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졌다.

(웹소설_메타버스_가상현실)

by WineofMuse

어두컴컴한 골목 가로등도 다 죽어가는 시궁창 같은 골목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이질적으로 밝은 달빛이 골목을 비춘다.

건장한 남정네 둘이서 시체같이 축 늘어진 검은 비닐을 쓰레기 더미 위에 무심하게 툭 던져둔다.

사람이 저렇게 가볍지는 않겠지?

누가 봐도 시체를 버리는 사람들 같았지만 사내들은 마땅히 버릴걸 버리는 것처럼 여유가 있었다.

사내들은 더러운 것을 잡고 손을 털어내 듯 이내 손바닥을 마주치며 툭툭 털었다.


노숙자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다.

노숙자들과 쥐들이 한데 뒤엉켜 드글 거리는 깊고 어두운 골목이었다.

노숙자들이 거들떠도 안 보는 걸 보니 이미 털어갈 거리도 없는 처지인걸 아는가 보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해가 뜨고 다시 밤이 오고도 쓰레기 더미는 변화가 없었다.

쥐들이 한두 마리 꼬이기 시작했다.

시큼하게 썩은 냄새가 세어나가기 시작했고 이는 곧 쥐들의 입장에선 뭔가 먹을 것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검은 비닐이 갑자기 크게 요동쳤다.

비닐의 가운데가 터지듯 ‘팍’ 찢어지며 검은 형체가 솟구쳐 올랐다.

사람이었다.


"크허어어억 컥컥"


옷가지와 티켓, 수첩 등의 몇 가지 잡동사니가 후드득 옆에 떨어졌다.

사내는 얼굴에 묻은 이물질을 닦아내며 주변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시력이 이렇게 안 좋았었나?"


눈앞이 흐려 잘 보이지 않았다.

이물질을 아무리 닦아내어도 세상이 또렷해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누구지?"


두현? 수현이었나? 현수? 기억이 잘 안 난다.

손목에 ‘H'라는 이니셜이 매직으로 그어져 있었다.

온몸은 덜덜 떨렸다. 아리 하게 아프고 기력이 하나도 없었다.

희미해진 기억과 함께 그대로 다시 잠에 빠졌다.

아니다.

기절했다.


***


[낡아빠진 어두컴컴한 방]


두툼한 밸브와 네모난 모양의 작은 문들이 여러 개 있었다.

입구의 육중한 철문에는 희미하게 매직으로 흘려 쓴 글씨가 보였다.


"소각"


클리닝*을 마친 한 시체를 대충 검사한다.

(*기억을 지우는 작업)

헬창 같은 우람한 덩치의 사내가 껄렁거리며 다소 까랑하고 까끌한 목소리로 묻는다.


"갈으래?"


삐쩍 마른 작은 사내가 굵은 저음으로 나직이 대답했다.


"아니."

"분쇄기도 고장이고"

"그럼?"

"팔아?"

"아니."

"팔게 없어."

"이거 인건비도 안 나와."

"시력도 별로고 망막도 손상 정도가 심해서 인공각막보다 가격이 안 나올 거 같대."

"신장이나 피부도 그렇고 뗄 게 없는데."

"어떡하라고."

"버리라잖아."

"......"

(버릴 거면 그냥 가까운 곳에 버리든 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잘 정리하고 클리닝* 한 번 더 하든가."

(*반복된 클리닝은 인지능력을 떨어뜨리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이 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해놨 .. 씁.. 니.. 다아아아."


덩치가 검은 봉투를 밀며 이상한 신음과 함께 멜로디를 넣는다.

작은 사내가 물었다.


"저녁에 뭐해?"

"나스카 보면서 맥주나 한잔하게"

"별로"

"전기 나스카가 나스카냐.."

"마후라 소리도 방방 안 나고 말이야..."

"롤 안 해?"

"병신... 언제 적 롤이야."

"스타면 몰라도"

"야.. 스타 나온 지 90년이야..."

