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

(웹소설_메타버스_가상현실)

by WineofMuse

끝없는 낙하.

겨우 잠에 드는 3시간에서 4시간 남짓 현수는 끝없이 계속 떨어진다.

낙하하는 느낌이 몸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밤이었다.

죽지 않기 위해 잠을 청하고 겨우 잠들었다.

"쿵... "


옆 캡슐에서 자다가 뒤척였는지 아주 작은 소리로 누군가 벽을 쳤다.

현수에게는 그 소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낙하음으로 들렸다.

"읔"

"엄마..."


나직이 불러보는 엄마에 번뜩 잠을 깬다.

눈물은 언제 마르나.

눈밑으로 습진이 일어날 정도로 울어도 매일매일 더 새롭게 울었다.

더 자는 건 글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매일 똑같은 아침이 반복된다.

요일도 시간도 무의미했다.

친구 진영이 뒤척이며 물었다.

"괜찮아?"


닭장 같은 캡슐 속 현수는 몰골이 말이 아니다.

침대 바닥 밑의 생수병을 굴려서 덜덜 떨며 한 모금한다.

고시원 캡슐 바닥에 가만히 귀를 대본다.

위이잉 의미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대로 '착' 붙어서 사라질 순 없을까.

이렇게라도 목숨을 유지하고 빌붙어 살고 있는 현실이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거리로 나와 허공을 한번 응시했다.

아직 새벽이다.

버려진 꽁초라도 있을까 싶어 쓰레기장을 배회했다.

립스틱이 뭍어 있는 장초를 발견했다.

컬러로 보아 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쯤 일듯 했다.

간접적이나마 기분이 나아질것 같았다.

편의점 앞 쓰레기 통도 뒤져본다.

노숙자들이 다 털어가기 전에 먼저 나와 다행이다.

도넛 같은 폐기식품은 오염이 안된 게 간혹 있다.

그나마 깨끗한 도넛 하나는 입에 물고 두 개는 후리스 주머니에 생수통을 빼고 넣었다.

먹던 도넛 조각을 떼어 던져두면 비둘기가 한두 마리 온다.

외롭지 않게 나란히 식사를 했다.

한손에는 담배꽁초가 한손에는 분홍색 폐기 도넛이 들려있었다.

아련한 새벽의 현수는 그 누구보다 끔찍한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툭툭 털고 일어난다.

날개가 거의 사라져 가는 비둘기의 옆구리를 가볍게 툭 찻다.

이 새끼들은 이제 콧방귀도 안 뀐다.

'푸득'


차든가 말든가 옆으로 잽싼 걸음으로 이동해 뭔가를 정신없이 쪼아댄다.

"시발 새끼들... 좀 날아라 날아봐.."

"걷지 좀 말고..."

"날아라. 병신아... 하아.."

애꿎은 비둘기한테 화풀이다.

깊은 한숨이 나왔다.

배는 채워 허기는 사라졌으나 공허했다.

끝없는 공허의 터널은 아무리 먹어도 충족되지 않는 허기 같았다.

"날고 싶다."

"날고 싶다."

"날자 그래 날아 병신아..."

가장 가까운 건물 65층

이 정도면 아무리 요행이 있어도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높이다.

한때 의과대학생인 자신의 마지막이 이런 결말일지 현수는 몰랐다.

언젠가의 실습시간에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수술 중에 언젠가는 내 손으로 사람을 죽이는 날이 오겠지?"

"그렇지... 당연한 거 아닐까..."

"흉부외과 쪽은 너무 많아서..."

"사람을 내 손으로 죽인다..."

"무슨 기분일까..."

"어우..."

"휴우..."

절로 한숨이 나오는 대화였다.

아무리 로봇이 수술을 잘해도 한계는 있었다.

어찌 되었든 환자의 개복 이후 닫기까지 각 파트별 최종 판단은 의사가 해야 했다.

수련을 게을리하고 눈으로만 보고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매번 학술지에서는 10년 안에 암이 정복된다고 떠들었지만 별 진전이 없다.

아마도 암 정복은 아마 인류가 멸망할 때나 같이 사멸되며 될 것 같다.

오늘이다.

내 손으로 사람을 처음 죽이기로 한날.

김현수는 환자가 맞다.

현수에게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 죽어 마땅한 환자이기도 하다.

망설일 것이 없었다.

난간 위에 서서 먼 곳을 응시하며 엄마, 아빠, 여동생에게 주절주절 의미 없는 고해성사를 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수천수만 번 해봤다.

다리 위에도 서봤고 빌 딩위에는 더 많이 서봤다.

그 짓도 이제 지겨웠다.

65층 옥상 문을 박력 있게 벌컥 열었다.

난간까지 전력으로 질주해서 날아오를 것이다.

"그 씨발 비둘기 대신 내가 날고야 만다!"


'다다다 다닥 탓!'

멋지게 다이빙을 했다.

두 눈을 꼭 감았다.

아마도 바닥에 닿아 타격되기도 전에 심장이 먼저 멎어 죽을 것이다.

