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트렌드 패러다임의 변화

VC와 PE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유와 그 흐름 속의 기회

by 꽃돼지 후니

지금의 투자 환경은 더 이상 과거의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금리와 물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친 복합적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은 단순 수익이 아닌 ‘지속 가능성’과 ‘본질 가치’를 먼저 본다.


먼저 펀더멘털 중심의 흐름이 강해졌다.
고평가된 테마나 유니콘 기대감보다, 실제 매출과 수익 구조가 명확한 기업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VC와 PE 모두 적자 기업이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라도 내재 가치가 분명한 곳에는 여전히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그 판단은 과거보다 훨씬 더 냉철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하이브리드 투자 모델도 확산되고 있다.
PE가 초기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고, VC가 중견기업에 후속 투자를 집행하는 식이다.
단순한 성장 기대보다는, 리스크는 분산하고 전략은 유연하게 설계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AI와 기술 기반 투자도 핵심 트렌드다.
이제 투자 검토와 가치 평가는 사람의 감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데이터 기반 분석과 AI 모델링이 투자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기술을 활용하는 투자사만이 변동성 높은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이 변화는 쉽지 않다.
고금리와 투자 심리 위축 속에서 마진 압박은 커지고, LP(기관 투자자)들은 더욱 정교한 기준으로 운용사를 평가한다. 단순히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전략의 일관성과 팀의 실행력, 리스크 관리 구조가 투자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된다.


결국 지금의 투자 패러다임은 복잡해졌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성장만을 외치던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구조와 본질, 실행 가능성이 살아남는 기준이 되었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투자 전략은 도태될 것이고,
준비된 자만이 다음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달라진 시장, 달라진 게임의 룰

한때 명확하게 구분되던 VC(벤처 캐피털)와 PE(사모펀드)의 영역이 지금은 눈에 띄게 모호해지고 있다.
VC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소규모 자금을 다수 투자해 ‘유니콘’ 한두 개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반면 PE는 기업의 지배적 지분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강화해 안정적인 리턴을 확보하는, 철저히 다른 DNA를 가진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구도는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VC도 안정성과 회수를 고민하고, PE도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기업의 가능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경계의 붕괴는 우연이 아닌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결과다.


시장 환경의 변화: 예측 불가능이 일상화되다


▸ 경제적 불확실성과 자금 회수 위기

금리 인상, 지정학적 리스크, IPO 시장의 냉각…
모두가 빠르게 성장하던 스타트업 시장에 제동을 걸었다.
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VC는 기존 포트폴리오를 엑시트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경험하고 있고, PE 역시 딜 수가 줄어들며 더 넓은 투자처를 찾고 있다.


▸ 기술 혁신에 따른 투자 기회 확대

AI, Web3, B2B SaaS, 기후테크 등 기술 중심 스타트업의 고도화는 PE도 무시할 수 없는 기회로 다가온다.
과거 제조·유통 중심이던 PE의 투자 영역도 점차 디지털·플랫폼 기반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VC의 기술 감각 + PE의 운영 개선 전략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모델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다.


전략적 변화: 하이브리드 모델의 부상


▸ 브릿지 펀드와 그로스 캐피털

VC와 PE 사이에서 새롭게 등장한 하이브리드 펀드는 ‘그로스 캐피털’이라 불리며,
매출은 있지만 아직 이익은 불안정한 중견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중간 지대를 차지하고 있다.
예: Resurge Growth Partners, Turn Capital 등은 이러한 모델로 스타트업 회생 및 밸류업을 주도하고 있다.


▸ 투자 시점의 조기화

기존에는 PE가 시리즈C~Pre-IPO 단계 이후에 등장했지만, 지금은 시리즈A나 B 단계부터 관여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그만큼 성장 기업에 대한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법적·제도적 환경 변화: 규제 완화의 힘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해, VC와 PE 간의 법적 경계가 실질적으로 완화되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VC에서 PE로, 또는 반대로 전환하거나 혼합 전략을 취하기가 훨씬 쉬워졌고,
하나의 운용사 내에서 복수의 전략을 병행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예: IMM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은 VC·PE를 동시에 운영하며 초기 투자부터 밸류업·엑시트까지 전 주기 전략을 설계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전에서 확인된 변화의 흐름


▸ 무신사, 웨이비스 사례

무신사는 초기 단계에서는 VC로부터 자금을 유치했지만, 이후 PE가 참여하며 지분 구조와 성장 전략을 정비했다.
웨이비스 역시 VC와 PE의 공동투자 모델로 성장 자금을 유치하고,
후속 투자까지 동일 파트너가 이어가며 성공적인 밸류업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도 **‘한 회사에 두 성격의 자금이 동시에 들어오는 구조’**가 일반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연함이 새로운 표준이 된다

투자 트렌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기술에 투자하거나, 수익에 집중하는 시대는 지나고,
지금은 밸류업과 회수 전략, 기술 이해와 자본 운영 역량을 동시에 갖춘 유연한 플레이어가 주목받는 시대다.

이는 투자사뿐 아니라, 투자자, LP, 스타트업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VC는 회수 구조를 더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

PE는 기술 기업에 대한 이해를 더 깊이 가져야 한다.

스타트업은 자신의 단계에 맞는 자금과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경계는 사라지고, 기회는 연결된다

VC와 PE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 사이에서 등장한 브릿지 펀드, 그로스 캐피털, 공동 투자, 전략 유연화는
앞으로 투자 생태계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투자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판을 다시 짜는 시기다.
모호한 경계에서 기회를 찾고, 유연한 구조에서 해답을 찾는 투자자만이
2025년 이후의 투자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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