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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use Oct 24. 2021

[식당 주인은 뭘 먹나?] 소주 한 병? 드루와 드루와

스테인리스 뚝배기 계란찜에 대하여

일요일 점심은 모처럼 푸짐하게 한식으로 차려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침은? 아침은 대충 빵 한 쪽이랑 커피로 때웠고요. 점심에는 서로 시간 맞추기 힘들어 한 이 주간 얼굴도 못 본 딸내미가 가게에 와서 밥을 먹는다고 해서 좋아하는 계란찜도 하느라 바빴습니다.


같은 집에 살아도 아이는 아침 일찍 학교에 가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가서 밤늦게 들어가는 저랑은 눈 맞출 짬도 없더라고요.   번갈아 주문해달라는 냉동밥도 이제 지겨운지 가게에 올테니 '밥'을 해달라고 해서 고등어도 해동해서 굽고요.

조리를 해서 한 마리씩 넣어 판매하는 가시 없는 고등어를 냉동고에 넣고 먹곤 합니다. 생고등어 사서 소금 절여 구워 먹는 맛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식당에서 한 끼 먹자고 생선 한 마리 사다가 손질하는 것도 번거로워서 한 팩씩 구워진 것을 사다 먹습니다. 핵가족화되면서 점점 더 이런 추세로 갈 것 같아요.


" 아 이거 한 마리만 있어도 소주 한 병은 그냥 마시겠다." (실제로는 '까겠다'라고 했습니다.)


'소주 한 병은' 이란  남편에게 있어서  요리가 맛있냐 맛없냐를 가늠하는 기준입니다. 그리고 말을 험하게 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소주를 마신다는 표현은 항상 저 괄호안의 표현을 씁니다. 그래야 더 맛이 나나봐요.


횟집에 가서 곁들임 반찬이 푸짐하게 나오거나, 고깃집에서 맛있는 반찬이 한 접시라도 나오면 꼭 저 말을 합니다. 나가서 먹을 때에는  옆 테이블에 다른 손님들이 들을까 봐 좀 창피하기도 하지만 제가 차린 집 밥을 두고 저 이야기를 해주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아!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분홍 소시지 부침입니다. 쪽파가 없어서 계란 물만 입혔어요.  냄새만 맡아도 행복하네요. 막걸리가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오늘은 밥반찬이니까 패스합니다.   


전을 부칠 때에는 손가락으로 하나씩 날름날름 집어먹어야 제맛입니다. 기름 묻은 손가락은 대충 앞치마나 옷자락에 쓱~.  그 맛이 전 맛인 것 같아요.

제철 채소로 담은 피클이에요. 연근, 오이, 우엉, 마늘종입니다

오독오독 낙지가 씹히는 낙지젓이랑 무말랭이 무침을 섞었어요. 참기름 코팅하고 고추 송송 썰어서 먹으면 꿀맛입니다. 몸에 안 좋다는 것들은 왜 이렇게 맛있는 건가요? 도대체... .

남편이 회사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에는 항상 손에 채소 봉지가 가득합니다. 중간에 채소 가게에서 늘 장을 봐 옵니다. 가게 열고 피클 담는 맛에 푹 빠진 남편이 항상 제철 채소로 피클을 열심히 담가줍니다. 오이, 고추, 무, 연근, 우엉, 당근, 호박 등 안 들어가는 재료가 없습니다.


너무 짜지 않고 달콤한 맛으로 잘 담가서 손님들이 좋아하세요. 특히 여성분들이 리필을 많이 요청하십니다.


  남편에게 피클 담는 방법 좀 알려달래도 안 가르쳐줍니다. 보아하니 유튜브를 열심히 보고 어디선가 배운 것 같은데... .   

제 딸은 계란찜을 좋아합니다. 저도 좋아하고요.  계란찜 하나 식탁에 올려주면 눈빛이 달라집니다. 밥에 비벼서도 먹고 국같이 떠먹기도 하고 두루 맛있게 잘 먹습니다.


