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소곱창 쌀국수!
이름만 들어도 뭔가 난이도가 있는 메뉴였다.
강남의 모 업장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고 어떤 여가수가 방송에 나와 곱창 대란을 일으킨 후였다. 이렇게 질감이 무겁고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음식은 매장의 성격을 여실히 반영할 수 있는 대표 메뉴의 반열에 오를 자격이 충분했다.
한우 소곱창 쌀국수.
곱창 선정을 위해 수많은 업체와 미팅을 진행하며 샘플링을 해보았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곱창이 유통되고 소비되는지 몰랐다. 그리고 1차 가공된 곱창의 가격이 이렇게 비싼 줄도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몇 안 되는 소곱창 쌀국수 밀키트도 구매해서 시식해 보았다. 수입산은 그나마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었으나 한우곱창에 비해서는 그 맛과 신선도 등에서 감히 비교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게 우리, 아니 나의 평가였다. 와이프와 처형은 내장류를 전혀 드시질 못했다.
대표적으로 호주, 미국,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지에서 온 곱창을 구워도 먹어보고 쌀국수로 조리해서 먹어보기도 하였다. 그럭저럭 먹어볼 만했다. 하지만 국산 한우 곱창을 먹어본 이후로는 사실 손이 가지 않았다. 그 야들야들한 곱창의 질감과 고소한 곱, 신선도 등은 먼 뱃길을 타고 온 다른 나라의 소곱창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1kg에 48,000원가량의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이긴 했다. 설과 추석을 앞두고는 다른 기타 육류와 마찬가지로 수급의 불균형으로 가격의 등락이 있었고 한번 올라간 가격은 내려올 줄 몰랐다. 1년도 되지 않아 거래하던 큰 축산업체에서는 1kg당 가격을 도매가 기준 60,000원대로 올렸다. 20kg을 사도 금액은 같았다. 공급은 부족하고 수요는 많은 결과였다.
한우 소곱창 쌀국수는 매장을 닫는 날까지 우리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숙제였다.
쌀국수 한 그릇에 13,000원은 너무 비싸다는 의견으로 내적 갈등에 휩싸이게 했다.
" 그래도 맛있는 거 먹는 사람은 가격 생각하지 않고 먹어."
" 아니야 그래도 어느 정도 가격 저항선이란 게 있어 쌀국수 한 그릇에 13,000원은 너무 비싸! "
" 여기가 서울이니? 왜 이렇게 비싸!"
" 이거 한우야! 한우 소곱창이라고 사람들이 알아줄 거야!"
" 아니야 한우던 수입이던 맛있으면 돼 너만 한우냐 수입이냐 따지지 아무도 안 따져"
티격태격되며 메뉴는 완성이 되었다. 팔리는 날은 꽤나 많이 팔리고 안 팔리는 날은 잠잠했다. 주말과 평일의 등락은 있었으나 방송에서라도 곱창이 스쳐 나오기라도 하면 물때를 만난 것처럼 매출이 치솟고는 했다. 원가가 문제였다. 만들기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면 당연지사 단가도 높고 마진도 그에 해당하는 비율대로 남아야 했다. 하지만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우곱창의 단가와 가격의 등락은 고객분들의 입장에서 보이는 구매 매력도를 자꾸만 위협했다. 쉽게 말하면 팔아봐야 일반 소고기 쌀국수 파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금액이 수중에 남았던 것이다. 과정과 난이도는 훨씬 복잡했고 리스크가 컸음에도 말이다.
직접 소곱창을 손질하기에는 역량이 되지 않았고 소곱창 손질은 쌀 국숫집의 본질을 위협한다고 생각했다.
소곱창은 유통단계에서 가장 신선도가 중요한 품목 중 하나이다. 도축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부산물 가공 공장이 있거나 적어도 하루 안에 배송이 가능한 대형 공장에서나 신선도를 담보할 수 있다. 소량으로 배송을 받을 수도 없을뿐더러 그것이 가능한 루트를 찾아낸다 한들 작은 주방에서 소 내장을 씻고 해감하고 1차 초벌로 삶고 하는 일련의 과정은 너무나 큰 노동력을 앗아간다. 그리고 그 곱창 누린내는 어쩔 것인가. 이런저런 핑계로 밖에 들리겠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불가능한 것도 있다. 그렇게 1차 가공된 초벌 소곱창은 계륵이 되어있었다.
훗날 생각하기에는 미끼 상품이 아닌 매장의 대표 메뉴라면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했다. 가격도 요식업에서 기준이 되는 어느 선까지 올려두고 자신감 있게 판매를 했어야 했다. 가격을 낮추어 많은 손님이 찾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전에 최소한의 마진 보장과 함께 업주로 하여금 보람은 느끼는 선의 가격 책정이 중요했다. 물론 만족이란 게 인간에게 있을 리는 없지만 이거 팔아봐야 뭐 하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속 요리는 한다는 건 그 음식을 사랑해서 찾아주시는 손님에게나 주인에게나 서로에게 못할 짓이었다. 원가, 그 심오한 세계에서 우린 허우적대다 길을 잃어버렸다.
레시피)
미리 소분하여 냉동시킨 소곱창을 약불에 올린다.
곱창의 기름으로 살살 볶아낸다.
국산 다진 마늘과 대파, 양파를 넣고 향을 입힌다.
쌀국수 육수를 붓는다.
비법양념을 넣고 고춧가루 3종을 일정 비율로 배합하여 푼다.
속배추 썬 것과 소고기를 샤부샤부 하듯 넣고 준비된 면에 붓는다.
마지막에 얇게 썬 대파를 고명으로 얹는다.
이거 먹고 해장하다가 소주 한 병 땄다는 리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