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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Dec 24. 2020

빨간맛 하우스 오브 카드,
순한맛 지정생존자

마흔다섯번째 이야기

NETFLIX ORIGINAL, 「하우스 오브 카드」와 「지정생존자」의 내용을 다룹니다. 



지도자의 모습 : 빨간맛 하우스 오브 카드, 순한맛 지정생존자

백악관은 흔히 자유주의 진영의 권력 최고층으로 묘사된다. ‘백악관과 대통령 지키기’는 할리우드 영화와 미드의 오래된 주제이기도 하다. 현실에서도 그렇듯이 백악관에서 나오는 말은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얼마 전, 미 대선이 있을 당시에도 모든 나라가 대선 상황에 촉을 세웠던 것도 그러한 이유다. NETFLIX ORIGINAL, 「하우스 오브 카드」와 「지정생존자」는 프랭크 언더우드와 톰 커크먼의 백악관 입성기를 다룬다. 하지만 같은 위치에 다가가는 두 사람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하우스 오브 카드」가 빨간맛이라면, 「지정생존자」 순한맛 정도 되는 것 같다. 


NETFLIX ORIGINAL, 「하우스 오브 카드」와 「지정생존자」


「하우스 오브 카드」


정치인 프랭크 언더우드

「하우스 오브 카드」 제목에서 나오는 ‘House’는 미국 하원을 뜻하는데, 이는 드라마 내의 주 배경이 된다. 하원은 상원과 함께 입법 기구의 주축을 맡고 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vote)’다. 아마 현실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을 듯이, 드라마는 표는 공짜가 아님을 당연하게 묘사한다. 하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표가 필요하고, 이는 그저 거래의 통화일 뿐이다. 프랭크는 그런 표를 가장 잘 끌어 모으는 하원 의원이다. 국무 장관을 약속 받았지만 대통령과 비서실장에게 팽 당한 그는 자신의 입맛대로 국무 장관 예정자를 바꾼다. 모두 이해관계에 있는 다른 의원, 기업, 그리고 언론과의 뒷거래 덕분이다. 의원에게는 더 높은 자리를, 기업에게는 이윤 창출을 위한 정책을, 언론에게는 가십을 던져주고 그들의 환심을 산다. 표는 그저 그 환심, 헌신, 복종의 표상일 뿐이다. 무엇이 정치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을 수 있겠지만 그는 정치인이다.



드라마의 모든 장면이 정치적이다. 

클레어 언더우드는 NGO를 이끄는 사업가이자 프랭크 언더우드의 아내다. 그녀는 프랭크 만큼이나 야망이 있는 사람이다. 부부이지만 거의 권력을 위한 동업자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클레어는 앞에서는 남편을 지지하지만 뒤로는 본인의 사업을 위해 프랭크를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부부의 권력 쟁취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본인의 의도적 실수를 다른 방법을 총동원해서라도 보상하고자 한다. 정치적 상황에 있어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클레어는 프랭크에게 무심히 던지는 말들이 있다. 말을 하다가 말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침실에서 국내외 정치 상황에 대해 의견 대립이 있다가 남편의 전문성을 편 들어주면서도 이내 말을 멈추고 불을 꺼달라고 한다. 그러한 행동 하나하나가 사실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고단수의 모습으로 보인다. 



또 이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가 프랭크 언더우드만이 시청자에게 말을 건넨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협상을 벌이다가 갑자기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본인의 저의를 드러낸다. 협상의 속셈, 사람을 구슬리는 방법,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평가를 말하기도, 그리고 가끔 욕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출 장치는 프랭크의 표리부동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실제로 어떠한지와 다르게 어떻게 보이느냐도, 혹은 실제보다 더 영향력이 있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그렇기에 능청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시청자에게만 이야기 하는 모습이 더 프랭크답게 보인다. 


프랭크 언더우드가 카메라를 바라보는 장면


돈과 권력의 상관관계

작중 프랭크와 다른 인물들은 지속적으로 돈과 권력, 그리고 표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정책 입안을 위해 로비를 하는 로비스트의 활동이 합법적인 미국의 정치 상황 때문에 그런 상황을 지속적으로 묘사한다. 프랭크의 비서관으로 일했던 레미 댄튼은 정치권에서 로비스트로 전향한 케이스다. 그는 시즌이 좀 진행된 후에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권력은 지속하는 동안만 돈보다 세지. 하지만 절대 지속되지 않아.



