20분 이내에 그 와인과 잘 어울리는 마리아주로 안주들이 두세가지 정도 만들어져 서브된다.
세상에 ... 이런게 부의 힘이구나 싶었다.
다 알지는 못해도 유명한 와인 몇개는 기억에 남았다.
내심 그들 사이에 끼게된 상황이 자랑스러웠다.
(그래 ... 나도 뭐 의사가 될거니깐 .. 나쁘지 않지... 나 정도면 뭐..)
"형이 이번에 러시아쪽에 투자했어"
"응"
"관심없는데... 그쪽 너무 리스크 커"
"모르지"
"북극쪽 파면 앞으로 500년은 쓸 자원이 있다는데"
"신빙성이 없어 신빙성이"
"그러게 지구에 자원이 없다고 200년 전부터 떠들었다는데"
"화성에서도 좀 있으면 하이테크 제품들 자체 생산된다는 세상인데 석유는 참 대체가 안된다 그치?"
"그러게"
"너네집은 화성에 지분 좀 있어?"
"난 경기도 화성밖에 몰라요"
"헛소리좀 그만하고 크큭"
"응 아빠가 좀 크게 뭘 손댓다는데 난 몰라"
"좋은 정보 있으면 좀 주고"
"봐서"
"새끼"
(약간 조심스러운 음성이었다. 휴...)
"나가자 2차는 니가 쏴"
***
현수의 베스트 프렌드 진영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전기 개인비행기를 타고 다녀도 굳이 사람을 쓰는 아날로그 컨셉의 레트로 편의점은 어디에나 있었다.
유행은 돌고 도는 거랬다.
알바는 후진 레트로 디자인의 조끼를 반드시 입어야 했다.
- 피밀리미트
무슨 글자였을까?
"패밀리 ... 마트 ..."
인상을 써가며 읽어본다.
"뭔데 지워졌어?"
"응 오래되서"
"빨긴 빨아?"
"조끼를 왜 빨아 등신아"
"몇년된건데?"
"몰라"
하릴없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배회하는 현수 진열장에서 음료를 두개 꺼낸다.
"게또라이 하나요"
"네에"
삑- 삑 타닥
음료만 찍으면 된다.
계산은 바코드라는 기계로 상품을 찍는 순간 결제가 되었다.
바코드라는 것도 아주 오래전에 없어진건데 여긴 대체 어떻게 이런걸 구한걸까.
기계야 쉽게 복제가 되니까 상관없을것이고 여튼 .. 사람들 쓸데없는것에 신경 많이 쓰고 살어.
"원 쁘라스 원 입니다 호갱님."
"어디 고객을 호갱이라 부르나."
현수는 삐딱한 자세로 건방지게 한손으로" 틱" 게토레이를 딴다.
"드세요"
익숙하게 진영도 캔을 따지만.
'틱' 실패다.
"야... 나 어제 손톱을 너무 바싹 깍아서..."
"어허이 ... 이...년 손많이 가네."
"저녁에 뭐해?"
"겜?"
"아니 알바 하나 더 뛰어"
"그려"
"몇시에 끝나?"
"11시"
"초저녁이네"
"그떄 보든가."
"아 피곤해"
"한 시간만 하자. 응?"
만담같은 대화는 매번 같은 패턴이지만 서로가 싫지않는 듯 쿵짝이 맞았다.
"봐서"
매번 이런식이다.
"여친은 어쩌고?"
"과제 있대"
"주말에 보면 되고"
게임을 하는 현수와 진영, 게임이 잘 안풀리는지 빠르게 컷당하고 핸드폰을 잠깐 보는데
차트가 평소와 같이 무난하게 잔잔하다.
"야 게임에 집중해 핸드폰 좀 그만보고"
"으... 응"
"야 잡혔어"
"돌려"
게임을 시작하며 핸드폰을 뒤집어 둔다.
게임은 치열한 한타싸움을 통해 역전에 성공하고 극적으로 재역전했다.
둘은 환호성과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며 손을 마주쳤다.
손떨리는 짜릿한 역전승 답게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쳤다.
뒤집힌 핸드폰 사이로 파란 장대 음봉이 끝없이 나락로 쭈욱 떨어진다.
새벽 4시까지 계속되는 게임, 승급이 눈앞이었다.
모든것이 순조로워 보이는 새벽 전재산을 박아둔 코인은 박살이 났다.
러시아 천연자원이 이동하는 송유관을 기반으로 하는 코인이었다.
독일이 러시아를 기습 침공하며 가장 먼저 송유관들을 박살 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아주 먼 과거 푸틴이라는 지도자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을때 독일은 재무장을 선언했다.
독일이란 나라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세계 대전을 일으키는 나라였다.
"아..."
현수가 이를 악물며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물렸다. 좆뙈따......"
머리를 쥐어뜯는 현수
정말 정말 큰일이었다.
아버지 몰래 압구정 아파트와 작은 사업체까지 두개를 담보로 걸었다.
상속 문제로 현수도 20살부터는 회사의 지분을 조금씩 받던 터였다.
