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잡문

by WineofMuse

우리는 시곗바늘이 아니라 우리에게 쌓인 경험의 크기와 밀도로 자신의 노화에 따른 결과물을 존재에 대한 답으로 증명해야 한다. 나이 들어간다는건 엔트로피의 증가에 따라 세포가 죽어가고 회복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폭발한 우주는 미지를 향해 아직도 뻗어나가고 있고 우리는 단 한순간도 우주 좌표의 한 점에 고정되어 위치한 적이 없다. 시간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우리가 노화되어 가는 기준을 시곗바늘을 통해 엿보고 가늠하고있을 뿐이다.


해가 지면 잠을 자고 해가 뜨면 먹고 싸야 한다. 단지 이것만으로도 인간은 자신의 노화를 지켜볼 자격을 부여받는다. 우리는 이러한 형태의 삶을 자연스럽다고 칭하지만 누구도 그러한 자연스러운 상태의 삶을 원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나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의미를 찾지 못했다고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은 아님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부자연스러운 우리의 모습을 자아라고 하지만 그건 우주의 누구도 찬성하거나 동조하지 않은 당신만의 자발성이 지어낸 모습이다.

그러니 우월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우리는 우리 신체가 지닌 경험의 산물과 누적된 크기로만 우리의 정체성을 증명해야 한다. 단지 시곗바늘이 많이 돌아간 것을 오래 목격했다는 사실과 당신의 얼굴이 주변의 인간들보다 나이 들어 보인다고 존중받거나 존경받을 이유는 없다.


경험의 산물을 결과물이라고만 이해할 필요도 없다. 1,000억을 벌어도 누군가는 불행하고 1,000원이 없어도 행복하게 눈을 감는 이가 있다. 오직 자신만이 자신의 경험에 질적으로 만족할 수 있다.


아무리 성인의 덕을 칭송해도 그것이 나의 것이 아니라면 단지 칭송하는 감각밖에는 가지지 못한다.

우리는 계측이 불가능한 경험의 크기를 어제까지 나에게 쌓인 경험의 크기에 이어 붙이며 살아가야 한다.

그 수밖에는 당신에게 흐르는 우주의 노화에 관한 당위성을 스스로와 연결시킬 방도가 없다.


우리는 우주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일 뿐이며 우주는 단지 태어났고 지금도 터져나가고 있는 중일뿐이다.

우리는 노화하여 생명을 다하는 것이고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우주와 함께 늙어갈 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경험의 질이 어떠한가. 밀도는 어떠한가. 주변에 어떠한 좋은 영향을 미쳤는가 이외에는 우리의 존재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지구만이 쓰는 계측장비로 인해 발생한 시간이라는 단위가 극히 짧았던 위인도 많고 100년을 살아도 이름 석자 남지기 못한 사람도 많다.


무엇을 쌓아가든 자유이다. 죽음이 지나간 후에는 다시 원자의 상태로 돌아가고 우리는 덜 존재하는 것이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를 잃은 당신의 행적만이 아주 짧게, 아주 약간 기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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