난간에 앉아있던 하얀 비둘기들이 갑작스러운 현수의 등장에 푸드득 놀라 날아올랐다.

세상에 얼마 안 남은 날줄 아는 비둘기들이었다.

그 무리에 현수도 꼈다.

햇살이 비추고 거의 100년도 훨씬 전 영화감독인 오우삼이라는 감독의 시그니쳐인 하얀 비둘기가

천천히 현수를 감싸며 슬로모션으로 움직였다.

그때였다.

주마등처럼 정리하지 못한 한 여자가 떠올랐다.

"가영아..."


'허가영' 현수의 여자 친구다.

독일의 침공으로 러시아 에너지 코인이 박살난 현수는 매일을 술로 지새웠다.

가영은 그런 현수를 다독이며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거라고 위로해 주었다.

정말 의외의 사실이었다.

항상 바빳던 가영은 코인 트레이딩 아르바이트를 했던거였다.

코인에 대해서는 준전문가 수준이었다.

그런 현수에게 가영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조언을 퍼부어 주었다.

한 번은 야속한 마음이 들어 그런 사실을 왜 숨겼는지 현수가 물었다.

"나한테 왜 말 안 했어?"

"그게..."

"서약서가 있어서... 코인 거래가 국가 주관이잖아... 누설하면 벌금 먹고 잘려..."

"흠..."

"너 돈은 왜 필요한 거였는데?"

"......"


대답이 없는 가영

"그래 뭐 이유가 있겠지"

코인 아르바이트는 굉장히 단순한 일을 했다.

거래소에서 코인을 정산하거나 이체할 때 의도적으로 약간의 시간차를 둔다.

만일의 사고를 대비하고 해킹이나 전력문제에 대한 이슈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이중 삼중의 보안 정책이었다.

15분 정도의 휴면 시간을 가지는데 이는 보안을 다시 점검하고 출처에 대해 명확히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오래된 기술이긴 하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서 출발한 스크 루트라는 기술로 모든 데이터를 일부러 엉키게 해서 찢어 분산 저장하는 기술이었다.

양자컴퓨터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12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이때 깨끗해진 코인으로 시세에 따라 사고팔고를 단타로 되풀이하는 아르바이트였다.

나름 감각도 있어야 하고 코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도가 없으면 수익을 내기가 힘든 일이었다.

가영은 아주 잘하지는 못해도 착실하게 팀 내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개인 수익의 0.3%까지는 인센티브로 가져갈 수 있어서 이는 꽤나 큰 수익으로 돌아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좋은 기회가 알바들에게 까지 오지는 않았다.

전문 트레이더 들이나 큰 건을 먼저 가져가고 나머지 자잘한 기회들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처리해야 했다.

일종의 인턴이었지만 그냥 자기네끼리는 알바라고 부른다고 했다.

워낙에 이탈이 잦아서 서로 이름을 외울 필요도 없기 때문이었다.

가영은 이니셜 "G"로 불렸다.

누군가 또 "G"로 불려야 한다면 그 애는 "G2"였다.

"G4"는 매번 놀림감이 돼서 빠르게 퇴사하곤 했다.

현수의 고민을 들어주고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 근질근질거려 가영도 늘 힘들었다.

가영도 이미 예전에 크게 한번 물려서 만회를 못하는 중이었다.


아빠와 함께 와인 관련 코인에 투자했다가 크게 타격을 입었다.

분명 모두가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했다.

신의 영역이라고까지 말했던 기술이었다.

합성 와인이 개발된 것이다.

공정이 반도체를 만드는 공정과 비슷할 정도일거라 했다.

반도체를 만드는 것처럼 정밀하고 큰 기계가 필요했지만 어느순간 가능한 기술이 되어버렸다.

인간은 위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결국 대량 생산 체제까지 성공했다.

집에서 브랜드와 해당 빈티지를 선택하면 2시간 이내로 와인이 제조되어 드론으로 배송되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1,700년도부터 현재까지 생산된 모든 종류의 와인을 합성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이었다.

빈티지 별로 해당 연도의 지질 성분과 떼루아의 특성 날씨의 변화까지 모두 조건에 넣어 착향과 가향이 가능했다.

1차, 2차, 3차 향에 대한 구분도 완벽하게 일치했고 수많은 와인 전문가들은 전혀 구별해내지 못했다.

와인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거의 모두 실업자가 되거나 다른 일을 찾아봐야 했다.

포도밭은 대부분 일반 농경지로 바뀌었고 프랑스와 미국 등지의 아주 극소수 일부 경쟁력이 있는 포도밭만 명맥을 유지했다.

아무리 합성을 해도 원래 기존 농법과 가공 방식으로 만든 와인이 더 특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1979년 로마네 꽁띠를 주문해보았다.

저작권과 법률 망을 피하기 위해 이름은 약간 변형되었다.


"레모네 꼬르띠에 1979"


레이저로 병에 간단히 새겨져 라벨은 없었다.

가격은 35,000원 드론 배송료 포함이었다.

주문시간보다 40분이 빠르게 도착했다.

별점 약속을 안 했는데도 서비스로 견과류 안주가 동봉되어 있었다.

