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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use Jul 31. 2021

짧아지는 해를 보면서

How, Where, When / Cleo Laine



어둠보다 먼저 내 마음에 내려 앉은 곡

How ,Where, When

(Cleo Laine & James Galway)

https://youtu.be/uH_OlP7de_I

 저녁 생방송을 마치고 퇴근해 올림픽대로를 달리며 차 안에서 반복해서 들었던 곡, 클레오 레인의 'How Where When'.


 가수의 묵직하고 나지막한 저음 보이스와 첼로 음색, 그리고 플루트의 거장 제임스 골웨이의 유려한 연주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파헬벨의 Canon 변주곡에 입혀진 클레오 레인의 목소리. 영화 '디어 헌터(Deer Hunter)'의 주제곡 '카바티나 (Cavatina)'에 가사를 붙여 만든 곡' He was Beautiful'를 부른 주인공도 클레오 레인이다.


 여름으로 접어들고 하지가 다가오면서 해는 하루하루 길어졌고, 어느 날인가 8시에 끝나는 방송을 마치고 지하에 주차된 차를 몰고 1층 옥외주차장으로 빠져나올 즈음 아직도 캄캄할 줄 알았던 바깥이 대낮처럼 훤한 걸 보고 깜짝 놀랐었다.


 그렇게 길던 여름이 지나고 다시 해는 놀라우리만큼 하루하루 짧아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고 나서는 아직도 훤할 줄 알았던 바깥이 캄캄한 밤이라서 또 한 번 깜짝 놀라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매 해 가을과 겨울이 다가왔다.


 늘 같은 시간에 방송을 마치고 매일 같은 시간에 지나치던 방송국 옥외 주차장. 십여 년이 지났지만 늦은 시간이라 야근을 하는 직원들 차 몇 대 만이 덩그러니 서 있던, 어딘가 썰렁하게 느껴졌던 그 곳 풍경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오늘도 이렇게 마무리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조금은 지치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도 느끼며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향하던 퇴근길. 딱히 위로받을 만한 일은 없었지만 무심한 듯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무한 반복해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가 지나고 2021년의 7월을 마무리해야 하는 때가 왔다. 조금씩 짧아지는 여름 해를 바라보면서 이제 슬슬 가을을 준비해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너무 이른 것일까?


 식당 오픈은 다가오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이고, 해는 짧아지고 시간은 하루하루 가고 있다. 잡을 수만 있다면 이 여름 해를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두고 싶은데... .

7월의 마지막 날 받은 꽃선물로 2001년 7월을 행복하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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