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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인지의 최소 조건 : 빛

열세번째 이야기

by framemike

공간을 인지하기 위한 최소의 조건은 무엇인가. 공간을 구성하는 벽, 지붕, 바닥일까. 실제로 벽, 지붕, 바닥 모두 공간의 구성 요소다. 하지만 이들이 공간을 ‘인지’하기 위한 최소의 조건인가에 대해서는 답이 되지 않는다.



정답은 빛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빛이 없다면 공간을 인지할 수 없다. 공간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빛을 먼저 인지해야 하고, 빛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어둠을 인지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철저한 어둠을 경험한 적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밤에, 혹은 잠을 잘 때도 미세하지만 소량의 빛은 존재한다.


시청거리_Crop.jpg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일몰 직전은 골든 아워(Golden Hour)라 불린다.



빛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아티스트 James Turrell, 공간의 경험에 대한 Olafur Eliasson의 작품을 보면 그들은 이미 공간 인지의 최소 조건이 빛이었음을 아는 듯하다. 지난 4월부터 piknic에서 진행한 전시 <Mindfulness>에 참여한 fabrikr의 「空間」 또한 이에 대한 답을 말한다. 앤트러사이트 연희점의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소량의 빛만 존재하는 통로를 지나 빛이 가득한 공간을 마주한다. 이내 암전. 그리고 다시 빛의 등장. 짧은 순간이지만 어둠을 통해 빛을 인지하고, 그 빛을 통해 공간을 인지할 수 있었다.



무언가의 존재를 깨닫기 위해서 먼저 그 무언가의 부재를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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