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왜 원화 스테이블코인 자회사를 둘 수밖에 없는가

지급결제의 주도권을 둘러싼 피할 수 없는 선택

by 꽃돼지 후니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최근 논의는 단순한 디지털 자산 신사업의 문제가 아니다.
이 논의의 본질은 누가 미래의 지급결제 인프라를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정부가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중심 컨소시엄으로 허용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리스크 관리”라는 표면적 이유를 넘어, 지급결제라는 국가 핵심 인프라를 완전히 민간 플랫폼이나 해외 사업자에 넘길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바로 제도적 모순이 발생한다.
은행법상 은행은 원칙적으로 타 회사 지분을 15%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반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이 지배하는 구조(50%+1주)로 설계하려 한다.

이 충돌을 해소하지 않으면 제도는 작동할 수 없다.
결국 금융당국이 선택한 해법은 명확하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을 은행의 자회사 업종으로 편입한다.”

이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 현실을 인정한 제도 조정이다.
그리고 이 순간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선택지가 아니라 은행의 필수 전략 영역이 된다.


은행이 직접 해야 하는 이유: 통제는 발행에서 나온다

은행이 단순 참여자가 아니라 자회사 형태로 직접 관여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화폐가 아니다.
그 핵심은 다음 네 가지다.

준비금 관리

발행·상환 통제

결제·정산 네트워크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외부에 맡기면, 은행은 지급결제의 주도권을 잃는다.


과거 카드사·PG·간편결제에서 은행은 항상 후방 인프라 제공자에 머물렀다.
계좌는 은행에 있었지만, 고객 경험과 트래픽은 플랫폼이 가져갔다.
그 결과 은행은 수수료 압박, 브랜드 소외, 데이터 단절을 동시에 겪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

발행사의 지분을 15%만 보유한 은행은

의사결정에서 밀리고

기술 로드맵에 개입할 수 없으며

사고 발생 시 책임만 지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은행은 지분 투자자가 아니라 발행 주체이자 운영 주체가 되어야 한다.

자회사 구조는 선택이 아니라 방어선이다.


사례: 합종연횡이 불가피한 이유

① 은행 단독 모델이 어려운 이유

이론적으로는 개별 은행이 100% 지분을 보유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설립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모델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의 성패는 발행이 아니라 유통에 있다.
아무도 쓰지 않는 원화 코인은 의미가 없다.

은행은 결제망은 갖고 있지만,
일상 트래픽과 플랫폼 접점은 약하다.

그래서 컨소시엄은 불가피하다.


② 네이버·두나무 연합이 상징하는 것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단순한 기업 합병이 아니다.
이는 플랫폼 + 거래소 + 금융 인프라의 결합이라는 신호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의 트래픽과 결제 접점을 가지고 있고,
두나무는 디지털 자산 유통과 기술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 조합에 은행이 결합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번에 생활 결제 수단으로 진입할 수 있다.

그래서 은행들은 이 연합과의 파트너십을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이 네이버·두나무와 교집합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③ 카카오·토스: 은행을 가진 플랫폼의 역설

카카오와 토스는 이미 인터넷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은행들은 지급결제 인프라의 ‘국가 표준’ 역할을 하기는 부담스럽다.

자본력, 리스크 관리, 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5대 은행과의 연합이 필요한 이유다.

결국 은행은 플랫폼을 필요로 하고,
플랫폼은 은행의 신뢰를 필요로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 둘을 억지로 묶는 접착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자회사 관련.jpg 원화스테이블코인 합종연횡 - 출처:한국경제신문

증권·카드사의 참여: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가 아니라 시장이다

증권사와 카드사가 이 전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증권사는 토큰증권(STO), 자산 유통, 결제 연계에 강점이 있다.

카드사는 가맹점 네트워크와 결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이 코빗 인수를 추진하는 이유는 단순히 거래소를 갖기 위함이 아니다.

전통 금융 + 디지털 자산 유통 + 결제를 한 축으로 묶기 위한 포석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본격화되면,

결제

투자

자산 이전

담보 설정

이 하나의 레일 위에서 움직이게 된다.

은행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은행은 선택권이 없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자회사를 두는 것은
은행에게 기회라기보다 생존 전략이다.

만약 은행이 이 영역을 외면하면,

플랫폼이 결제 주도권을 가져가고

거래소가 유통을 장악하며

해외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시장을 잠식한다.

그때 은행은 다시 한 번 후방 인프라로 밀려난다.

지금 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자회사 형태로 관리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지급결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이 싸움은 코인의 문제가 아니다. 화폐의 형태가 바뀌는 순간, 금융의 권력 구조가 바뀐다.

은행은 그 변화를 기다릴 수 없다.
그래서 결국 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자회사를 둘 수밖에 없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30년 AI 골든타임, 그리고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