"아빠 이게 말이 된다고 봐?"

"3년 전에 DRC 한 병에 2억 8천이었어..."

"참나..."


헛기침을 하는 가영의 아빠.

안주 없이 둘은 맥주잔에 와인을 가득 찰랑거릴 정도로 부어 벌컥벌컥 맥주처럼 마셨다.

"크어어"

아빠 앞에서 욕을 처음 해봤다.

역시 코카콜라 그 새끼들은 음료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게 없다.



***


"우리 같이 해보자"

"그래 얼마 없지만 나도 종잣돈이 1,500만 원 정도 있어."

"이걸로 같이 올려보자"

분산투자로 하루에 10개 이내의 종목을 정해 단타를 쳐 나가기로 했다.

분주히 움직이는 둘 사이로 플립 시계의 날짜는 착착 하나씩 내려왔다.

어느 날이었다.

현수가 차트를 보여준다.


"이거 좋은 시그널인데? 재료도 좋아."

"전 세계 강아지 용품 산업 관련 현물 지수에 배팅하는 거래."

"응 도지 파이브"

"존버야? 손절이야?"

"손절해 그거 말만 많고 쓰레기야."

"응"


매도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이었다.

무슨 재료가 있길래 이래?

음봉 하단을 강하게 받치는 세력이 등장했다.

이 정도 거래금액을 버틴다고?


가영의 눈빛이 반짝였다.

"현수야 뉴스 좀 찾아봐"

"내 거 팔고 거기 태울께 기다려"

순간 움찔하며 양봉이 길게 뽑힌다.

"기다려봐 누를 거야."

가영의 말대로 눌리는 음봉

틱과 분을 오가며 추세 분석에 심혈을 기울였다.

주로 보는 보조 수식을 3개 더 키고 창을 키웠다.

"3단 양봉 끝에서 털어먹자. 기본기로 가는 거야."

"다 팔았어 있는 거 다 긁어모아 오늘은 여기서 승부 보자."

가영의 손끝에 현수의 모든 신경이 몰렸다.

머리를 다시 한번 질끈 묶었다.

목선이 산뜻하게 드러났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가자 제발 가자"

"가겠는데?"

"응 2단 양봉 충분히 갔고 다시 한번 눌림목.. 그렇지!"

"기다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몇 달 만에 온 제대로 된 찬스였다.

여기서 제대로 올라타면 못해도 몇억은 먹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현수야 우리 욕심부리지 말자. 다음 어깨에서 내리자... 지금 잔고가 아아아아 아... 얼마냐...?"

"응 2억 초반"

그동안 뼈를 깎아내어 수익이 1억 5천쯤 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높이 보니까 7억.. 아니 8억 쯤에서 끊자."

"응"


현수는 아까부터 '응'만 외치고 있었다.

불과 2분 사이에 1억 5천이 이제 5억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요즘은 정식 거래소에서는 현물 기반 코인이 아니고는 등록이 거의 불가능했다.

예전처럼 그래픽카드로 채굴하는 가상 코인은 외부 3 시장에서나 거래되는 위험 자산이었다.

"왔어"

"이제 세 번째 양봉 갈 거야 이때 어느 정도 되면 익절 하고 빠지자"

간다. 보합이지만 슬금슬금 올라가는 듯했다.

순식간이었다.

쭈우욱 치고 올라가는 양봉

"거봐!"

"팔자"

"아냐 기다려봐 더 가 이거 더가 내 말 믿어 가영아"

다급하게 현수가 소리쳤다.

역시나 양봉의 속도에서 가영도 흔들린다.

머뭇거리는 손가락

"매도?"

"아니 조금만"

12억... 13억...

"14억에 매도 누르자 가영아"

"멘털 싸움이야 견뎌"

"야 김현수 책임져 몰라 난"

가영도 내심 이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매도를 누를 거면 아까 8억에서 눌렀어야 했지만 움직이지 못한 건 가영이었고 현수도 차마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매번 하루에 100만 원 200만 원 먹다가 100만 원 잃고 200만 원 잃고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그 큰돈을 메꿀 방도가 없었다.

순식간이었다.

14억을 목전에 둔 양봉은 플러스 13억 7천 즈음에서 미끌어 지기 시작했다.

"팔아! 팔아" 매도 매도!!!!!!!!!!!!!!!!!!!!!!!"

버튼이 막혔는지 매도가 걸리지도 않았다.

거래량 때문에 가영이 가진 태블릿으로는 그 간극을 잡아내지 못했다.

다들 양자 컴으로 거래하는데 태블릿으로 덤빈 꼴이다.

태블릿 상으로는 딱 4초였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0.5초였을 것이다.

잔고가 "420,000"원이 되었다.

뒤늦게 거래정지가 떴지만 세력은 이미 날랐다.

의미 없는 숫자가 찍힌 잔고에 둘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팔걸"

어두운 골목을 여자 친구와 비틀거리며 외친다.

"시바알~~ 팔거얼~~~~~ 어엉엉엉"

"미안해애에에에 엉"

"미안해해애애애어엉어엉"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엄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