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비트코인·테더로 동문회비 받아요
2025년 10월, 연세대학교 총동문회가 국내 주요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암호화폐로 동문회비를 납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겉보기엔 단순한 결제 방식의 변화 같지만, 이는 한국 사회에서 “디지털 자산이 제도권 경제의 일부로 진입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제 우리는 기존 금융 시스템이 오랜 관성을 벗어나야 할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비트코인(BTC), 테더(USDT), 유에스디코인(USDC)으로 회비를 납부할 수 있게 된 이 제도는 단순히 새로운 결제 수단을 추가한 것이 아니다. 가상 자산이 신뢰받는 가치 저장 및 지불 수단으로 인정받는 첫 사례 중 하나이며, 향후 전통 금융권이 직면하게 될 변화의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총동문회는 회비의 10%를 할인해주는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국내외 동문 간의 송금 불편 해소”를 핵심 이유로 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기존 은행 송금 시스템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기존의 국제 송금 구조는 SWIFT망을 중심으로 50년 넘게 유지되어 왔다. 은행과 은행 사이의 계좌를 연결하고 중계은행을 거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구조는 여전히 느리고, 비싸며, 비효율적이다. 수수료는 많게는 5~10%에 달하고, 송금에 걸리는 시간도 2~3일이 기본이다.
반면,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송금은 지갑 간 직접 전송(P2P) 구조를 통해 이 모든 장벽을 허문다. 부모가 유학 중인 자녀에게 송금할 때, 또는 해외 협력사에 급하게 자금을 보내야 할 때 수수료 1달러 이하, 10분 이내 송금 완료가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묻기 시작한다.
“은행을 통하지 않아도 송금이 가능하다면, 은행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그 질문은 단지 개인 송금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인건비와 재고 정산, B2B 결제에서도 암호화폐를 테스트하고 있다. 해외 인력이 많은 산업체에서는 **‘암호화폐 급여 대행 서비스’**가 확산되는 중이다. 불편하고 비싼 외환 규제를 우회하면서도, 실시간 정산이 가능한 효율성은 기업들에게 매력적이다.
은행과 증권사는 그동안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 규제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안정성이 변화에 대한 둔감함을 만들었다.
대부분의 금융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위험 관리의 이름으로 혁신을 늦추는 구조’를 갖고 있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법률적 검토와 리스크 심사가 길게 이어지고, 그 사이 핀테크 기업들은 고객의 편의성을 무기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예컨대,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1,000여 개 이상의 기업이 직원 급여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하는 파일럿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 중 이와 같은 테스트를 시행한 곳은 손에 꼽는다.
이제 “느림은 안전”이 아니라 “느림은 경쟁력 상실”로 바뀌는 시대다.
스테이블코인은 전통 금융이 가장 주목해야 할 영역이다.
달러 등 실물 자산을 1:1로 담보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의 통화 질서와 상충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빠르게 제도권 금융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JP모건의 JPM 코인, 유럽의 유로 스테이블 프로젝트, 일본의 미즈호·미쓰이스미토모 은행연합의 DCJPY 등이 이미 실물 결제 시스템에 투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신한은행 등이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송금 인프라의 기술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결국 “디지털 시대의 은행 계좌”로 진화한다.
즉, 사용자는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지 않아도, 자신의 지갑에서 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보유·송금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은행의 기존 수익모델인 ‘예금-대출-송금 수수료’ 구조는 근본부터 흔들린다.
이제 더 큰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결제하고, 계약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M2M(Machine to Machine) 금융 생태계가 곧 현실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AI 비서가 자동으로 정기구독을 결제하고, 자율주행차가 주유소에 도착하면 차 스스로 블록체인 지갑을 통해 연료비를 지불하는 시대.
이 모든 거래가 암호화폐 또는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처리된다면, 인간의 개입 없이 AI 간의 거래가 금융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등장한다.
이는 금융기관에게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고객의 주체 변화’를 의미한다.
앞으로의 고객은 사람이 아니라 AI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전통 금융사가 대응해야 할 핵심은 ‘누가 거래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시스템이 거래를 승인하느냐’이다.
변화는 위기이지만, 동시에 기회다.
전통 금융사는 이미 보유한 신뢰, 고객 데이터, 규제 인프라라는 강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질서 속에서 중심축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방법은 기존 금융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반의 SaaS(Software as a Service) 플랫폼 기업으로 재정의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형 스테이블코인 서비스(Bank-issued Stablecoin): 특정 은행이 자체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국내외 송금과 결제에 활용
AI 결제대행 플랫폼: 고객의 AI 비서가 자동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API 기반 결제 솔루션 제공
기업 전용 크로스보더 정산 SaaS: 글로벌 중소기업이 국가 간 결제를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클라우드 기반 블록체인 정산 시스템
이런 변화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의 정의를 다시 쓰는 작업”이다.
그리고 지금 이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움직이는 금융사가, 2030년의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2026년은 전통 금융사가 진짜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이제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상 자산 납부가 대학 동문회에서 현실화된 지금, 은행이 혁신하지 않는다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더 빠르고 편리한 대안으로 이동하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대한 전략이 아니라, 작은 시도라도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이다.
가상 자산 결제 실험, 블록체인 기반 송금 POC, AI 결제 테스트 — 이 모든 것이 1~2년 안에 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것이다.
“은행이 변하지 않으면, 은행을 대신할 무언가가 이미 준비되고 있다.”
2026년은 그 말이 현실이 되는 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금융사가 스스로의 역할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 마지막 시기다.
연세대학교의 암호화폐 회비 납부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변화의 시작점’이며, 전통 금융의 무너짐이 아니라 새로운 금융 질서의 탄생 신호다.
앞으로의 금융은 더 이상 “사람이 돈을 다루는 시스템”이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신뢰를 구축하는 구조”로 진화한다.
2026년, 금융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비전이 아니라 현실 인식이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