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이 망치는 것은 지금이다

by 김휘성

항공기 정비사로서의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바로 정시성(On Time)이다. 우리가 맡은 비행기가 제시간에 이륙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하나의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수백 명의 승객과, 그들이 탑승하는 목적지에 대한 약속이다.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람들의 일정은 꼬이고, 공항은 혼잡해지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지연은 공항 운영과 승객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한다.

결국, 시간에 대한 정확한 준수는 정비사의 일에서 가장 민감하고 까다로운 부분이 된다.


나는 매일 공구를 잡고 작업을 하며, 항상 시간이라는 압박과 함께 일한다. 각종 결함을 수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한 후에는 반드시 그 시간에 맞춰 비행기를 비행에 투입시켜야 한다. 다만 여기엔 늘 조급함이 따라다닌다. 시간이 부족하면, 작업을 빠르게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고, 그로 인해 한순간 마음이 급해지며 손끝이 조금 더 조급해진다.

하지만, 그렇게 조급해할수록 문제는 더 커진다. 우리가 시간에 쫓겨 서두르면 실수는 더 많이 발생하고, 그러면 결국 모든 일이 엉망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조급함과 싸워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시간과의 전쟁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침착함을 유지하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바쁜 업무 속에서 침착하게 일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내가 일하는 현장에서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누구나 조급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비사가 해야 할 일은 한 가지다. 그것은, 차분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럴 때 나를 돕는 것은 주변 동료들과 선임자들의 역할이다. 선임자들은 나의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차분하게 문제를 바라보게 해 준다. 그들과 함께 하는 공간에서, 나는 다시 한번 그 순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각 단계마다 냉정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또한 같이 일하는 동료를 믿고 절차를 복기하며, 함께 문제를 풀어나간다. 그렇지만, 선임자나 주변 동료가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오직 나 자신만이 이 조급함과 직접 싸워야 한다.


이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늘 스토아 철학에서 배운 자기 통제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우리는 외부의 일에 대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고, 다만 그에 대한 우리의 태도만을 통제할 수 있다”라고 가르친다. 이를 정비사의 일로 바라보자면, 우리가 외부 상황 즉, 비행기의 결함, 날씨 변화, 승객들의 불안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직접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반응이다.

비행기를 정비하는 일에서,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긴다. 날씨가 갑자기 악화되거나, 예상치 못한 결함이 다시 발생하는 등, 우리는 모든 상황을 100%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의 태도와 반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그 결과를 결정짓는다.


조급함이 망치는 것은 지금이다

우리는 자주 미래를 생각하며, 시간에 쫓기게 된다. 직장에서 우리가 시간에 맞춰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 일이 당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아 철학에서 말하듯,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지 않으면, 우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과거에 대한 후회 속에서 살아갈 뿐이다.

정비사로서, 나는 항상 시간에 쫓긴다. 고객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비행기의 결함을 수리해야 하며, 그로 인해 나는 종종 마음이 급해진다. 그러나 내가 그 순간에 너무 조급해하면, 일의 품질이 떨어지고,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에 쫓긴다’는 말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감정을 내포한다. 시간에 쫓기면 나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며, 결정을 내릴 때도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스토아 철학의 관점에서는 불안은 외부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즉, 내가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감정은 나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내 마음을 통제하고 차분히 반응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외부 상황도 나를 흔들 수 없다. 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의 자원이다. 이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다. 시간에 쫓기며 불안에 시달리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시간을 잘 사용하는 방법이다.

나는 이 철학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려 한다. 일이 밀려 있거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차분하게 한 걸음 물러서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불안을 느끼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며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란 걸 알게 된다.


결국 우리는 조급함을 없앨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시간을 쫓기고, 불안을 느끼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당황할 때, 우리는 그 속에서 자기 통제를 유지하며 평온을 찾을 수 있다.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오늘 이 순간에 집중할 때, 시간은 나를 휘두르지 않게 된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 나는 오히려 더 정확하게 일할 수 있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조급함은 시간을 망친다. 침착함이 시간의 진정한 주인이 된다.

오늘의 나는 지금을 위해 살아간다. 시간에 쫓기는 일상 속에서, 나는 오늘의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한다. 시간의 압박 속에서, 침착하게 나의 일에 집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완벽하게 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스토아 철학에서 말하는 내면의 평화이고, 자기 통제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항공 정비사로서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