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담당자의 현실과 책임

기업의 크기가 역할을 바꾼다

by 꽃돼지 후니

IR(Investor Relations) 담당자의 현실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고,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단순히 실적을 정리하고 발표하는 역할이 아니라, 기업의 전략과 메시지를 시장의 언어로 번역하고, 내부와 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실제 IR담당자는 실적 발표, 기업설명회(NDR), 투자자 미팅 등 반복되는 대외 일정을 소화하며, 주가 변동에 따른 내부의 압박과 외부의 날카로운 시선 사이에서 늘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일한다. 하루에도 수차례 미팅과 보고, 출장과 야근이 일상이고, 때로는 내부에서 자사주 매입 요구가, 외부에서는 비판적 질문이 쏟아진다.


여기에 더해 IR담당자는 조직 내에서 실무자일 뿐 전략적 의사결정권자가 아니기에, 투자자의 질문이나 우려에 대해 답변은 할 수 있어도 실제 결정을 바꿀 수는 없는 위치에 있다. 현실과 기대 사이의 간극, 정보의 비대칭뿐 아니라 ‘기대의 비대칭’도 IR담당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심지어 지인이나 개인투자자들이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 법적으로 응답할 수 없기에 오히려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IR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진정성과 일관성을 갖고 신뢰를 쌓아가는 작업이다. 과장된 희망보다 냉정한 현실, 성과보다 방향성을 이야기해야 하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분기마다 바뀌는 메시지는 혼란을 낳고, 그 혼란은 신뢰를 깎는다.


IR담당자는 기업의 얼굴이자, 때로는 방패이자, 동시에 소통의 최전선에 선 전략가다. 보이지 않는 전장에서 늘 균형을 잡으며 걷는다.
그들은 정보를 말하지만, 사실은 신뢰를 만든다.


역할은 같아도 무게는 다르다

IR(Investor Relations)이라는 직무는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다리다. 이 말은 중견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할은 같아도, 그 무게와 범위는 기업의 크기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다.


대기업에서는 IR팀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회계, 전략, 법무팀의 지원을 받으며 전문적인 프레임 안에서 움직인다. 반면 시가총액 5천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 IR담당자는 혼자 혹은 2~3명이 모든 걸 도맡아야 하는 실무 전담자에 가깝다.


그렇기에 중견기업의 IR은 ‘커뮤니케이터’라기보다 ‘다부진 전천후 선수’에 가깝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하고,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중견기업 IR담당자의 현실적인 역할

중견기업에서 IR담당자는 단순히 IR자료를 작성하거나 공시를 챙기는 수준이 아니다. 기업가치 5천억 원 미만의 기업에서 IR은 다음과 같은 다층적 역할을 수행한다.


1) IR + PR + 전략기획 + 기획조정

외부에는 투자자, 애널리스트, 언론을 상대하고

내부에서는 대표이사, CFO, 전략실과 직접 소통하며

각종 보도자료, IR Deck, 실적 컨퍼런스 자료까지 모두 준비한다.


시스템이 정비된 대기업과 달리, 중견기업은 대부분 **‘담당자 중심의 수작업 구조’**로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IR담당자는 회사의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지만, 동시에 가장 버거운 자리에 놓인다.


2) 대표의 대외 소통을 설계하는 실질적 기획자

중견기업 대표는 IR에 익숙하지 않다. 실제로 많은 경우 대표는 “왜 이런 자료를 꼭 만들어야 해?”, “이 질문은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나?”라고 반응한다. 이때 IR담당자는 단순히 ‘요청에 따라 자료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해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즉, 대표의 언어를 시장의 언어로 번역하고, 시장의 피드백을 대표의 의사결정 자료로 재해석하는 양방향 번역가의 역할을 하게 된다.


비교 사례: 대기업 IR vs 중견기업 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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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교는 중견기업 IR의 역할이 단순한 규모 축소판이 아님을 보여준다. 전문성과 멀티태스킹을 동시에 요구받는 자리이고, 그만큼 역량의 깊이와 폭이 모두 필요한 자리다.


그래서 더 필요한 ‘중장기 시각’과 '스토리텔링’

중견기업은 구조적으로 대기업처럼 시가총액, 업력, 브랜드 신뢰도를 앞세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IR의 메시지는 더욱 선명한 방향성과 가능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핵심은 스토리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3년 뒤 이 산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기업은 시장에서 어떤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투자자와의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단기 실적만으로는 경쟁사 대비 우위를 설득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신뢰를 얻기 어렵다.

중견기업 IR담당자는 '재무 숫자 중심의 전달자'가 아니라, '기업 성장의 방향을 외부에 알리는 전략적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작지만 강한 IR, 존재감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기업의 크기가 작다고 해서 IR의 중요성이 낮아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정보 비대칭이 크고, 시장 신뢰가 부족한 중견기업일수록 IR의 메시지 하나, 자료 하나, 한 통의 전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크다.

중견기업 IR담당자는 시스템의 공백을 채우고, 대표의 생각을 정제하며, 시장과의 신뢰를 쌓는 ‘투명한 얼굴’이자 ‘현장에 가까운 전략가’다.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의 깊이와 시선, 말의 무게가 곧 기업의 신뢰를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기업가치의 얼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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