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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Dec 19. 2020

마이클 조던 : 더 라스트 댄스

마흔세번째 이야기


NETFLIX ORIGINAL, 「마이클 조던 : 더 라스트 댄스」의 내용을 다룹니다. 



흔히 스포츠계에는 ‘신계’와 ‘인간계’가 있다. 축구로 치면 과거에는 펠레와 마라도나, 현재에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그 ‘신계’에 속한다. 그래서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OOO의 시대에 살고 있다.’라는 표현이 흔하다. 농구에서는 마이클 조던이 유일한 신이다.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그리고 제임스 르브론까지 이어지는 계보가 존재하지만, 언제나 No.1의 자리는 조던이다. 그는 그 존재 자체가 농구이고, NBA이고, 역사이며, 미국의 문화, 혹은 그 이상의 문화와 가치의 아이콘이다. 



첫번째 NBA 경기 직관

내가 NBA를 처음 본 건 2017년 겨울, 미국에 갔을 때였다. LA Staples Center에서 홈팀 LA Clippers와 당시 NBA를 휩쓸고 있었던 Golden State Warriors의 경기를 직관할 수 있었다. 농구에 대해 문외한이었지만 같이 여행을 갔던 친구가 농구 팬이어서 그냥 편한 마음으로 경기장에 갔던 거 같다. 그 큰 경기장 밖에는 사람들이 홈팀과 원정팀의 유니폼을 입고 입장을 기다렸다. 페인트 통으로 드럼을 치는 사람도 있었고, 저글링, 마술 등의 공연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Clippers와 Lakers 모두 LA를 연고로 하는 팀이라 Staples Center를 홈 경기장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Clippers의 경기를 보려고 갔지만 Lakers의 레전드 매직 존슨과 카림 압둘 자바의 동상을 볼 수도 있었다. 한 경기장에서 두 개의 팀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우리가 구한 티켓은 싼 티켓이라 좌석은 경기장 거의 맨 위쪽에 있었지만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아 이게 미국 농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DJ가 틀어주는 힙합 노래에서 웨스트코스트 특유의 바이브가 느껴졌다. 농구 경기장이 아니라 클럽이라고 해도 믿을 만했다. 등번호 30번을 달고 나온 선수가 나오자 친구는 ‘저 선수가 스테판 커리야.’라고 했다. 스테판 커리는 양궁 농구(3점슛을 메인 게임 플랜으로 하는 트렌드)의 시초였다. 옛날에 같은 NBA 선수 동생 세스 커리와 함께 무한도전에 출연하기도 했다. 준비 운동이 끝나고 경기가 시작되자 정말 빠른 속도로 공격과 수비가 이루어졌다. 화려한 덩크, 빠른 패싱, 그리고 커리의 3점슛까지. Clippers의 홈이라 수비 때는 ‘Defense’를 외치는 소리도 상당했다. 커리는 3쿼터까지 45득점을 하고, 4쿼터는 벤치에 앉는 ‘조기 퇴근’을 했다. 정말 화끈했다. 그 이후로 한국에 돌아와서 낮에 시간이 되면 NBA 경기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Staples Center는 공연장이라고 해도 될 만했다. 미국에 다시 간다면 NBA 경기를 꼭 볼 것이다.



NEFLIX ORIGINAL 「마이클 조던 : 더 라스트 댄스」


올해 봄, NEFLIX에서 「마이클 조던 : 더 라스트 댄스」 에피소드를 매주 공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스테판 커리의 경기를 보고 NBA 팬이 되었는데, ‘올타임 넘버원’이라는 마이클 조던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했다. 신기하게도 「마이클 조던 : 더 라스트 댄스」는 조던의 Chicago Bulls가 5번째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후인 97-98 시즌부터 시작한다. 시간 순행적인 구성이 아니라 Bulls가 팀 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의 이야기부터 다룬다. 구단 내 최고 결정권자인 단장과 감독의 갈등, 그리고 이 상황이 빚어낸 팀의 아이콘 조던과 단장의 갈등. 조던, 스카티 피핀, 그리고 데니스 로드맨의 이야기를 다룬다. 막 다섯번째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팀의 구성원을 사업적인 접근으로 해체하고, 이를 여섯번째, 마지막 챔피언십 타이틀로 종결하고자 하는 마이클 조던, 필 잭슨, 스카티 피핀, 데니스 로드맨의 이야기다. 그 종지부가 그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이자 ‘The Last Dance’였다. 