"100년 까지 할 거야..."

"돌겠네..."

"치우자~ 치우 자아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현수를 발로 툭툭 정돈하여 밀어놓는다.)


큰 배에서 내려지는 서너 대의 트럭들


"하아... 이 짓거리를 언제까지 해"

"소각도 안된 지 오래고..."

"그냥 갈아버리고 말지"

"수질검사 때문에 그런가?"

"요즘 뭔가 윗선에서 잘 안 풀리나 봐."

"정부에서 뭔 수로 이걸 알아"

"그냥 갈면 되지"

"야 그게 말처럼 쉽냐. 말끝마다 갈재."

"사람 하나 지우는 거랑 몇백 명 지우는 게 같은 맥락이면 어?"

"좀 생각 좀 하고... 세심하게 좀 살아."

"허긴 양이 좀 돼서..."


덩치가 비듬을 하얗게 날리며 긁적인다.


"근데 언젠가 이거 걸리는 거 아이가?"

"몰러."

"우린 그냥 잘 버리면 되고 뒷일은 알아서 하겠지."

"클리닝이 있어서 괜찮아"

"좀 지나면 어디 정부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에 가 있고 하드라고."

"위에서 하는 일이 뭐겠어 그런 거지."

"크으응"

"카아악큭"

"퉤에~"


코를 더럽게 들이마신 후 가래를 뱉는다.

꼭 뭔가 더러운 말을 하면 행하곤 하는 루틴이다.

1급지 중심 시내에서는 가래를 함부로 뱉다가는 큰일이 난다.

엄청난 벌금과 세 번째 걸리면 주요 도시에 접근 금지가 내려질 정도의 중형에 처해진다.

전염병이 잘못 돌면 큰 사회적 손실이 야기되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었다.

유치원부터 어찌나 청결에 신경들을 쓰는지 모를 일이다.

덩치가 큰 사내의 사촌 중 하나는 12년째 대도시를 못 들어오고 있다.

물론 불법적인 루트를 통해서 몰래 들어오기도 하지만

체포되는 날에는 훨씬 가혹한 형벌이 기다린다

장기간 징역을 살거나 강제 노역에 징집되곤 한다.

대부분의 범법자들은 강제 노역을 하곤 하는데 그 어마어마한 노동량은 차라리 목숨을 버리는 쪽이 편 할다 할 만큼 살인적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감옥은 절대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구조의 감옥이 아니었다.


시체같이 늘어져 있는 사람의 발에서 나이키 신발을 슬쩍 벗겨가며 10달러 하나를 안쪽에 ‘슥’ 찔러준다.

양심의 가책 혹은 일말의 동정이었을까.


"저승길 노잣돈이다 새꺄..."

"다음에는 타지 말어..."

"가자"


'쉬이잉' 소리를 내며 사라지는 트럭

한쪽 라이트가 깜빡거리며 나가 있다.


***


노숙자 하나가 오더니 지퍼를 슬쩍 열어보곤 헛구역질을 한다.

현수의 몸에 나는 냄새를 맡은 거였다.

털어갈 게 있나 없나를 살펴보는 거 보니 노숙을 한지 얼마 안 되는 녀석이었다.

늙은 노숙자 하나가 지나가다 쓱 중얼거렸다.


"둬... ...."

"죽어"

"그리고 앞으로 그런 비닐 덩어리는 건드리지 말어."

"털 것도 없고 냄새만 나."


겨우 정신을 차린 현수.

검은 정비복 같은 옷의 내부는 마치 우주복 같다.

복부에 호스가 있고 두 세 가닥쯤 되는 작은 호스들도 보였다.

얇은 피막 같은 옷은 산소와 접촉되어 시간이 금세 하늘거리며 부서져 갔다.


"수분이 없으면 바스러지는 재질인가?"


뭔가 외부에 더 튼튼한 슈트가 있어야만 활동이 가능해 보이는 속 내피 같았다.

