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절차의 간소화와 문상 예절의 변화
김부장은 회사 생활 25년 차에 처음으로 가족의 장례식에서 상주 역할을 맡게 되었다. 평소 업무에만 몰두하던 그에게 이번 일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정신없이 바쁜 상황에 휩싸였다.
"김 부장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첫 조문객으로 거래처 박 대리가 도착했다. 김부장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았다. 그러나 곧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박 대리는 어색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절을 해야 하나요, 아니면..."
김부장은 순간 당황했다. 그도 정확한 절차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옆에 있던 장의사 직원이 나서서 안내해주었다.
"먼저 향을 피우고 두 번 절한 뒤 상주분께 인사하시면 됩니다."
박 대리는 안내에 따라 조문을 마쳤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도착한 조문객들 중 상당수가 비슷한 혼란을 겪었다. 어떤 이는 향을 피우지 않고 바로 절을 했고, 또 어떤 이는 절 대신 묵념만 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한 젊은 여성 조문객이었다. 그녀는 화려한 액세서리를 착용한 채 입장했고, 휴대폰 통화를 하며 빈소에 들어섰다. 김부장은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 죄송합니다. 급한 전화라..."
여성은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이미 주변의 시선은 차가워져 있었다.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며 김부장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이렇게 기본적인 예의조차 모르고 있었나?' 그는 자신도 이전에 조문을 갔을 때 어떻게 행동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조문객들의 행동은 더욱 다양해졌다. 어떤 이들은 빈소 밖에서 크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또 다른 이들은 술에 취해 큰 소리로 떠들었다. 김부장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다음 날 아침, 김부장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이번 경험을 되새겼다. 그는 노트북을 꺼내 조문 예절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조문에 대한 기본적인 예절과 주의사항들이 이미 잘 정리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정보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김부장은 한숨을 쉬었다.
그때 동료인 이과장이 다가왔다.
"김부장님, 어젯밤에 못 왔네요. 오늘 아침 일찍 와서 조문하려고요."
김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마워요. 그런데 이과장, 혹시 조문 예절에 대해 알고 있나요?"
이과장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냥 보통 하는 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김부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우리가 생각보다 모르는 게 많아요. 제가 어제 많이 배웠죠."
그는 자신이 찾은 정보들을 이과장에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 조용한 태도 유지, 휴대폰 진동 모드 설정 등 기본적인 사항부터 시작해 향 피우기, 절하는 방법, 상주에게 인사하는 법 등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이과장은 놀란 표정으로 들었다. "와, 이렇게 자세한 예절이 있었군요. 저도 몰랐어요."
김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우리가 업무에만 집중하다 보니 이런 기본적인 사회 예절을 놓치고 있었던 거 같아요."
그날 오후, 김부장의 회사 동료들이 단체로 조문을 왔다. 김부장은 그들에게 간단히 조문 예절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동료들은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곧 정중하고 예의 바른 태도로 조문을 마쳤다.
장례식이 끝나고 회사로 복귀한 김부장은 큰 결심을 했다. 그는 인사팀장을 찾아가 제안을 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을 위한 '비즈니스 매너' 교육을 실시하면 어떨까요? 특히 경조사 관련 예절에 대해서요."
인사팀장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들었다. "좋은 생각이네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기본적인 예절이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죠."
그렇게 해서 김부장의 회사는 '비즈니스 매너'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직원들은 처음에는 의아해했지만, 곧 이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특히 경조사 예절에 대한 부분은 많은 직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몇 달 후, 김부장은 거래처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이번에는 그와 그의 동료들이 예의 바르게 조문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탄했다. 심지어 거래처 사장은 김부장에게 따로 인사를 건넸다.
"김부장님 회사 직원들의 매너가 정말 훌륭하더군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기본을 지키는 회사가 드물어요."
김부장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우리도 최근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니까요."
그날 밤, 김부장은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일기를 썼다.
"비즈니스의 성공은 단순히 업무 능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경조사 예절은 그 중요한 한 부분이다. 우리가 슬픔을 함께 나누고, 기쁨을 함께 축하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비즈니스 관계의 시작이 아닐까."
김부장의 이런 깨달음은 점차 회사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의 회사는 비즈니스 매너로 유명해졌고, 이는 곧 회사의 이미지 상승과 업무 효율 향상으로 이어졌다. 작은 깨달음이 큰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로부터 1년 후, 김부장은 승진하여 이사가 되었다. 승진 축하 자리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관계를 만들고, 신뢰를 쌓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와 신뢰는 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지에서 시작됩니다. 경조사 예절부터 시작된 우리의 작은 변화가 이렇게 큰 결실을 맺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이사의 말에 모두가 공감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비즈니스 성공담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 관계의 중요성, 그리고 그 관계를 올바르게 맺는 방법에 대한 깊은 통찰이었다. 그리고 이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P) 조문의 기본 순서
김이사는 직원들에게 비즈니스 경조사에 대해 몇가지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1.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정중하게 조상하는 예의을 지켜야 한다.
2.조문객의 옷차림은 남성의 경우 검정색 양복이 원칙이다. 미처 검정색 양복이 준비되지 못한 경우 감색이나 회색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와이셔츠는 흰색으로 넥타이, 양말, 구두는 검정색으로 하는 것이 예의이다. 여성의 경우 검정색 상의에 검정색 스커트를 입는 것이 원칙이다. 검정색 구두에 무늬가 없는 검정색 스타킹이 좋다. 그밖에 장갑이나 핸드백도 검정색으로 통일시키고, 되도록 색채화장은 피하는 것이 예의이다.
특히 더운 계절에 너무 노출이 심한 의상은 피해야 한다. 최근 조문 옷차림에 대해 "바쁜 와중에 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옷차림이 뭔 상관이냐"와 같은 유연한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해도 너무 무지나치게 부적절한 옷차림은 여전히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은 편이다.
3.유족에게 위로와 안타까운 말은 전하돼 긴 화제가 되는 대화는 외부에서 따라 진행해야 한다.
4.누구냐 등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는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거나 대화하지 않아야 한다.
5.조문시 웃고 떠들면 조문한 많은 분들이 무례하다 생각된다.
6.종교나 풍습의 차이가 있더라도 상가의 예를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7.휴대폰 등 개인 디지털 장비를 꺼두거나 진동으로 해 둔다.
8.조문 후 식당에서 크게 떠들거나 조문오신 분들에게 실례를 범하지 않는 선을 지켜준다.
9.조문올때 너무 늦은 새벽 시간에 오거나 술을 마신 상태에서 조문하지 않는다.
10.유족을 위한다며 늦은 시간 함께 있는것은 좋으나 도가 지나친 도박 등은 자제되어야 한다.
최근 핵가족화, 간소화 추세, 코로나19의 영향, 사회 구조의 변화(저출산,독거노인증가 등), 실용성 증시로 인해 장례 절차의 간소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문상 예절도 시대에 따라 유연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기에 과거의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전통적인 장례 문화나 절차에 대해 접할 기회가 적어져 문상 예절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장례식장에서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지적하기 보다는 조언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