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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더 이상 기술 트렌드가 아니다

AI 시대는 “현실의 효율을 팔고 있는 시대”다.

by 꽃돼지 후니

AI 열풍을 단순히 기술 버블로 치부하는 시각이 여전히 많다. AI 버블론은 대체로 '투자 과열, 실질적 수익 부재, 현실과 기대 사이의 괴리, 순환 투자구조' 등 닷컴 버블에서 확인된 위험 신호들을 현재 AI 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는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AI의 흐름은 2000년대 닷컴버블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당시의 인터넷은 자유시장과 투기의 산물이었지만, 지금의 AI는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적 산업혁명의 결과물이다. AI는 더 이상 한 기업의 혁신 기술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축으로 설계된 산업 인프라다.

닷컴과 AI.png 닷컴 시대와 AI산업 비교

국가가 설계한 산업혁명

닷컴 시대는 민간이 실험하며 시장의 방향을 찾아가던 시기였다면, AI 시대는 정부가 산업의 설계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CHIPS Act, IRA, Infrastructure Act를 통해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망, AI 인프라를 하나의 전략 체계로 통합했다. 즉, 이번 사이클은 ‘투기’가 아닌 ‘지정학적 자본배분’이다.
AI는 국가 안보, 에너지, 금융, 산업정책의 중심에 놓였고, 각국은 기술이 아니라 자본 동원력과 인프라 확보력으로 경쟁하고 있다.

AI산업정책 비교.png 미국,중국,유럽의 AI 산업정책 - 출처: 자본시장연구원 2025-22호

이익의 약속에서 현실로

닷컴버블은 미래의 트래픽과 클릭 수를 팔았다면, AI는 현재의 효율과 비용 절감을 판다. ChatGPT, Claude, Gemini, Perplexity, Grok 같은 모델들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이미 개발 속도, 마케팅 효율, 생산성을 직접 끌어올리는 실질적 도구다.

AI는 이제 연구의 영역이 아니라,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생산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닷컴이 ‘이익의 약속’이었다면 지금의 AI는 ‘이익의 현실화’다. 기업들은 R&D 투자 대신 AI 도입을 통해 즉각적인 비용 절감을 얻고 있다.


순환적 투자 구조의 그림자

국제금융센터 보고서가 지적했듯, AI 산업은 현재 순환적 투자(circular financing) 위에 세워져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서로의 고객이자 투자자이며, 공급자가 고객에게 투자하고, 고객이 그 자금으로 다시 공급자의 제품을 구매한다.

예컨대 Microsoft는 OpenAI에 투자하고, OpenAI는 Azure 클라우드를 구매하며, 그 매출의 일부를 다시 Microsoft와 나누는 구조다. Nvidia 역시 주요 고객에게 GPU 구매 자금을 직접 대출하거나 신용공여를 제공한다.
표면적으로는 ‘AI 동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채 전이와 매출의 선인식 구조가 공존한다. 이는 과거 Lucent, Cisco, Nortel이 닷컴 기업에 장비를 팔던 방식과 유사하지만, 오늘날의 차이는 리스크 관리의 체계화에 있다. AI 버블의 기반은 투기가 아니라, 자본공학과 신용구조 설계다.


자본공학이 만든 AI 생태계

현재의 AI 생태계는 SPV(특수목적법인), 벤더 파이낸싱, 사모신용펀드가 얽힌 복잡한 금융 구조 위에 놓여 있다. Meta는 Hyperion 프로젝트를 통해 300억 달러 규모의 SPV를 설립하고, 자산운용사들이 자금을 조달해 시설을 리스 형태로 되돌려 쓴다.


이 과정에서 위험은 분산되지만, 동시에 투명성이 희석되는 부외(off-balance) 자본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투자 확산을, 장기적으로는 신용 리스크의 연쇄 전이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AI의 지속 가능성은 기술이 아닌 자본 구조의 투명성에 달려 있다.

국가별 AI 벤처 투자 현황 -출처:자본시장연구원

핑거의 현실적 접근

핑거는 AI의 원천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AI를 활용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채택이 아니라, AX(Automation Experience) 관점에서 고객의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업무 효율화에 초점을 둔 접근이다.

AI를 통해 개발·디자인·테스트 과정이 자동화되면서 프로젝트 기간은 단축되고, 비용은 줄어들었다. 핑거는 AI를 ‘혁신 기술’이 아니라 실질적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AI를 산업 인프라의 일부로 다루는 세계적 흐름과 일치한다. 결국 AI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사업의 효율성을 재설계하는 도구다.


새로운 자본주의의 실험

AI는 기술, 자본, 정책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과거 자본주의가 시장이 주도하는 실험이었다면, 지금은 국가와 시장이 공동 설계하는 자본주의 2.0의 시대다.

정부는 산업 구조를 설계하고, 금융은 리스크를 구조화하며, 기업은 그 위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이 세 축이 만나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AI 자본주의’다.

AI는 더 이상 기술 트렌드가 아니다. 그것은 정책의 방향, 자본의 언어, 산업의 효율성, 인류의 생산성이 교차하는 새로운 질서다.


AI가 버블이라는 주장은 일부 사실을 반영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지금의 AI 사이클을 오해한 시각이다. 현재의 AI는 단순한 기술 투자 과열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자본의 재편 과정이다. 닷컴 시대가 ‘미래의 트래픽’을 팔던 시기였다면, 지금의 AI는 이미 현실의 효율을 팔고 있다.


기업은 AI를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마케팅 효율을 높이며,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 즉, 이미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허상과는 다르다.

또한, AI 투자는 단순 민간 투기 자본이 아닌 정부 주도 정책 자본이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CHIPS Act, IRA, 인프라 법안은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규정했고, 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정학적 산업 전략이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국가 인프라’로 간주되고 있으며, 전력망·데이터센터·반도체와 함께 산업의 심장부에 편입됐다.


물론 투자 과열과 순환 구조의 위험은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의 생태계는 닷컴 시절의 불투명한 회계 구조가 아니라, 기관 자본과 구조금융이 결합된 체계적 자본공학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 Nvidia, Microsoft, Meta

등은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니라 금융·에너지·정책이 교차하는 복합 산업 플랫폼이다.


AI는 버블이 아니라 생산성 혁명의 구조적 전환점이다. 단기적 조정은 있을지라도, 이는 붕괴가 아닌 재편이다. 기술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자본이 생산성을 재구성하는 이 거대한 흐름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AI는 이제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자본주의의 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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