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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use Sep 01. 2022

사장의 브런치, 그리고 잡초, 쇼팽, 강아지 이야기

건강한 체력의 잡초가 부러운 아침

직접 담근 오이랑 양하피클이 맛있어요. 통밀빵, 양송이수프, 소시지 달걀,샐러드,과일입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차린 오늘 아침 식탁.

하루 단백질 섭취량이 아무래도 부족한 것 같아 달걀도 넣어봤어요.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제공받았던 환자식의 양식 버전을 그대로 차용해 재료만 살짝 바꾸어 차려본 겁니다. 빵을 한쪽 반 만 먹었으니 660-700Kcal 정도 나오겠네요.


저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스타 사진이 조금씩 나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요즘 기분이 좋습니다. 취미용 사진 서적을 하나 사서 공부하고 있거든요.


인스타나 SNS 사진이야 어차피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란 생각에 그동안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보더라도 기왕이면 보기 좋은 사진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틈틈이 책을 읽어가며 연구를 하고 있어요. 많은 습작을 하다 보면 저만의 개성을 살린 멋진 사진도 언젠가는 나오겠지요?


그나저나 병원에서 새벽 6시면 기상을 하던 습관이 들어서인지 아침에 눈이 일찍 떠지네요.  주부의 손이 며칠만 안 가면 여기저기 티가 나게 마련이죠.  인덕션 상판도 닦고 싱크대 개수구도 집어내서 싹싹 닦아내고 옷 정리도 좀 하고 나왔어요. 아직은 몸이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아 요것만 했는데도 피곤하네요.

흙을 담은 조화 화분에서 야자수(?)가 자라는 이변이 생겼어요.

그런데 가게에서도 제가 자리를 비운 흔적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베란다 조화 화분에는 야자수 같은 잡초가 자리를 잡았어요. 무슨 하와이라도 온 줄. 얼마나 줄기도 억세고 큰 지 거의 어른 엄지 손가락 두 개 굵기 정도구요. 뽑아지지도 않고 뽑을 힘도 없어요. 한 화분에 같이 살 지 말 지 조화랑 둘이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뒀어요.


'잡초, 하! 산삼을 달여 자셨나?'

무슨  생명력이 이렇게도 강한 건가요? 사람이라면 주방 알바 좀 하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로 강건한 체력의 잡초가 은근히 부럽기도 합니다.


누워 있으면 무슨 일이든 다 할 것 같은데 조금만 일을 하면 금세 피곤해지고 눕고 싶은 걸 보면 아직은 병 자락의 끝이 남았나 봅니다. 심심하면 사진 찍고 손가락 까닥이며 글이나 좀 쓰면서 또 고단해지면 잠시 가게 소파에 기대 가을바람도 맞으면서 그렇게 쉬려고요. 오래 못 보았던 지인들 전화 안부도 챙기고 9월에는 '어떤 와인 콘서트를 해 볼까, 무슨 신메뉴를 만들어볼까' 궁리도 해 보면서요.

가을에는 그저 녹턴입니다.

아, 쇼팽의 녹턴을 다시 연습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 쳤던 곡인데 한동안 잊고 있었거든요. 친정에 두고 온 악보는 없어졌고 인터넷으로 다시 출력했는데 감회가 새로워요.


제일 좋아하는 곡이에요. 도르르르 굴러가는 오른손 멜로디가 가을밤 바람에 흩어지는 별빛 느낌과 닮았다고 하면 너무 오글거릴까요? 그런데 약간은 오글거려도 용서가 될 것 같아요, Why? 쇼팽이니까요.

털을 깎아서 더 억울한 눈빛을 발사하는 제니 (좌), 고령이지만 당당한 위용을 과시하는 눈빛의 체리(우)

그동안 집 강아지들 미용도 해주었어요. 질투가 심해 눈만 맞추면 서로 으르렁 거리던 녀석들이 털옷을 벗으니 달달 떨면서 서로 웅크리며 몸을 기대 체온을 나눕니다. 그런데 돈 들여 미용을 하면 더 이뻐져야 하는데 인물이 어째 더 ..... 그동안  털이 다 했었던 ?


곧 온다는 태풍이 지나가고 몇 번의 비가 더 오고 나면 '추워 추워'를 외치는 쌀쌀한 계절이 찾아오겠네요. 마음으로 기대고 서로 온기를 나눌 수 있도록 따뜻한 뱅쇼(Vin chaud:와인에 시나몬, 과일 등을 첨가하여 따뜻하게 끓인 음료) 더 맛있게 만드는 연구를 슬슬 시작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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