프랭크는 로비스트가 되어 자신을 압박하는 레미를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비서관으로 일했던 8년 동안 프랭크의 집 안으로 들어와본 적이 없었던 레미였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의 상황에서 집 안에 들어온 레미의 모습은 돈과 권력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또 선거 유세 자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프랭크의 모습을 보면 돈과 권력은 서로 참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중적이고, 무섭다. 



「지정생존자」

뜻하지 않은 권력, 톰 커크먼 


지정생존자

미국에서 의회 연설 등과 같은 공식 행사에서 테러나 재난 등의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대통령과 부통령 등 대통령직 승계자들이 변을 당할 경우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사람을 말한다.


톰 커크먼은 도시 건축가 출신의 권력 구조 최말단의 도시개발부 장관이다. 의례적인 순서로 톰은 지정생존자가 된다. 커크먼은 코넬대 후드 집업을 입고 격리된 장소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국회가 폭파되었다. 그렇게 커크먼은 국회와 행정부가 하룻밤에 사라진 미국의 최고 결정권자가 된다. 재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모인 지하실에서 커크먼은 혼란에 빠진다. 그는 화장실에서 토를 하는 걸 연설문을 작성하는 세스 라이트에게 들키게 된다. 사실 세스는 토를 하는 사람이 커크먼인지 모르고 이 심각한 상황의 최고 결정권자가 무능력한 장관이라고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커크먼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교황」의 콘클라베에서 한 추기경이 후에 교황이 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플라톤의 말을 전한다.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지도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 것이다.



톰 커크먼의 상황은 좀 다를 수 있지만 그 역시 대통령이 되길 바란 적은 없다. 이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프랭크 언더우드와는 상반되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위치에서 자신의 기지를 발휘한다. 절망에 빠진 국민과 나라를 일으키고자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선거를 통해 선택되지 않았고 행정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내각에게 무시를 당하지만, 그는 결국 그들의 마음을 얻어낸다. 그는 플라톤의 말에서 나오는 지도자의 덕목을 갖췄다.


폭파 현장에서 말을 하는 톰 커크먼


지도자의 주변 사람들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지도자만큼 주변 사람들이 중요한 사람도 없다. 어떠한 일도 혼자 할 수 없다. 각자의 지식과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모르는 부분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에 더불어 도움을 주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본인이 특출하다고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해서 일을 그르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톰 커크먼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장관 시절부터 보좌관이었던 에밀리 로즈, 전임 대통령의 비서실장 애런 쇼, 그리고 그를 믿지 않았던 세스 라이트가 그렇다. 



톰 커크먼과 그의 조력자 3인방의 정치는 프랭크 언더우드의 정치와는 다르다. 협상 테이블에서도 출세와 돈을 카드로 사용하지 않고, 논리와 옳은 선택의 정당성을 기반으로 협상에 임한다. 그들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가졌다. 그렇다고 톰 커크먼이 항상 뜨거운 가슴으로만 정치에 임하는 것은 아니다. 강경하게 나가야 하는 상황 속에서는 강단 있게 선택을 하기도 한다. 너무 순진한 것일까. 이런 그들에게 호감이 생긴다. 아마 지정생존자를 본 팬들도 그런 감정이 있을 것이다. 


톰 커크먼과 그의 조력자들


Thank you. And God bless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두 지도자는 백악관에서 연설을 마칠 때마다 같은 말을 외친다. 같은 자리, 같은 말이지만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둘이 다른 유형의 지도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집단 속에서 살아간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이치인 듯하다. 어떠한 이유로든 지도자가 생기고 필요한 시점이 오기도 한다. 100%의 마음으로 지도자를 원하고 지지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지도자의 존재는 필요하다. 「하우스 오브 카드」와 「지정생존자」는 그런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정치와 지도자의 모습은 어떠할 지 가늠조차 못하겠지만, 이 두 드라마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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