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_메타버스_가상현실)
"미안해해애애애어엉어엉"
현수는 가영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가영도 굳이 현수에게 자주 연락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준 상처가 아님에도 둘은 상처받았다.
원망의 구실을 찾기 싫었다.
어차피 둘이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영은 시간이 해결해줄 상처였고 버티면 이겨낼 어지간한 상처였다.
현수는 가영보다 가혹한 시련 속에 던져졌다.
***
현수의 엄마 수애는 평소에도 말이 없는 편에 속했다.
묵묵히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했다.
뜨개질 같은 소일거리와 인형 눈깔을 붙이거나 생밤을 까는 등의 돈이 되는 일을 좋아했다.
남편을 도와 밑바닥부터 평생을 희생하며 마련한 집 한 채였다.
학군이 의미 없어진 미래에도 과거의 인프라가 있고
중앙 정부의 보호가 확실한 1 급지에 속한 주거 환경이었기에 메리트가 있었다.
아들 현수와 집은 엄마에게 큰 자부심이었다.
이 집을 힘겹게 마련하면서 현수를 잘 키워 의대에 보냈다는 사실을 수애는 가슴 깊이 감사히 여기며 살던 터였다.
그런 수애에게 현수의 일탈은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들이 의사가 되고 언젠가는 집을 줄여 나가며 병원을 개업해줄 생각이었다.
그런 아들이 코인 쟁이가 되었고 집은 압류가 되었다.
남편과 함께 젊음을 모조리 갈아 넣은 회사도 통째로 시설이 뽑혀 이미 청산되었다.
"그래 좀 때려줘 여보..."
수애는 살면서 한 번도 현수에게 땅콩 한번 때려본 일이 없는 엄마였다.
공부를 억지로 시키지도 않았고 항상 사랑으로 현수를 감싸준 자애로운 엄마였다.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뒤편의 소란을 등으로 듣던 중이었다.
저 멀리 3 지대의 어두컴컴한 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따라 공기가 좋은 건지 눈물이 돋보기가 되어 잘 보인 건지, 너무나 또렷하게 3 지대가 보였다.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말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검은색 흉물스러운 아파트들은 수애의 어릴 적 그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닭장 같은 철망 안에 서로 연관이 없는 네 가족 총 14명이 살았었다.
수애가 서면 딱 머리가 닿는 좁은 케이 지안에 엄마와 삼 남매가 살았다.
엄마는 하루 15시간 이상을 일하러 나가서 들어오지 못했고 언니와 남동생과 좁은 케이지 안에서 하루 종일
태블릿만 쳐다봐야 했다.
화장실은 복도 끝의 공용 화장실을 가야 했고 항상 어른을 대동해서 가는 게 안전했다.
하루 1끼만 먹을 수 있었고 그마저도 시커먼 팩에 든 유동식 같은 걸쭉한 액체였다.
정부에서 드론으로 가구당 매주 1박스씩 배송해줬다.
최소한의 복지였다.
죽지만 말라는 건 스스로 죽어도 괜찮다는 말과 같은 말이었다.
수애는 어쩌면 오늘 저녁부터 그곳으로 가서 밤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너 시간을 겨우 자면서도 눕지 못하고 쭈그린 채로 구석에서 엎드려 자고 일하러 나가곤 했던 엄마.
자식들 다리를 다 펴면 본인은 눕지를 못했지만 언제나 자식들이 먼저였던 엄마.
그런 엄마가 그리웠지만 그렇게는 살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던 터였고 드디어 꿈을 거의 다 이뤄가던 참이었다.
그런 수애의 눈앞에 검은 물체가 3 지대를 가렸다.
살면서 딱 두 번째 보는 드론이었다.
오늘 마지막으로 퇴거해야 하는 아파트 단지 안에 예전에 현수 친구 도현이네가 살았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가 6학년인가 그때쯤이었다.
도현 아버님도 코인이 문제였다.
"그놈에 코인..."
한창 정부 주도로 현물 기반 코인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도현 아버님은 욕심을 내고 말았다.
출렁이는 차트에 몸을 싣고 한때는 고급 개인 비행 드론까지 사서 몰고 다녔다.
가상 기반 코인에 모든 재산을 걸었고 결국 모든 것을 다 잃고 말았다.
도현이네는 4층이라서 그 검은 드론이 아래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굉음과 바람이 올라왔고 도현 엄마의 비명에 가까운 울음이 단지를 가득 메웠다.
그 울음소리와 바람소리가 소름 끼쳐 얼른 창문을 닫았다.
이제는 내 차례였다.
수애는 돋보기처럼 어른 거리는 눈물 때문에 그 드론이 아주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로서 단 한 번이라도 물리력을 써서 내 가족에게서 저 시커먼 드론을 밀어 내고 싶어졌다.
용기를 내었다.
수애는 두 팔을 뻗어 검은색 드론을 힘껏 밀어내었다.
"읍"
실수였다.
평소 과묵했던 수애는 떨어지면서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
단지를 오가며 자주 보던 예쁜 꽃밭에는 시냇물이 졸졸 흘렀고 익숙한 흙내음과 풀내음이 났다.
수애는 졸렸다.
이내 깊고 아늑한 땅속의 잠결로 영원히 흘러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