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했듯이 내 꿈의 시작은 ‘우주’였다.
어린 시절 밤하늘을 바라보며, 인간이 그 끝을 향해 날아간다는 사실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NASA의 우주복을 입은 사람들을 텔레비전으로 보며, 언젠가 나도 저곳에 닿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현실의 무게를 배웠다. 우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막막했고, 나의 환경은 그 꿈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동경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대신 나는 방향을 조금 틀었다. '우주가 어렵다면, 적어도 하늘에 닿는 일을 하자. 하늘을 나는 기계를 내 손으로 만져보자.' 그렇게 항공정비사의 길을 선택했다.
고등학교 2학년,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을 때 그 확신은 분명해졌다. 사람들은 대부분 직접 손님을 응대하는 승무원의 모습을 바라봤지만, 나는 활주로 아래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갔다. 거대한 최첨단 기술의 복합체인 항공기 그 큰 금속 덩어리를 굴러가게 하는 복잡한 장치, 그리고 그걸 다루고 있는 사람들. 그렇게 나는 그 현장에 매료되었고, 그 이후로 줄곧 그곳을 향해 걸어왔다.
나는 항공기 정비사다. 그 시작은 비록 NASA였지만, 지금 나는 내가 만지고 있는 이 하늘의 기계가 나의 꿈과 연결되어 있음을 안다.
그렇게 시작한 길이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대부분 항공사 직원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흔히 조종사나 승무원을 떠올리지만, 항공기 정비사는 수면 아래에서 비행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존재다. 항공기가 이륙하고 착륙하기까지 수많은 순간들이 정비사들의 손 끝에서 완성된다. 결함이 생기면 그 원인을 추적하고, 시간이 정해진 비행 스케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문제를 마주하고 풀어내는 퍼즐과 같다. 여름이면 뜨거운 햇볕 아래 이글이글 녹아내릴 듯한 공항 바닥 위에 쪼그려 앉아 땀을 흘리고, 겨울이면 매서운 칼바람을 마주하며 꽁꽁 언 손으로 작은 부품을 조립한다. 태풍이 몰아칠 때에도 우의를 입고 비바람을 뚫고서 비행기 정비 작업에 들어간다. 이 모든 건 결국, 승객이 안전하게 하늘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 번은 회사의 선배에게 들은 일화가 있다. 비행기가 엔진을 시동 걸고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창 밖을 보면 정비사와 조업사들이 안전한 비행을 기원하며 모두에게 손을 흔들어 준다. 그런데 창 밖을 쳐다보던 어떤 승객이 옆에 앉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니들도 공부 못하면, 저 아저씨처럼 밖에서 고생하면서 사는 거야." 이 말을 듣고 가슴 한구석이 저릿했다. 우리는 늘 최전선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누군가의 안전을 지키고 있었지만, 어떤 이의 눈에는 단지 밖에서 고생하는 비효율적인 육체노동자로만 보일 수 있다는 현실이.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옳지 않다고 확신한다. 삶의 가치는 타인의 시선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그 일이 아니라, 그 일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다."
나는 이 말이 정비사의 삶에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느낀다. 나의 손끝 하나, 나의 판단 하나가 수백 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현장에서, 나의 하루는 늘 진중하고 의미 있다. 어떤 이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반복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매 순간이 새로운 책임과 성취의 반복이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내가 해결한 결함, 내가 조치한 부품이 하늘 위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한편이 뿌듯해진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박수를 보내주지 않아도 괜찮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세상이 뭐라 하든, 나는 내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자리가 누군가의 삶에 꼭 필요한 위치라면, 더할 나위 없다.
정비사로 일하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스토아 철학의 핵심 중 하나인 "자기 통제"다. 우리는 거세게 부는 바람이나, 세차게 몰아치는 비, 펑펑 내리는 눈 같은 날씨를 통제할 수 없다. 항공기가 언제 어디서 어떤 고장을 일으킬지 미리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비사로서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건 오직 내 판단, 내 태도, 내 손끝의 행동이다. 그것만큼은 언제나 정직하게, 침착하게, 원칙에 따라 해 나간다. "외부의 일은 우리 통제 밖에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응하는 우리의 태도는 언제나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에픽테토스의 이 말은 매일의 정비 현장에 그대로 적용된다.
삶이란 남이 살아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의 의지로 반듯이 그 자리에 서 있고, 흔들리지 않으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땀과 기름에 절여진 하루 끝에 바라보는 하늘은, 더없이 맑고 고요하다. 그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묵묵히, 그러나 누구보다도 뜨겁게 일한다.
나는 앞으로도 항공 정비사로서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고되고 힘든 순간이 매일같이 다시 마주하겠지만, 나는 그것마저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비행기를 만지는 그 손끝에, 사람들의 내일이 실려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나는 당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