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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use Jan 08. 2022

포근 포근, 오믈렛 브런치

이부자리에 앉아 먹기엔 결코 간단치 않은 브런치

사장의 주말 아침 식탁입니다. 토요일이다 보니 어쩐지 브런치가 생각나 간단하게 차렸습니다. 저기에 카페라테 한 잔을 곁들여 마시고 아침을 시작했어요.


요즘 유행하는 서양식 브런치 상차림은 보통 소시지 구이나 햄버거 스테이크 같은 요리도 곁들여져 나오는데 아침이라 간단하게 달걀 오믈렛에 샐러드 정도만 준비했습니다. 가게에서 판매하는 브런치 세트에는 디저트 치즈, 프라이드 바스켓, 과일 등등 좀 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갑니다.


서양 사람들이 휴일 아침과 점심 사이 느지막한 시간, 이부자리에 위에 잠옷 차림으로 눕듯이 앉아 먹는 식사가 브런치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카페에서 판매하는 브런치는 낮 밤을 안 가리고, 심지어 배달 브런치는 한밤중에도 판매를 하네요. 이제는  빵이랑 달걀 요리, 소시지 같은 재료를 곁들인 한 끼 양식 스타일 식사로서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브런치를 준비하면서 문득 김밥과 닮은 점이 참 많다고 느꼈습니다. 먹는 사람은 '간단하게 김밥이나 한 줄?'이라 생각하지만 김밥 한 줄 말려면 웬만한 한 상 백반 차림보다 손이 더 간다는 사실은 음식을 좀 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입니다. 브런치도 마찬가지예요.


빵 굽고, 달걀 풀어 채소 잘게 다져 넣고, 햄이나 소시지 굽고, 샐러드 채소 다듬어 소스 만들어서 뿌리고, 커피 내리고.... 손이 한두 번 가는 요리가 아니거든요. 달걀 오믈렛도 자칫하면 타거나, 너무 약불에 두다 보면 두꺼운 지단이 되기 쉽습니다.

호텔 조식 브런치 식당에서  높다란 흰 모자를 쓴 셰프 한 사람이 아예 전담해서  작은 팬에 오믈렛만 계속 만들어주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지요. 바로 만들어 먹어야 맛있고, 타지 않게 부드럽게 만들기가 꽤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맛있다고 소문난 브런치 식당에서  메인 요리, 오믈렛, 음료, 프렌치토스트와 과일 세팅 담당 등 여러 명의 요리사를 두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받을 수 있는 가격은 스테이크와 같은 메인 요리에 비해 한정적이니 참 계륵 같은 메뉴이기도 하지요.  빼자니 트렌드가 있고, 넣자니 일손이 달리는 메뉴 말이죠.

'니들은 좋겠다. 놀고 먹을 수 있어서... .'

그렇게 오늘 저는 간단한 브런치 차림으로 준비했고요. 제가 가게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집에 있는 강아지 두 마리는 어제 제가 새로 사 준 저 장난감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발로 쳐서 굴리면 연두색 통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사료가 나오도록 만들어진 장난감입니다. 무선 cctv를 켜 놓고 나오는데 계속 통을 굴리면서 놀고 있니다.


저는 부랴부랴 아침 식사하고 나면 바로 재료 다듬고, 소스 만들고, 손님 받을 준비 하느라 바빠질 텐데 개님들은 여전히 무아지경 놀면서 밥을 먹고 있습니다. 놀고먹을 수 있는 견생 팔자라더니 정말 놀면서 먹네요.


구멍에 비해 사료 알의 크기가 작아서 지금은 터진 콩자루 마냥 줄줄줄 쏟아집니다만, 강아지들은 너무너무 즐거운 모양이에요. 북어 껍질 말린 것을 간식으로 주는데 오늘은 집에 가서 그걸 좀 잘게 잘라서 강아지들 브런치도 한 번 만들어 줘야겠습니다.


날이 흐려서 어쩐지 눈이 올 것 만 같은 주말 오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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