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을 처음 맛본 것은 방송사에 입사해 선배들과 함께 한 술자리였습니다. 그날도 평소처럼 2차, 3차 술자리를 물리고 해장을 한답시고 허름한 식당으로 몰려갔는데 마침 감자탕 전문점이었지요.
방송국은 새벽, 밤이 따로 없는 24시간 로테이션 근무를 하지요. 그 특성상 항상 술 마실 동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아침에 퇴근하는 숙직팀은 아침에 마감을 하면서 회식을 했고요, 밤 팀은 밤 팀대로 야간 근무를 마치고 한 잔! 요즘 같이 회식 문화가 없어진 세상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긴 합니다만....
“일단 맛을 봐라. 환상이다”
“해장에는 이게 최고다”
부추김에 따라오긴 했지만 막상 감자탕을 보자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커다란 냄비에 가득 담긴 뼈다귀, 뼈다귀, 뼈다귀…. 모두들 뼈다귀 하나씩 손에 들고 쪽쪽 빨기도 하면서 잘도 뼈를 발라먹건만 저는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젓가락으로 감자만 먹고 있었는데요.
저의 부실한 젓가락 놀림을 보다 못한 선배가 커다란 살점 하나를 내 접시에 덜어주었고 그 이후로 저는 감자탕의 ‘참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값에 비해 양도 푸짐하고 술안주, 혹은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감자탕.
만일 누군가 내게 “우리 감자탕 먹으러 갈까요?”라고 묻는다면 “난 당신에게 마음을 활짝 열었어요. 우리 격식 없이, 허물없이 맛있게 식사해요.”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함께 감자탕 먹으러 갈 분, 안 계세요?”
※재료와 만드는 법을 보고 엄두가 나지 않으신다면, 배달앱을 얼른 열고 별점 좋고 찜 많은 가게를 골라 시켜 드세요. 이 편이 빠르겠어요. 감자탕을 주문하기보다는 뼈다귀 해장국을 넉넉히 주문한 다음 한 끼 분량만큼 소분해서 냉동했다가 필요할 때 해동해서 드세요.
재료(3-4인분)
돼지등뼈 1킬로그램(등뼈 약 10개 정도), 삶은 우거지 3컵, 콩나물 반 봉지, 감자 중간 크기 4개
1. 커다란 냄비나 들통에 돼지 등뼈 삶을 때 필요한 재료를 모두 넣고 등뼈가 잠길 정도로 충분한 물을 붓고 2시간 정도 고아서 고기 뼈에서 살이 쉽게 떨어질 정도로 물러지게 삶는다. (등뼈를 삶기 전 3시간 정도 찬 물에 담가 뼛가루와 핏물을 제거해 둔다.)
처음에 우르르 끓기 시작하면 5분 정도 센 불로 계속 끓여 기름기에 잡내를 제거한다. 한 번 끓은 물은 따라 버리고 고기만 체에 밭쳐 거른다.-
2. 삶은 뼈다귀는 찬물로 깨끗하게 씻어 지저분한 것을 떼어두고 망에 받쳐 물기를 빼고 건져둔다.
3. 고기를 삶는 동안 감자도 사람 수에 맞춰 삶아둔다. (껍질을 미리 까서 고기를 삶을 때 같이 넣어 삶아도 좋지만 햇감자라면 따로 찌는 편이 맛이 좋다.)
4. 삶은 우거지를 한 입 크기로 잘라 양념을 넣고 조물 거려 무쳐놓고 콩나물도 삶아 체에 밭쳐 물기를 빼놓는다.
5. 냄비에 물 13컵에 감자탕 국물 양념재료를 섞어 삶아둔 등뼈와 감자를 넣은 후 10~20분 정도 중간 불에 끓인다. 화력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한 숟갈 떠먹어보아 국물이 진하게 우러났으면 약불에서 15분 정도 더 끓인 후 불에서 내리기 5분 전쯤 콩나물, 우거지, 어슷 썬 대파, 어슷 썬 홍고추와 다진 청양고추를 넣어 끓인 후 불에서 내린다.
5. 싱거우면 재료에 나온 분량 외의 소금과 국간장을 더 넣어 간을 맞추고 깻잎과 미나리를 썰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