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덴티티? 태생에 대한 갈증이었을까. 결국 팟타이를 염두에 두고 말았다. 글로벌한 메뉴인 팟타이는 미드에 자주 등장하는 요리였다. 낭만의 도시 뉴욕 워커홀릭인 그녀가 종이 상자에 들고 공원에 앉아 간단하게 즐기는 면요리 우리 매장 앞의 공원에도 그런 풍경이 펼쳐지길 원했을까. 태국의 유명한 팟타이 집에 대한 영상도 찾아보고 지인이 보여준 영상도 보며 팟타이에 대한 꿈을 꿨다.
새우 풍미가 가득한 소스에 면을 버무리듯 계란과 부추도 함께 볶았다. 숙주와 야채는 취향껏 가미하면 되었다. 레몬을 쭉 짜서 잘 비비고 베트남 맥주와 해물 짜조 등과 곁들여 먹으면 정말 근사한 한 끼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만드는 입장에서는 이건 또 다른 난제였다. 물론 볶음면류를 아주 많이 찾는 수요가 있다는 건 애 진작 알았다. 식당을 방문한 손님 중에도 볶음면 요리를 찾으시는 분들이 아주 많았다.
이게 또 문제가 있다.
동네의 작은 매장에서는 어찌 보면 실행하기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면에 관련한 문제인데 분보 싸오는 1mm 면, 일반 쌀국수는 2mm 면, 볶음국수는 5mm 면이 제각각 쓰인다는 점이었다. 불린 면은 48시간이 넘으면 대부분 쓸 수가 없었다. 전문 업장에서는 대체 어떻게 불린 면 관리를 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회전율이 높지 않은 식당에서는 볶음면이나 분보 싸오 등과 같은 특이한 면은 건드리기 상당히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의 배달 전문점들은 볶음면을 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하는 저가형 배달전문점의 경우 정말 난해한 맛을 볶음면이 오곤 하는데 일반 쌀국수에 쓰이는 2mm면을 볶아서 보내는 경우가 있다. 적당히 불어있으면 꼬들하게 잘 볶여서 오겠지만 조금 시간이 지난 경우라면 여지없이 퉁퉁 불어서 떡으로 변신해서 배달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유명 프랜차이즈의 소스도 5리터 사두고 색감을 위해 파프리카 가루며 이것저것 배합을 위해 새우도 큰 걸로 사보고 했다. 4그릇 정도를 팔고 메뉴에서 내리게 되었다.
이런 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일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궁극의 그 무엇을 채우기 위해 업주의 노력은 당연하다. 하지만 업주의 그릇을 아득히 넘어버린 그 무엇을 위해 경주할 필요는 없다. 태국의 팁사마이가 아니라면 색감을 위해 새우 육수를 만들지 않아도 될 일이다.
잃은 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쌀국수에 미친 게 아니라 그냥 삽질에 미친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를 일들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