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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Sep 16. 2020

주관성과 객관성에 관하여

열아홉번째 이야기


건축과 무관한 삶을 살았던 내게 건축학과의 과제는 이해 불가였다. 모티브가 되는 무언가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재해석하는 것이 초기 과제의 목표였다. A를 관찰하고, A’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단, A와 무관한 B를 만들면 안될 뿐이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았다. 나는 A’라고 생각하고 만든 것을 교수님은 B라고 하거나, 너무 A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하기 일쑤였다. 더불어 너무 주관적이라고 하기도 하고, 내 생각이 들어 있지 않다고도 말하기도 했다. 나보고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건지… 같은 과 학생들이라면 한번쯤 겪어 봤을 흔한 경험이다.



학기가 끝나고 당차게 교수님 사무소까지 찾아가서 대뜸 물었다.




건축에 있어서 주관성과 객관성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객관적으로 접근하면 주관적이어야 한다고 하고, 주관적으로 접근하면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하니 돌이켜보면 참 답답했던 모양이다. 교수님은 이 어이가 없는 질문에 들어보지 못한 답을 해주셨다.




나도 학생 때 이런 질문을 내 지도교수께 드린 적이 있어.
그 교수님 말로는 세상에 객관적인 건 없다더라.
다 주관적이고, 다만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할 때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포장하는거라고.


사실 세상이 그렇게 객관적일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7월 중순, 올해의 젊은 건축가상 심사가 열렸다. 이는 유튜브로 생중계되었으며, 나는 심사가 끝난 뒤 녹화 영상을 돌려보았다. 건축가로서의 질문, 색채, 가치관, 그리고 집요함 등 다양한 주제가 언급되었다. 건축가에게 타협은 현실일까. 지나친 작가 의식은 지양하면서도 작가 의식에 대해 끊임 없이 되묻는 심사의원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심사를 받은 팀들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많은 질문거리를 던져 준 심사였다.



작년 젊은 건축가상의 키워드는 질색이었다면, 올해는 색채였다. 지금까지 어떠한 배경 속에서 나왔으며 앞으로 어찌될 지 모르는 색채.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어떠한 환경 속에서 자랐는지는 나의 색채에 영향을 줄 것이다. 마치 모 건축가가 유년 시절 자주 갔던 할머니 집에서 봤던 항아리의 거친 표면이 매끈하지 못한 자신의 건축과 닮았다고 얘기한 것처럼. 물론 실제 유년 시절의 경험이 현재의 조형적 언어와 물성에 대한 접근 방식에 영향을 주었는지, 아니면 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끌어낸 경험인지는 모르겠다. 전자이든 후자이든, 건축가에게는 본인도 모르게 색채가 묻어난다. 그 색채가 미숙하더라도 그 미래가 조금이나마 더 궁금했던 팀이 수상을 했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다시금 질문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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