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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use Sep 12. 2022

남은 명절 음식 리폼, 이제 그만!

남김없이 먹고 치울 수 있는 명절 음식 만들기

명절 차례가 끝나고 많이 남기 쉬운 고기 산적, 각종 전

해마다 추석이나 설 명절이 끝날 즈음이면 빠지지 않고 매스컴에 등장하는 기사가 있습니다. 바로 '남은 명절 음식으로... '하고 시작되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색어로도 수많은 글들이 검색됩니다.


각종 전과 나물, 산적과 같이 차례상에 올라간 음식을 활용해서 만드는 기발한 요리법에서부터 명절 음식들을 냉장고에 잘 보관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남은 명절 음식'을 주제로 한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남은 명절 음식 관련 검색어와 컨텐츠들

제가 몇 매체에 요리 칼럼을 연재했던 때에도 으레 명절 즈음이 되면 '남은 명절 음식을 활용한 요리'를 주제로 글을 쓰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머리를 짜내 이런저런 요리들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글을 쓰면서도 어딘지 억지스러운 느낌을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칼럼을 보고 과연 그대로 따라 만들어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왜냐하면 저부터도 명절에 남은 음식으로 무언가 만들어 먹었던 기억을 꼽으라면 찌개(남은 전에 육수를 넣어 끓이는 요리)정도가 다였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치자면 적어도 2박 3일은 계속 대해온 명절 음식에 이미 질릴 대로 질렸는데 명절 끝에 그 음식을 또 달리 요리해서 먹는다? 이건 누가 봐도 정말  내키지 않는 일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남은 음식들은 가차 없이 위생봉투에 넣어져 냉동실 한편에 보관되고 그러다가 다음 명절쯤 화석화되어 나오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구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먹을 필요가?'


사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남은 요리로 만드는 와인 안주'를 기획해볼까 하는 생각을  습관처럼 해 봤습니다. 남은 나물을 토핑으로 넣어 만드는 피자, 고기산적 이용한 토르티야, 모둠전을 넣어 만든 해물 스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고민이 생기더군요.

남은 명절 음식으로 만들어 본 국적 불명의 요리.

경험상 이미 만들어 놓은 음식은, 더구나 명절에 만든 차례음식은 국간장, 된장 등 우리 전통 양념을 쓴 것들이 대부분이라서 그에 다른 양념을 더해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내다보면 국적불명의 이상한 요리가 되어 나오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작정하고 먹자면 못 먹을 것도 아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한참 동안 이 궁리 저 궁리를 하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문득 '남기지 않을 정도로 명절 음식을 만들면 이런 궁리도 필요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무릎을 쳤습니다.


억지스러운 음식 리폼도 내키지 않았지만 여전히 배를 곯고 한 끼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세상에서 필요 이상으로 잔뜩 만들어서 먹다 지친 음식들을 대하며 가졌던 적잖은 죄책감으로부터 해방된 느낌이었다면 너무 큰 과장일까요.



별미 음식을 조금씩 맛 볼 정도의 양이면 충분한 명절 음식


명절 음식은 모처럼 모인 가족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별미요리 몇 가지 정도를 한 끼 맛있게 즐기고 남김없이 마무리할 정도의 양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요리 하나를 조금씩 맛 볼 정도로만 먹어도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어요.

조금 더 아이디어를 보태자면 한정식 식당, 또는 양식 코스에서 나오는 음식의 양정도로만 가늠을 해서 준비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갈비찜도 일인당 한 두 대, 전도 종류별로 한쪽씩, 잡채도 두 어 젓가락의 양이면 어떨까요. 그리고 또  한과나 차도 있지 않습니까.


한정식이 처음 서빙될 때에는 '저걸 누구 코에 붙이나'생각이 들 정도로 감질나 보이는 양이지만 순서대로 먹다 보면 나중에는 배가 차서 양껏 먹었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한 광주리 가득 부친 전과 튀김, 한솥 단지 가득 끓인 국, 한 냄비 가득한 잡채를 무치고 부치느라 허리 휘는 사람도 없고 처치 곤란이 되는 남은 명절 음식 걱정도 덜어낼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명절 음식'관련 글은 쓰지 않으렵니다.


다가오는 설부터는 더 이상 '남은 명절 음식'을 주제로 하는 칼럼을 쓰지 않을 생각입니다. 대신 '남김없이 한 끼에  끝!'이란 테마로 명절 음식 준비에 대한 글을 써 볼 계획입니다.


명절을 지내고 나면 또 연이어 나오는 단골 기사들. 은 명절 음식 처리법, 명절에 확 찐 살을 빼는 방법, 명절 과음과 폭식 후유증 같은 건강 관련 기사는 물론이고 명절 후 이혼율 증가 등등의 기사도 명절 음식을 남지 않도록 준비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모은다면  앞으로 보기 힘든 기사가 되지 않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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