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만들어 본 가리비 치즈구이입니다. 안주 신메뉴로 넣어볼까 싶어 가리비를 주문해 봤는데 아무래도 주방 동선이 꼬일 것 같아서 당분간은 보류하기로 하고 만들어만 봤습니다. 쌉싸름하면서 고소한 와일드 루콜라를 곁들이니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치즈 맛과 잘 어울리면서 먹을 만했습니다.
가리비 구이는 간단합니다. 가리비를 잘 씻고, 화이트 와인이랑 토마토소스를 조금씩 올려주고 질 좋은 모차렐라 치즈나 에멘탈 치즈를 뿌린 다음 오븐에서 구워내면 완성이에요.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지만 무엇보다 맛이 좋으려면 해산물의 선도가 가장 중요하겠지요. 해산물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신선함이 생명이니까요.
연어샐러드와 석류도 함께 곁들였습니다. 석류의 계절이 돌아왔지요. 후숙을 잘 시켜서 알알이 떼 낸 후 냉동고에서 보관하면 한참 동안 두고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석류입니다. 석류 샐러드를 만들어볼까 요즘 궁리 중입니다.
해산물 안주를 준비했으니 와인은 소비뇽 블랑으로 페어링 해야 한다는 공식은 없습니다. 그저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지요. 각자의 입맛과 그날의 기분에 따라 와인을 선택하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와인을 골랐습니다.
이날 고른 와인은 아이언 스톤 올드 바인 진판델과 파인 릿지 나파 벨리 까베르네 소비뇽, 샤또 롱보 뀌베 피에르 드 라 파브레그 세 종입니다. 모두 레드 와인에 풀 보디(입에 머금었을 때 묵직한 느낌 정도) , 그리고 각각의 개성 있는 아로마(와인의 향 등을 일컫는 표현) 룰 뽐내는 와인들로 제가 애정을 듬뿍 주는 것들입니다.
가격대는 5만 원대에서부터 20만 원대까지 차이가 많이 나지만 각각의 와인이 지닌 개성이 너무나 독특하고 강해서 가격대로 레벨을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멋진 와인들입니다.
제 첫사랑은 아이언 스톤 올드바인 진판델이었습니다. 그 후샤또 롱보 뀌베 피에르 드 라 파브레그를 만나 잠시 첫사랑을 떠났었고요. 최근 파인 릿지 나파벨리 까베르네 소비뇽이 혜성같이 등장하면서 제 사랑을 둘 곳을 찾고 있습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잖아요.
'너는 이래서 좋고, 얘는 저래서 뛰어나고, 쟤는 이래서 버리기 어렵구나!'
술이 조금 들어가서 기분이 좋아지면 혼자서 흥이 나서 사랑 나눔 놀이를 합니다. 와인을 상대로 사랑 나눔 놀이에서는 무조건 제가 '갑'입니다. 사랑을 줬다 빼앗았다도 마음대로 하고요. 이 맛에 와인바 사장합니다.
그러나 백 날 만 날 그렇게 놀아봤자 결국 손님의 지갑을 열게 하고 손님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와인이 '위너'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하는 것은 그냥 '놀이'일뿐이고요.
최후의 승자, 위너를 만들 와인을 가려내기 위해 매일 저녁 이렇게 저렇게 비교해서 시음해 보고, 이런저런 안주를 만들어 페어링 해보기도 합니다. 대개는 가격대에서 퀄리티가 많이 가려지지만 이렇게 뛰어난 와인들을 두고서는 우열을 가리기가 꽤 어렵습니다. 별들의 전쟁입니다.
더 많이 마셔보고, 더 많은 사랑 나눔 놀이를 통해 좋은 와인을 추천드릴 수 있도록 사장은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