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국력의 새로운 경쟁
역사를 돌아보면, 한 국가의 힘과 부를 상징했던 것은 언제나 희소 자산이었다. 고대에는 은과 곡물이, 근대에는 금이 그 역할을 했다. 특히 금은 20세기 중반까지 국가 부와 권력의 절대적 척도였다. 금 보유량이 많을수록 통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고, 군사력과 외교력까지 뒷받침되었다.
그러나 1971년 닉슨 쇼크로 금 태환제가 붕괴되면서 달러가 기축통화의 자리를 차지했고, 미국은 금 대신 달러 패권을 통해 세계 경제 질서를 지배해왔다. 달러는 더 이상 금으로 보장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곧 신뢰의 담보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이 구도는 균열을 맞고 있다.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희소 자산이 등장하면서, 금과 달러가 독점했던 국제 금융 질서에 ‘디지털 국력’이라는 새로운 지표가 추가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되어 있고, 중앙 권력에 의해 임의로 찍어낼 수 없다. 이 특성은 과거 금이 가지던 희소성과 신뢰를 디지털 영역에서 재현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금 보유량이 아니라 비트코인 보유량이 국가 부와 권력의 상징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오늘날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국가 전략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공식 보유를 밝히진 않았으나, 압류와 몰수 과정을 통해 상당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연방보안관국(USMS)은 범죄 단속 과정에서 압류한 비트코인을 경매로 매각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최소 수십만 개의 비트코인을 관리해온 사실이 알려졌다. 무엇보다 월가와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받으면서, 미국은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시키는 데 사실상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중국은 한때 채굴 해시레이트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트코인 채굴 강국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했지만, 블록체인 인프라와 디지털 위안화(CBDC)를 전략적으로 추진하며 비트코인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차단하지는 못했다. 사실상 “공식적 부정, 비공식적 활용”의 이중 전략을 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금융 제재를 받으면서 달러 결제망에서 고립됐다. 이로 인해 원유·가스 수출 대금 결제에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했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가 서방 금융망을 우회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엘살바도르가 2021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며, “국가 비트코인 전략”을 공개적으로 추진했다. 비록 경제적 논란은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국부 축적 수단으로 바라본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렇듯 각국은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비트코인 보유 경쟁에 나서고 있다. 과거 금 비축 경쟁이 그랬듯이, 이제 비트코인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준비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국제 질서의 균형을 바꾸는 촉매가 되고 있다.
미국-중국 갈등 미국은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규제와 제도화를 병행하면서도, 월가 자본을 비트코인으로 끌어들여 시장을 장악하려 한다. 반면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로 “달러-비트코인-위안” 삼각 구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결국 양국의 금융 패권 경쟁은 디지털 자산을 중심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서방의 스위프트(SWIFT) 결제망 차단은 러시아로 하여금 디지털 자산의 대체 가능성을 모색하게 만들었다. 전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세계 각국으로부터 받은 기부금 상당 부분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들어왔다는 점은, 전시 경제에서조차 디지털 자산이 실제 기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중동 전쟁 중동 지역은 에너지 수출로 달러 기반 외환보유액을 쌓아왔지만, 지정학적 불안정과 미국 달러 의존도의 한계로 인해 비트코인 보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재 위험에 노출된 이란은 이미 채굴을 통해 비트코인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은 원유 대금 결제에서 암호화폐를 실험하고 있다.
이 일련의 사례들은 달러 기반 국제 금융 질서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쟁, 제재, 갈등의 한복판에서 비트코인은 ‘새로운 탈출구’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비트코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
과거 금 보유량이 국가 부의 상징이었다면, 앞으로는 비트코인 보유량이 디지털 국력의 지표가 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제재를 우회하고, 글로벌 자금을 이동시키며, 디지털 경제의 기축통화로 진화하고 있다.
달러 패권 체제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균열은 분명하다. 달러로 대표되는 중앙집중적 신뢰가 무너지고,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탈중앙 신뢰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투자 트렌드가 아니라, 국제 금융 질서의 재편이다. 금에서 달러로의 전환이 20세기 중반 세계질서를 새롭게 설계했다면, 달러에서 비트코인으로의 전환은 21세기 국제 정치·경제 질서를 다시 쓸 수 있다.
비트코인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연의 문제다.
개인에게는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산을 지키는 수단이고,
기업에게는 국경 없는 결제와 자산 다각화의 도구이며,
국가에게는 새로운 권력의 지표다.
21세기는 디지털 국력(digital power)의 시대다. 금과 달러가 했던 역할을 이제 비트코인이 대신하게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각국은 이 거대한 전환 앞에서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 비트코인을 단순히 투기의 산물로 치부하는 나라는 뒤처질 것이고,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준비하는 나라는 새로운 국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 트랜스포메이션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시작된 변화이며, 국제 질서의 다음 장을 여는 서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