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로 안테나를 세우는 사람들
IR(Investor Relations)담당자의 하루는 단순한 일정표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업이 외부에 내는 모든 메시지는 결국 IR의 손끝에서 가공되며, 하루하루가 실시간으로 전략적 판단의 연속이다.
다만 그중에서도 “제일 바쁜 시기”를 묻는다면, 많은 IR담당자들은 연초와 분기별 실적 시즌, 그리고 주총과 배당 시즌을 꼽는다.
연말에는 차년도 전략과 사업계획이 나오고 1월부터는 IR-PR 전략 수립과 대행사 선정, 내부 커뮤니케이션 정비, 실적 발표 대비 등 총체적 설계와 내부 조율이 동시에 몰린다.
특히 당해 실적이 부진한 해에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곶간 전략’까지 고민해야 한다.
이때 IR담당자는 단순 자료 수집을 넘어, 사내 각 부서를 돌아다니며 콘텐츠를 끌어내는 설득자이자 분석가, 기획자가 된다.
나의 경우, 매년 12월부터 IR 전략을 미리 짜기 시작한다.
연말이 되어야 부서별 예산과 전략이 윤곽을 잡고, IR 관점에서의 연간 방향도 구체화된다.
이 시점부터는 내부 임직원을 만나
신사업 방향
글로벌 진출 계획
기술백서 및 시장 트렌드
등을 공유받고, 기업의 내러티브를 재정비한다.
그다음 IR-PR 대행사를 선정한다.
올해는 IR 60%, PR 40%의 비중으로 평가했고,
선정된 대행사와는 1분기 내 워크숍을 열어 “이제 우리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라며 동반자로서의 협업을 약속했다.
IR담당자 입장에서 실적 발표 시즌은 총력전이다.
기업마다 회계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1분기 실적 발표: 4~5월
2분기: 7~8월
3분기: 10~11월
4분기 및 연간: 다음 해 2월
에 진행되며, 이때 IR은 시장의 기대와 기업 현실 사이에서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 조율이 핵심이다.
특히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투자자에게 설명할 것인가?
어떤 핵심 콘텐츠를 배치할 것인가?
언론과의 인터뷰는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모든 요소가 타이밍 중심의 전술이 된다.
그래서 나는 곶간 전략을 사전에 설계한다.
시장 트렌드에 맞춰 콘텐츠를 쌓아두고,
정확한 시점에 IR-PR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노출시킨다.
실제 사례로, 올해 AI 산업이 트렌드였던 시점에 맞춰
우리 기업의 관련 연구개발 내용을 타깃 언론사와 인터뷰로 배치해 긍정적 반응을 유도했다.
3월은 대부분의 상장사가 주총을 여는 시기다.
이 시기 IR은 단지 안내 메일을 보내는 수준을 넘어,
기관투자자와 개별 주주, 언론, 내부 이해관계자 등 다양한 시청자를 고려한 소통 기획이 필요하다.
주총 사전 Q&A
민감한 안건 대응 전략
배당 정책의 설명 방식
등은 모두 IR이 조율해야 할 영역이다. 이때 PR과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며, 내부의 CEO 메시지와 외부의 보도자료가 일관된 톤과 방향을 가져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한국IR협의회 통계에 따르면, 상장사들의 연간 IR미팅은 평균 188회, 로드쇼는 6.9회,
투자자 컨퍼런스는 7.4회로 보고되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IR담당자는 2일에 1회 이상 공식 미팅을 갖는 셈이다.
여기에 수시 이슈 대응, 이사회 브리핑, 언론 대응까지 고려하면 IR은 ‘잠깐의 숨 고름이 없는’ 직무다.
IR은 단순히 데이터를 보여주는 일이 아니다.
기업의 민감한 정보와 투자자 심리를 동시에 다루는, 정치와 철학과 전략이 뒤섞인 복합적인 역할이다.
IR담당자는 늘 시장의 흐름을 읽고, CEO의 입장을 이해하며, 내부 콘텐츠를 모아 스토리로 엮어낸다.
“언제가 가장 바쁜가요?”
라는 질문에 IR담당자는 웃으며 대답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