아. 식당에 가서 계란찜 나오면 정말 좋은데 덜어먹을 작은 국자를 좀 같이 주었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덜어먹는 문화가 많이 익숙하잖아요.

뚝배기 계란찜입니다. 기름 발라 예열하고 간 맞추고, 뚜껑 덮어 약불에서 5분 정도면 완성이에요.


옹기로 만든 뚝배기가 뭐 어떻고 어떻고 안 좋다고 하도 그래서 스테인리스 뚝배기를 하나 샀는데요. 자그마한 것이 딱 계란찜 용도입니다. 귀엽죠.  그냥 계란찜을 하면 계란이 다 달라붙어서 나중에 설거지하면서 폭발합니다.  


처음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약불에서 예열을 오래 해서 달군 다음 계란물을 부으면 하나도 달라붙는 것이 없어요. 꼭 해보세요. (사진-맨 왼쪽)


저는 계란찜이나 콩나물국을 할 때에는 '다'로 시작하는 고향의 맛 조미료를 조금 넣습니다. 소금으로만 간을 해도 물론 맛있지만 식당에서 나오는 계란찜의 '깊은 맛'은 역시 조미료가 조금 들어가야 입에 착 감기는 맛이 나더군요.


요리책을 보면 멸치나 다시마로 육수를 내서 하라고 나왔지만 저는 성격이 급해서 '그러느니 그냥 안 먹고 말지' 싶어서 조미료를 티스푼으로 아주 조금 넣어줍니다. 조미료 싫어하시는 분은 패스하세요. (사진- 중앙)


계란찜은 뚜껑을 덮은 다음 약불에서 오래 끓여야 잘 부풀어 오릅니다. 중간에 답답증이 생겨도 절대 열어보면 안 됩니다. 푹 꺼지거든요.  저 뚜껑은 계란이 부풀어 오를 것에 대비해서 높이가 높은 모양으로 골라 산 거예요. 원래는 호떡 뚜껑입니다.  


오늘은 2인분의 계란물을 넣었지만 4인분 정도 넣으면 계란이 뚜껑을 뚫고 나올 정도로 많이 부풀어 오르죠.(사진- 맨 오른쪽)

뚝배기가 잘 달아오른 후 계란과 물을 1:1로 섞고 간을 한 계란물을 부어줍니다. (동영상- 위)

그리고 어느 정도 계란이 익어갈 때까지는 숟가락으로 저어줍니다. 몽글몽글 계란이 뭉치듯이 익어가면 불을 가장 약하게 줄이고 뚜껑을 덮어서 구수한 냄새가 날 때까지 익히면 완성이에요.


말로 풀면 어려운 것 같지만 한두 번 해보시면 금세 '아하' 하고 감이 오실 겁니다.

어렵거나 귀찮으시면 그냥 프라이로 드세요 어차피 영양가 다 똑같은데요 뭐.


뚝배기 보세요. 정말 안 달라붙었죠?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이든 뚝배기든 스테인리스 제품은 정말 예열이 중요합니다. 약불에서 충분히 예열하는 것, 안 잊으시면 돼요  


오른쪽은 소꿉장난 같은 사장의 식기 통입니다. 뚝배기 2개, 아주 작은 미니 냄비 1개, 국그릇 2개, 밥공기 2개, 수저받침 2개입니다.  양식 판매하는 와인 바이긴 하지만 사장도 먹고살아야죠. 그래서 집에서 제가 먹을 한식 그릇들이랑 수저는 챙겨와서 저렇게 다 먹고는 씻어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아!  밥 한 끼 먹고 나서 무슨 수다가 이리 많은지요. 말 맣은 사장 금세 또 배고파지겠네요.  그 배 채우려면  구절판에 신선로 놓고 한정식 차려먹는 날이 오도록 열심히 돈 많이 벌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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