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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Sep 16. 2020

크고 작은 것에 관하여

스무번째 이야기


1은 2와 같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잘 알려진 ‘증명’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런 정의로 시작된다. “a=1, b=1이라고 하자.”
그리고 a=2a, 즉 1은 2라는 결론으로 끝난다.
증명 과정 중간쯤 눈에 안 띄게 숨어 있는 것은 0으로 나누기이다.
그 시점에서 이 증명은 벼랑 너머로 한 발을 내딛으며 모든 법칙을
무효로 만들어버린다. 0으로 나누는 것을 인정한다면 1과 2는 같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두 개의 수도—실수이든 허수이든, 유리수이든 무리수이든—같다고
증명할 수 있게 된다.


                                                                                                             Ted Chiang, 「영으로 나누면」 중에서





‘0’은 묘한 수다. 0은 적음을 상징하는가, 아니면 무(無)를 의미하는가. 0에게 1은 하나만큼 많은 것인가, 또는 무한대와 같을까. 0 더하기 1은 1이지만, 0에 0을 아무리 더하거나 곱해도 1은 될 수 없다. 또, 「영으로 나누면」에 나오는 ‘증명’처럼 0은 어떠한 두 수도 같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큰 수이기도 하다. 존재하는 그 어떤 수보다 0은 무한대와 가까운, 밀접한 존재다. 0은 작지도, 크지도, 있지도, 없지도 않은 신기한 수다.



크고 작음은 상대적인가, 절대적인가. 크게 느껴지던 것이 작아 보이기도 하고, 작게 느껴지던 것이 크게 보이기도 할 때가 있다. 일상 속 많은 것들이 상대적으로 바라봐야할 때 절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역도 마찬가지이다. 상황에 따라 그것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균형이 중요하다.


때로 작지만 큰 것이 있고, 크지만 작은 것이 있다.



음과 양, 그 사이에 0이 있다. 

0은 음양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며, 무(無)의 상태이다. 

크고 작음. 그것은 무(無)의 상태에서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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