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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Sep 16. 2020

운명과 자유의지에 관하여

열여섯번째 이야기


군입대를 앞두고 그 동안 자주 만났던 사람들, 자주 만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사람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다들 나에게 한마디씩 했다. 잘 다녀와라. 몸 건강해라. 편한 맘으로 다녀와라. 흔한 말이었지만 다 고마운 말이었다. 그러다 평소에 많은 영감을 주던 형이 말했다.



나는 운명을 믿어. 그러면 편하거든



남들이 보기에는 전혀 가볍지 않은데 본인은 가볍다고, 진지한데 진지하지 않다고 하던 사람이 또 굉장히 모순적인 말을 했다. 삶에 있어 굉장히 의지적인 형이기에 본인은 운명론자라고 하는 말이 어이가 없었다. 물론 내가 그 형을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저 말은 좀 충격적이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느냐. 어려운 문제다. 신은 되어봐야 그 문제에 대한 힌트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에서처럼 나는 사실 신이 움직이는 말 하나에 불과한 건 아닐까. 그 사실을 알면 혼란스러움과 무기력감이 나를 압도할 것 같다. 그럼에도 가끔은 모든 게 정해져 있고, 나는 그저 그 계획을 따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운명과 자유의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해되지 않던, 지금은 조금씩 알아가는 ‘운명’이라는 것에 대한 태도로서 

아래의 글이 나름의 답이 되길 바란다.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설령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어도,
스스로 내리는 선택에 의미가 있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이 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당신이 무엇을 믿느냐이며,
이 거짓말을 믿는 것이야말로 깨어 있는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문명의 존속은 이제 자기기만에 달려 있다.
어쩌면 줄곧 그래 왔는지도 모른다.


                                                                                                      Ted Chiang _「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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