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새낀 뭐야.’
-칙
-후읍
라이터 불을 붙이는 서너 명의 직장인들이 들으라는 듯 수군거리는 소리에 생선이 튀듯 움찔 놀라곤 동태를 살폈다. 물밀듯 한 수치스러움이 전신을 거쳐 얼굴을 시뻘겋게 만들었다.
전날 과음의 여파인지 모를 얼큰한 얼굴색이 눈을 감고 있어도 그려지는 듯했다.
‘여기에 왜 누워있지?’
인수는 부끄러움도 없이 수많은 직장인들이 출입하는 거대한 건물 앞 벤치에 길게 누워있다. 담배 쩐내가 가득한 커다란 재떨이가 머리맡에 있었고 가끔 오는 담배를 피우러 오는 아저씨의 헛기침 소리가 몇 번 들리고는 슬쩍 자리를 옮긴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며 어제의 술자리가 하나둘씩 기억나기 시작했다.
‘망할 심 부장’
심 부장의 잔소리를 두 시간 내내 꼼짝없이 듣느라 심부전에 걸릴 뻔했다.
실제 심 부장의 별명은 말을 도저히 끊지 않아 듣다 보면 심부전이 걸린다고 해서 별명이 심부전이었다.
그나마 심 부장은 나은편인게 옆 부서 전 부장은 비아그라가 가방에서 떨어진 것을 들킨 이후 대충 발기부전부장으로 암암리에 불리고 있었다.
하필 전 부장을 가장 싫어하는 경리부 양대리한테 그걸 들킬 건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그 양반은 도무지 말을 끊지 않아.’
“자네는 말이야. 디테일이 부족해. 이? 저번 건만 봐도 그래. 이?”
라며 꺼낸 말머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종국에는 본인의 치적을 2시간 동안 나열하고 납득시키는 자리로 변모하고 말았다.
인수가 제대로 듣고 있는지 아닌지 끝없이 확인하듯 끝음을 높여 이? 이? 거리는 충북지역 특유의 반복적인 추임새는 인수를 지치고 미치게 만들었다.
다리가 저려 도저히 듣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즈음, 새하얀 변기를 껴안고 소리치듯 토악질을 했다는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그러곤 눈을 떠보니 회사 앞 벤치이다.
‘젠장… 저 건물의 모든 인간들이 나를 다 봤겠구먼.’
어느 정도의 추한 얼굴을 팔았는지 모를 일이었다.
다행히 누군가 양복상의를 잘 덮어주었고 날씨도 따스했기에 얼어 죽을 일이 없음에 감사했다. 벚꽃이 피기 전인데 지구 온난화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는 작은 유머가 피어났지만 피식거릴 기분은 아니었다.
인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가방으로 얼굴을 가린 채 가까운 화장실로 마치 경보를 뛰듯 뒤뚱거리며 내달렸다.
기울듯 솟아오른 머리카락에 물을 묻혀 납작하게 정리해 줬다.
소변에서 시큼한 초장냄새가 나는 듯했고 거품이 보글보글 크게 일었다.
거뭇한 수염에 살짝 피어난 버짐이 번거롭다는 생각을 하려는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세상에 부재중 전화 15통…… 와이프였다.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