NETFLIX ORIGINAL, MICHAEL JORDAN : THE LAST DANCE


조던을 '조던'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까지 나는 그저 조던을 천부적 재능의 농구 선수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주 에피소드를 하나씩 보면서 조던의 인생과 그의 철학을 배울 수 있었다. 조던을 조던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그의 천재적 재능만이 아니었다. 그는 승부사였고, 리더였다. 동전 던지기에도 내기를 할 정도로 매사에 승부욕이 있었다. 농구 선수지만 골프 내기를 즐겨했고 도박도 했다. 그래서 조던을 시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조던은 늘 농구 선수로서 필드 위에서 그의 가치를 증명했다. 팀원들과 연습할 때는 트래쉬 토크(Trash Talk, 신경전을 벌이기 위해 경기 중 던지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모두 최고의 팀은 혼자만으로 이뤄낼 수 없다는 조던의 믿음 때문이었다. 팀원을 자극했고, 승부욕을 북돋고, 최고가 되길 바랐던 그였다. 경기 중에 자신의 플레이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누구보다 팀원을 믿었다. 그는 리더였다. 현재 NBA 챔피언십을 타이틀을 들어올릴 수 있는 선수의 자질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이러한 리더십이다. 개인의 역량은 물론 강한 멘탈리티, 승부사 기질, 그리고 리더십이 지금의 ‘조던’을 만들었다. 



조던의 선수 시절과 은퇴 이후는 사뭇 다르다. 현역 시절 그는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었다. 조던이 신었던 ‘나이키 에어 조던’은 ‘이것만 신으면 나도 날 수 있어’ 같은 환상을 심어주었다. 가정 환경이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농구 하나만으로 성공하고, 온 가족을 부양하기도 하는 NBA 선수들처럼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어’라는 표어의 선봉에 있던 사람이 조던이었다. 물론 배경이 좋았던 선수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조던을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 여겼던 만큼, 조던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길 바랐다. 하지만 선수 시절 그는 자신은 농구 선수일 뿐이라며 농구에만 전념하겠다고 했다. 인종 차별이 지금보다 더 심했던 20년 전의 상황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 그는 그저 필드 위의 선수이기를 원했던 것 같다. 은퇴 이후, 최근 행보를 보면 그는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등 사회적 기여에 관심을 쏟는 듯하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느꼈지만 조던은 농구 선수이기에 앞서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마이클 조던의 마지막 경기, 마지막 슛



NBA는 동부 컨퍼런스와 서부 컨퍼런스가 있어 동서부 각각의 리그에서 우수한 몇 팀을 뽑아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행한다. 그리고 각 컨퍼런스 파이널의 우승팀끼리 챔피언십 타이틀을 두고 경기를 진행한다. 이 타이틀을 따내면 우승반지를 주는데, 한 선수의 업적을 평가할 때 이 링(ring)의 개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에 더해 리그 MVP, 파이널 MVP까지 고려한다. 조던은 여섯 개의 우승반지를 갖고 있으며, 다섯번의 NBA MVP, 여섯번의 파이널 MVP를 받았다. 그는 화려한 공격력으로 인정 받고 있지만,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가 최고의 수비수였음 또한 알고 있다. 에어 조던 신발이 지금까지도 왜 그렇게 인기인지, 조던이 베이브 루스와 무하마드 알리와 함께 스포츠 스타 이상의 가치를 갖는 유일한 선수인지. NETFLIX ORIGINAL, 「마이클 조던 : 더 라스트 댄스」는 그 이야기를 담아냈다. 


조던은 개인을 넘어 역사이고, 문화이며,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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