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원래 한식 파입니다. 순댓국, 감자탕, 동태탕, 아귀찜, 부대찌개와 같은 짙은 메뉴에서부터 산채비빔밥, 칼국수, 회냉면과 같은 맑은 메뉴에 이르기까지 한식을 참 좋아해요.
병원에서 일주일 내내 거의 백반 차림의 한식만 먹다 보니 퇴원하고 나서 한 이틀간은 아침식사를 양식으로 차렸는데 '더는 못하겠다' 싶어서 며칠 걸러서 다시 준비하려 합니다.
입원 당시의 병원 식단에 준해 차린 식단입니다
하루 종일 누워있으면 허리가 아파서 쉬는 틈틈이 일어나 몇 가지 만들어 놓은 반찬으로 아침 식탁을 차렸습니다. 온종일 '다음 끼니는 무얼 먹을까' 하는 생각으로 골똘하니 정말 먹는 것에 진심인 것 맞죠?
청명한 가을 하늘, 신선한 바람이 말할 수 없이 좋은 계절이네요. 에어컨, 선풍기 모두 끄고 문만 열어두면 아주 쾌적한 상태로 글도 쓰고 책도 볼 수 있어요. 이맘때쯤 학교 가을 행사들도 많이 하던데 오늘은 바로 옆 세종대에서 큰 야외 행사를 하는 모양입니다. 아침부터 천막을 설치하고 탁자를 옮기면서 분주한 모습이에요. 일일 알뜰 장터 같은 거였으면 너무 좋겠는데....
장터 구경 정말 좋아하거든요. 약장수 약 파는 것도 재미있고, 광 나는 수세미 구경하면 거의 넋을 잃고 봅니다. 귀가 얇아서 어쩌다 하나씩은 사서 들고 오기도 하죠.
아이가 세 살 때였나, 동네 어르신들 상대로 하는 건강기구 판매하는 행사가 열렸는데 세상에 물건 파시는 분이 말을 얼마나 잘하던지 정말 혼을 쏙 빼놓는 기술이었어요.
저도 말로 돈 버는 아나운서란 직업을 십 수년 가져왔지만 그렇게 청중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기술은 죽었다 깨 나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하나씩 주는 치약이며 수세미도 짭짤해서 주는 대로 받으며 끝까지 눌러앉아있다가 "이제 다 끝났으니 그만 가시라"는 짜증 섞인 핀잔도 들어본 적있습니다. 옛날 얘기네요.
이 바람 좋고 선선한 것도 아마 한 달 반 정도밖에 가지 않을 것 같지요? 곧 히터를 켜야 할 때가 올 텐데 이 계절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어요. 단, 문을 열어 놓으니 어제는 말벌이랑 귀뚜라미가 홀에 들어와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실커튼이라도 달아 두었어요. 무언가 흔들리면 곤충들이 도망갈 것 같아서 쳐 봤는데 효과 만점이네요.
너무 번쩍번쩍, 치렁치렁한 것이 '클레오파트라가 자장면 시켜 먹을 때나 치면 딱 좋을 커튼'이라고, 구매 실패라며 툴툴 댔던 커튼인데 오늘은 제가 클레오파트라 커튼 치고 청국장을 먹었네요.사장 클레오파트라 되는 건가요?
바로 작년 오늘, 화장실 도어 손잡이를 교체하고 번호키를 달았어요.
오늘은 화장실 도어록의 첫 번째 생일이기도 합니다. 작년 9월 2일에 정확히 새로 교체했거든요. 일 년을 고장 없이 잘 일해주어 다행이었어요. 디지털 기기는 한 번 고장 나면 수리비도 비싸서 은근히 걱정을 했거든요.
화장실을 잠가 두는 것이 야박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휴지를 통째로, 방향제랑 알코올도 통째로 가져가시는 그 어떤 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어록을 달았지요. 오가다가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선의(?)'의 이용자분들에게는 편의를 흔쾌히 제공하니까요.
하루 종일 쉬고 눕고 먹는 게 전부이다 보니 모든 기운이 입으로 가나 봅니다. 일도 안 하는데 무슨 수다는 이리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