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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Dec 30. 2020

생의 의지로 가득했던 한 해였음을

마흔여섯번째 이야기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매년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였으나 2020년은 하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회사 최초로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매년 하던 새해 다짐도 많은 부분 물거품이 되었을 것입니다. 사업 확장의 꿈도, 취업의 꿈도, 여행의 꿈도 한 해 동안 꽁꽁 얼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저 또한 이루지 못한 꿈이 많습니다. 두바이에 가서 세계 엑스포를 보고, 겨울에는 일본에서 스키장을 가려고 계획했습니다. 모두 일년 전에 생각했던 일입니다. 하지만 그 누가 이런 상황을 예상했겠습니까.



모든 것을 짚어낼 수는 없겠지만 올해의 기억을 파편적으로 떠올려봅니다. 이 상황이 막 시작했을 겨울 무렵, 마스크를 굳이 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상황이 악화되어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집단 감염과 함께 종교 문제, 젠더 문제, 계층 문제 등의 사회적 낙인에 대한 담론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특정 지역의 집단, 문화, 도시 조직 등 지역성에 대한 고찰도 중요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모일 수 없었고, 삶의 공간은 제대로 기능할 수 없었습니다. 학교, 회사, 시장, 그리고 식당까지 모두 변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능도 연기되었습니다. ‘언택트’라는 사상초유의 상황 속에서도 물자 운송을 담당하는 곳은 쉴 수 없었습니다. 과부화는 결국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지역 내 확산은 결국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 확산으로 변모했습니다.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졌고, 몇몇은 긍정적이었지만 다른 몇몇은 의구심을 멈출 수 없기도 했습니다. 그 속에서 지도자의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동일했습니다. 현재는 모두 지칠대로 지친 상태로 백신과 치료제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불편함도 많았지만 사실 그 속에서 모두 생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가 필요했는데, 이가 없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는 태블릿을 구해 학생들에게 대여해주었습니다. 식당은 배달이나 포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자영업자 또한 비대면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사업의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회사들은 화상 회의 시스템을 통해 멀리서도 업무를 이어갔습니다. 회사들은 지역 거점 공유 오피스를 새로운 트렌드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의료계와 보건 당국, 연구 기관은 빠른 진단 시스템과 역학 정보 추적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모두 악조건 속에서도 적응하고 변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진, 독서, 그리고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사진은 많이 찍었지만 디지털 카메라로 찍기 시작한 건 올봄이었습니다. 그동안 핸드폰으로 찍었던 사진과 올해부터 찍기 시작한 디지털 카메라 사진을 비교해보니 제 취향이나 시선도 많이 바뀐 듯 합니다. 그간 읽지 않았던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새로 구입한 책으로 찬 책장을 보면 이제서야 제 취향을 따라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제 스스로 감사합니다. 부유하고 허무맹랑하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직도 물리적 실체를 갖기에는 멀었지만 응어리가 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을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아직도 물리적 실체를 갖기에는 멀었지만 응어리가 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많은 변화 속에서도 변화하지 못했거나 이에 적응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소외되는 계층은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이는 사회적 단절의 문제였습니다. 최욱 건축가는 올해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세대 간에  차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전 세대의 상황은 지금과 너무 상이하여 현재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의 경험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올해는 전 세대가 함께 공유하는 경험이 생겼습니다. 이는 세대의 문제 뿐만 아니라, 지역과 다양한 사회적 집단에도 해당될 것입니다. 그의 말대로 공통의 경험은 우리에게 더 큰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공통의 경험은 우리로 하여금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 길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2020년이 슬픔과 고통보다는 생의 의지로 가득한 한 해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해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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