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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Sep 16. 2020

파도에 관하여

열네번째 이야기

서핑을 배우면서 들은 말이 있다.



한 파도는 한 사람만 탄다.







서핑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헤엄쳐야 한다. 파도가 치지 않는 곳까지 가야한다. 잔잔하게 울렁이는 보드에 앉아 수평선을 응시한다. 수평선은 일직선이다. 기다리다 보면 일직선이었던 수평선에서 작은 일렁임이 보인다. 파도다.



다시 보드에 누워 패들링을 한다. 있는 힘을 다해 팔을 돌린다. 수시로 뒤를 살피며 파도가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살핀다. 옆에 다른 사람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파도가 내 발을 스칠 때, 테이크오프. 보드 위에 손을 올리고 상체를 세운다. 하지만 이내 그러고 끝. 이번 파도는 넘긴다.



파도가 너무 셌거나 약했을 수도 있다. 내 속도가 파도의 속도와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먼저 파도를 탔을 수도 있다. 어찌됐든 이 파도가 내가 탈 파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근육이 쑤실 정도로 패들링을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아니면 마는거다.


수평선을 바라보면 수평선만이 가져다주는 잔잔함이 있다.


다시 파도가 치지 않는 곳으로 돌아간다. 수평선 너머를 기분 좋게 바라본다. 

다음 파도를 기다리며. 나랑 맞는 파도를 기다린다. 

한 파도는 한 사람만 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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