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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Sep 16. 2020

한국적인 것에 관하여

열여덟번째 이야기


무엇이 한국적인가






우리나라에서 건축을 공부하지만 정작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대답을 해본 적은 없었다. 공간에 대해 상상할 때 ‘한국적인 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시작하지 않아서일까. 개인적 정체성과 근원에 대한 질문으로써 국가의 개념을 이용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다. 과거 없이는 현재도, 미래의 모습도 그려질 수 없다는 사실로서 말이다.



이전 세대는 가능할 수 있지만 내가 속한 세대는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생활의 방식으로 체험하진 못했다. 현재 많은 건축물에 도입된 ‘마당’‘차경’의 개념을 몸소 느껴보려면 국가 유산으로 지정된 고궁이나 서원, 그리고 오래된 사찰에나 가봐야 했다. 사실 그것 마저도 수학 여행이나 답사의 형식으로 잠시 본 것이 끝이다. 내가 경험한 건축은 판상형 혹은 타워형 아파트, 빌라 단지, 주상 복합, 학교와 학원, 병원이나 상업 시설로 가득한 상가 건물이 주를 이룬다. 기성 건축가들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마당과 차경은 내가 경험한 ‘한국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전통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은 별개로 봐야한다.



같은 질문으로 시작한 지인의 졸업 전시 주제는 골프 연습장이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축 양식에 대한 고민 끝에 초록색 망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 골프 연습장만이 외국에서도 볼 수 없던 건물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외국에서 건축을 공부한 친구는 유교적 문화 의식 속에서 음지 속으로 몰아내는 사회의 부정적 모습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한때 일어났던 학업 열풍의 중심지이자 신도시에서, 식당을 가려면 도보로 15분을 걸어야 했던 시골에서, 직장인과 학생들로 넘쳐나는 강남에서 내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 내가 경험한 한국은 스펙트럼이 다양했다.


'한국적인 것'을 고민하는 것은 혼란스러운 변화 속에서도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함일 것이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무엇이 한국적인지에 대한 정확한 질문조차 못하는 상황이지만, 해외 유명 건축가들은 백자, 단청, 왕과 왕비 등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한국적인 건축의 모습을 피력한다. 주택 수요의 해결책으로서 나타난 신도시에서 사는 사람들, 학교, 학원, 독서실에서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한국 학생들, 낮과 밤이 극명하게 다른 업무 지구와 주거 지구를 오가는 사람들. E-Book과 대형 서점, 그리고 점점 낮아지는 독서율에 따라 새로운 생존 방법을 모색하는 독립 서점과 지역 도서관들. 이들에게 더 좋은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상상이 내가 경험하고 관심 있는 ‘한국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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