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

by WineofMuse

오늘은 노희경 작가의 산문집 한토막을 옮겨봅니다.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 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 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 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 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중략>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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