사외 이사로 등기되어 있어서인지 홍체 인식까지 안해도
가족 증명과 지문으로도 충분히 보증이 되었다.
한번도 투자를 실패해본 경험이 없는 현수였다.
믿을만한 친구들로 부터 받은 정보로 작지만 늘 승승장구했다.
이번 정보도 사실 절대적으로 깨질 판이 아니었다.
그래서 승부를 걸었고 이번에 돈을 번다면 나중에 병원을 개업할때
아버지에게 손 벌리지 않고 내 손으로 내 힘으로 개업할 생각이었다.
120년 만에 독일이 전쟁을 일으킬지 누가 알았는가.
하필 현수가 러시아 송유관 현물 투자 코인을 샀을때 말이다.
그 안정적인 자산이... 국채 다음으로 안정적인 유전 관련 에너지 자산인데...
현수는 기가 막혔다.
그깟 게임이 문제가 아니었다.
한타 싸움처럼 타격감 넘치는 이펙트인가.
눈앞에 스파크가 번쩍 터졌다.
"퍽"
"퍽퍼퍽"
"와장창"
아버지의 주먹이 이토록 매서운지 오늘 처음 알았다.
사정없이 현수를 무차별로 폭행하셨다.
옷장과 책상이 박살나고 아버지가 골프채를 휘두르고 계셨다.
현수의 옷가지 몇개가 바깥으로 던져졌다.
곳곳에 멍이 든채로 현수는 옷장 깊숙히 숨겨두었던 신발을 후다닥 꺼내왔다.
나이키 리셀 신발을 한켤레 소중히 가슴에 품었다.
아버지는 기가 찰 노릇이다.
"미친새끼"
"나가! 나아가!! 꺼져!! 개...같은 놈"
차마 개새끼란 말은 하지 못한 아버지였다.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도 이제 곧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
차압 코드가 집안 곳곳에 프린트 되었다.
집기들은 차압 즉시 창문을 통해 24시간 안에 실려나간다.
고도의 법치화를 이룬 사회는 범법자에게 절대적인 무관용이었다.
사기와 대출 체납등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중대 형사법에 속했다.
벽과 바닥, 각자 입고 있는 옷가지와 핸드폰 말고는 모든것을 우선 깨끗하게 쓸어간 이후에
10원 한장의 값어치가 있는 물건은 모조리 매각하고 나머지 잡다한 물품을 돌려주는 압류 방식이었다.
"위이이이잉~ 쿠쿠쿠쿠쿠쿠~그으으으윽~"
처음 들어보는 괴상한 굉음과 함께 네모난 특송 드론이 베란다 창문 10미터 앞으로 떠올랐다.
차압 당한 아파트안의 집기를 1시간 이내에 모조리 뜯어갈 드론이었다.
이럴때는 참 신속하다. 이놈에 정부 ...
하루 아침에 현수의 가족은 모든것을 잃게 되었다.
"김현수!! 너 죽이고 나도 죽는다! 아아악!!"
"죄송해요 아버지 엉어어엉"
드론을 보자 더욱 격해져 울부짓는 아버지를 뜯어 말리는 여동생 아영은 어지간히도 힘이 좋은 편에 속했지만 오늘만큼은 아버지를 쉽사리 뜯어 말리질 못했다.
그때였다.
아영의 날카로운 비명이 아파트 전체 동을 가로질렀다.
"끼야아아아아아악!!!"
한 순간이었다.
사람이 망설임 없이 창밖으로 뛰어 내리면 3초에서 4초 사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엄마는 50초 동안 떨어진것 처럼 보였다.
집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드론을 바라보던 엄마는 아무런 준비없이 푹 창문밖으로 몸을 던졌다.
이미 말라버린 얼굴위의 눈물자국, 엄마는 슬로우모션처럼 천천히 땅을 향해 낙하하는 듯했다.
가족 모두의 손이 엄마를 잡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늦었다.
1층 아주머니의 자랑인 텃밭에는 각양 각색의 화려한 꽃과 화초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그 화려한 꽃들 사이의 작은 고랑으로 엄마의 뇌수가 붉은 시냇물이 된듯 흘러 내리고 있었다.
꽃들 사이의 붉은 시냇물은 없던길을 만들어 가며 아름답게 반짝였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릴 틈이 없이 셋은 뛰어 내려갔다.
가족의 울음과 비명이 아카펠라가 되어 아파트 계단을 관악기 처럼 울리며 터져나왔다.
"아아아 아아악 어허어어엉"
"꺄아아아아아악 엉엉 엄마아아아아아아"
"여보어어어어어 엉어억... 컥 아아악 아아"
"빠아아암 빠아아아암"
아파트 전체 공지 방송의 트럼펫 전주였다.
때 마침 흘러나오는 아파트 안내 방송
"주민 여러분 소음 신고가 들어와서 안... 내 ..."
"... ..."
루이 암스트롱의 트럼펫 소리가 현수네 가족의 울부짖음 울림과 하나되어 교차되 듯 하늘로
저 멀리 붉은 노을 사이로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