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IPO)은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하나의 '도착지'처럼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상장은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자본을 조달하고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기회일 순 있어도, 그것만으로 기업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순간부터 더 냉정한 시장의 평가와 투자자의 눈높이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많은 결정을 요구한다.
사전 재무 점검, 조직 정비, 주관사 선정, 예비 심사, 수요 예측, 공모가 산정… 이 모든 단계는 단순히 ‘절차’를 밟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내재 가치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시장에 설득하는 작업이다. 이때부터 이미 기업은 외부 시선과의 첫 접점을 만들고 있으며, 이는 상장 후 시장 신뢰로 이어질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많은 기업들이 상장 후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에 빠져 긴장이 풀리고, 정작 중요한 사후 관리에는 허술한 모습을 보인다. 내부 시스템 정비, ESG 전략 수립, IR·PR 방향성 설정 등이 뒷전으로 밀리면, 상장은 오히려 기업의 약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상장 직후 신뢰 이슈로 인해 시장에서 빠르게 소외되며, 성장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상장은 기업의 운영 전략을 다시 정리하고, 새로운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본격화하는 출발점이다. 상장 이후에는 매분기 실적 발표, 공시, 주주총회, 투자자 응대 등 끊임없는 소통과 투명성이 요구되며, 이는 단순히 수익을 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상장은 기업 운영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새로운 출발점이다.”
기업은 상장을 마친 그 순간부터, 더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혁신, 그리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시장에 증명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진짜 상장의 의미이고, 결국 그것이 기업을 진짜 성장시키는 힘이 된다.
한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게 되는 순간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이정표다. 수년간의 성장, 치열한 시장 경쟁, 수많은 투자자 설득, 회계 감리와 법적 검토 등의 고비를 넘어 최종적으로 ‘상장’이라는 문턱을 넘는 일은 대표이사와 임직원 모두에게 가슴 벅찬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이 순간을 "목표의 도달점"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범한다. 상장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상장을 단지 외형적인 성과로만 인식할 경우, 그 이후의 운영과 관리 체계에서 큰 허점을 드러낼 수 있으며, 실제로 여러 사례에서 그 위험성이 확인되었다.
상장을 추진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단기적 재무 실적 개선과 기업 가치의 극대화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반복되는 테마는 다음과 같다:
빠른 매출 성장을 위한 무리한 확장
비전 중심의 IR 자료 구성
회계 기준 조정 및 내부 통제 프로세스 ‘포장’
외부 컨설턴트와 회계법인의 가이드라인에 의존
이러한 행보는 상장을 위한 필수 절차처럼 보이지만, 기업 내 지속 가능성과 시스템 내재화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기 쉽다. 특히 창업 CEO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업은 상장을 위해 조직을 일시적으로 확장하고 구조를 갖추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운영 시스템’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장이 완료되면 외부 환경은 극적으로 변한다. 기업은 매 분기 실적 발표와 공시의무, 투자자 관리, 감사보고서 공개 등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받는다. 이 시점에서 기업이 마주하는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
사내 시스템은 실질적인 경영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가?
CEO 중심이 아닌 조직 기반의 의사결정이 가능한가?
이러한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 기업은 상장 후 급속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상장을 위한 조직과 시스템이 일시적인 ‘외형적 장치’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상장이 되면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거라 막연한 기대감이 있고 상장 후 극심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한 W사는 ‘O2O 혁신’을 내세우며 단기간에 매출 1조를 돌파하고 코스닥에 상장되었다. 그러나 상장 이후 급속히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불과 2년 만에 퇴출 위기에 몰리게 된다. 원인은 다음과 같다: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부재: 매출 중심의 확장 전략에 의존한 결과, 단기 수익성은 확보하지 못했다.
내부 관리 시스템 미비: 실질적 재무 통제와 비용 관리 기능이 부실하여 리스크 대응에 실패.
CEO 의사결정 중심의 비효율: 상장 이후에도 창업자 개인의 판단에 의존한 운영으로 조직 혼란 가중.
이 사례는 상장이 끝이 아닌 시작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고 신호다. 외형적인 성공에 도취되어 실질적인 시스템 구축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소홀히 한 결과는 너무나도 혹독했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상장 이전에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우리의 재무 시스템은 상장 이후 자율적으로 운영 가능한가?
인사·성과관리 체계는 직원들의 자율과 책임을 보장하는 구조인가?
CEO가 아닌 조직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작동하는가?
리스크 관리를 위한 내부 감사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는 견고한가?
임직원들이 상장 이후 변화된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상장만을 목표로 삼는다면, 그것은 기업 생태계에 있어 일시적 ‘광고’에 불과할 수 있다.
“상장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라는 말은 단순한 교훈이 아니다. 이는 상장이라는 이벤트가 기업의 본질을 바꾸지 못함을 의미한다. 상장 이후야말로 기업의 진정한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는 시기이며, 지속 가능한 성장, 내부 시스템의 정교함, 그리고 조직 문화의 안정성이 없이는 그 여정은 오히려 더 가혹해질 수 있다.
상장을 준비 중인 모든 기업이 성과에만 집중하는 단기적 관점을 넘어서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장은 오히려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준비된 시스템과 사람, 가치관을 갖춘 조직만이 상장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