힘겹게 껍질 같은 옷을 벗어내는 현수

아래의 생식기에 두 줄이 길게 쭈욱 뽑혔다.


"크으으으흑"

"악아아앗"


이를 악물어도 비명이 비집고 나왔다.

말라버린 관과 요도 사이가 붙어버렸는지 지옥 같은 아픔이 찾아왔다.

더러운 오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음식을 넣어주던 두 개의 얍은 관도 쭈우욱 입에서 나왔다.

내시경의 역순 같았다.

엉망이 된 토와 피, 콧물이 터져 나왔다.


"콜록콜록... 컥컥..."


피와 노폐물이 뒤섞여 주르륵 흘렀다.


"씨발..."

"왜 이따구야..."

"그리고 여긴 어디지..."


배도 고프고 눈도 잘 안 보이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현수는 세상이 무너지는 비현실적인 감각에 사로잡혀 한참을 쪼그려 앉아있었다.

귀까지 안 들리는 걸까 세상이 웅웅거렸다.

귀를 만져봤다.

한쪽 귓구멍 안에 뭔가 걸렸다.

이어폰도 아니고 뭐지?

보청기의 작은 기계부품같이 생겼다.

뭔가 단서가 될 것 같아 다른 짐들과 함께 검은 비닐봉지에 주워 담았다.


"와... 돌겠네..."

"나 살 수 있긴 한 건가..."


자신을 담아둔 비닐을 뒤집어 보니 지폐 한 장이 눈에 뜨인다.

별 의미 없는 숫자와 낙서가 가득한 수첩과 남색 후리스에 청바지, 양말이 보였다.


"신발은 왜 없지?"

"어쨌든 양말까지는 신고 그다음 생각하자."


기억이 이상하게 꼬여 있고 섬광처럼 반쪽짜리 사진이 두어 장 지나갔다.

그나마 가물가물하게 이름이 현수인지 수현인지 내 이름이 뭔지 잘 모르겠다.

분명 젊고 화창한 시절의 꽃밭? 꽃? 그래 흐드러지게 핀 꽃밭이 마지막 기억으로 그려졌다.

분명 무슨 음악도 들렸다. 관악기 특유의 울림이 귓가에 ‘웅웅’ 어지럽게 울렸다.


"왜 이런 시궁창에 누워 있는 거지?"

"이 비닐이랑 껍질들, 수첩, 보청기? 뭐야 이게 대체 뭐지?"


우선 안경이 급하다.

뭐가 보여야 상황 판단이 되지.

약국부터 가서 약 좀 챙기고 병원을 가봐야겠다.

감염을 두면 큰일이 될 거 같다.


"항생제 항생제... 항생제?"


이게 뭐지?

항생제라는 단어를 떠올렸는데 어떤 상황에서 떠오른 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근처에서 자고 있는 노숙자의 찌그러진 안경을 슬쩍 벗겨내었다.

일말의 양심에 가책도 없이 자연스럽다.

마치 게임에서 아이템을 획득하듯 마치 제 것인양 도둑질에 망설임이 없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왜 이런 건지 몰라도 이거 해결 봐야겠다..."


이 답답한 상황에서 무슨 의미 없는 목표인지는 몰라도 오기가 생겼다.

진상 파악에 대한 오기였다.

길가의 노점에서 핫도그 하나와 생수를 샀다.

천천히 음식이란 것을 씹어보았다.

이빨과 턱이 제 기능이란 것을 하기는 할까?

한 시간 동안 한입을 베어 물고는 한참을 턱을 움직여 달그락 거려야 했다.

급하게 먹어서일까 위장이 받아내질 못해서일까.


"우웨에에에에엑"


골목길의 한편에 우렁차게 토를 했다.

정체모를 녹색의 액체와 얼마 안 되는 햄 조각이 떨어져 내렸다.

더러운 토를 씻어 내리고 싶은지 우중충한 비가 밤을 가로지르며 부슬부슬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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