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파트너, 애널리스트
IR담당자로서 수많은 미팅을 거치며 느낀 건 분명하다.
“기업의 이야기를 시장에 전해줄 메신저가 필요하다.”
바로 애널리스트다. 단순히 리포트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기업을 외부에 ‘설명’하고, 투자자 미팅까지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증권사는 커버리지를 넓히는 데 신중하고,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전담 애널리스트 확보는 더더욱 어렵다. 그렇기에 더욱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나는 산업 또는 테마 담당 애널리스트부터 컨택한다.
단발성 뉴스가 아닌, 산업 흐름 속에서 우리 회사가 가진 포지션을 보여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그래서 나는 기술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술백서 배포를 중요시하고 있다. 기술 백서에는 산업 동향, 주요 이슈, 신사업 정보 등을 포함해서 우리 기술의 차별화 등을 투자자 관점에 초점을 두고 작성하려 한다. 이 기술백서는 애널리스트에게 맞춤형으로 꾸준히 전달하고, 정기적인 미팅과 사전 Q&A로 ‘일관된 정보 흐름’을 제공해서 애널리스트가 우리 기업에 신뢰를 갖도록 하고 있다.
또한,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공식 발표 외에도 산업 트렌드에 대한 내부 인사이트, 경영진의 시각 등을 애널리스트와 자연스럽게 공유하면, 우리 기업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시장 내 의미 있게 언급할 가능성이 커진다.
가끔은 투자자 미팅을 애널리스트에게 먼저 요청하기도 한다.
"관심 있는 기관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NDR을 함께 기획하자"는 요청은 부담이 아니라 협력의 제안이다.
공동 세미나나 라운드테이블을 열면 투자자-애널리스트-기업의 삼각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핵심은 ‘지속성과 신뢰’다.
한두 번 자료를 주고받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자료는 명확하게, 데이터는 일관되게, 요청은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쌓이면, 언젠가 애널리스트는 우리 기업을 ‘전담’하기 시작하거나, 최소한 산업 리포트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메신저가 된다.
애널리스트 확보는 선택이 아니다.
시장과의 연결선을 확보하는 필수 전략이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실적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도, 말해줄 사람이 없다면 시장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애널리스트와의 관계에 공을 들인다.
그 작은 연결 하나가, 기업 가치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에.
IR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나름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우리를 지지해줄 증권사 3곳, 언론사 3곳, 그리고 전담 애널리스트 1명.
이 정도만 확보하면, 기업의 내러티브도 전달되고, 주가 관리도 안정적이고, 시장과의 소통도 매끄러워질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문제는 그게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전담 애널리스트 확보는 IR의 난이도 높은 퍼즐 중 하나다.
이들은 단순히 리포트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메시지를 조율하는 메신저이자 큐레이터다.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들의 시선으로 정리해 시장 언어로 풀어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과의 관계가 IR 성공의 열쇠라고 본다.
문제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도 커버리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냉정하다는 것이다.
리서치 자원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실적도 안정적이지 않고, 산업적으로 주목도가 높지 않은 기업을 커버한다는 건 리스크다.
게다가 전담 애널리스트란 말은 그 기업에 대해 ‘정기적 보고’를 하겠다는 의미이고, 이는 시간과 신뢰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접근 방식을 바꿨다.
특정 산업을 담당하는 산업 전담 애널리스트,
혹은 최근 주목받는 테마를 커버하는 애널리스트,
혹은 유사 기업군을 담당하는 관심 섹터 내 애널리스트들을 먼저 찾았다.
우리를 위한 리포트가 아니더라도, 시장 내 우리 기업이 엣지 있게 언급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신뢰 기반의 정보 제공이다.
나는 가능한 한 자료를 정제해서 먼저 제공하고, 그들이 궁금해할 법한 질문을 미리 가정해서 자료에 담는다.
기본적인 회사 개요는 물론이고,
분기 실적 요약,
매출 기여도,
주요 전략 변화,
기술력,
신사업 진척도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또한 기업이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 타인이 말해주는 스토리가 더 설득력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둔다.
애널리스트는 단순한 리포트 작성자가 아니라, 투자자 미팅을 주선하고, 기관에게 우리 기업의 포지션을 정리해서 말해줄 수 있는 전략적 조력자다.
한번은 우리가 특정 신사업을 런칭했을 때, 시장에서는 그 사업이 수익화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때 우리는 산업 애널리스트에게 먼저 접근해 해당 산업 구조와 트렌드, 우리의 차별화 전략을 충분히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그 애널리스트는 관련 섹터 리포트에서 우리 기업을 ‘잠재적 수혜주’로 언급했고,
그 이후 우리 기업에 대한 투자자 미팅 요청이 급증했다.
이처럼 단 한 명의 애널리스트가 만들어낸 파급력은 상당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애널리스트의 요청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필요한 자료는 미리 정리해두며,
분기별 브리핑은 내부에서 먼저 리허설을 해본다.
우리는 자사 IR이 아니라,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실적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 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해석하고 설명해줄 사람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IR담당자로서 반드시 해야 할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전담 애널리스트 확보는 단순히 ‘리포트 하나 더 나오게 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기업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갖고 설명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동력이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실적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이야기해줄 사람이 없다면, 시장은 그 가치를 모른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애널리스트는 IR의 핵심 파트너다.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그 관계가 단단해질수록, 기업의 스토리는 더 멀리, 더 명확하게 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