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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Jan 16. 2021

우리는 왜 언더독 강백호에 열광하는가

쉰한번째 이야기



늘 그렇듯이 무료한 시간이 나날이 이어지면 ‘정주행’을 시작한다. 정주행은 꽤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에피소드가 많으며, 그 많은 에피소드를 짧은 시간 안에 처음부터 몰아보겠다는 의지의 표출이기 때문이다. 특정 작가 혹은 연출진의 장기간에 걸친 노력의 역사를 한 번에 흡수하겠다는 욕심이기도 하다. 또 정주행의 의지를 다짐하게 만드는 작품들은 대개 명작인 경우가 많다. 나는 보지 않았지만 남들은 극찬하던 작품, 언젠가는 한 번쯤 보겠다고 내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작품, OTT 서비스 프로그램에서 AI가 이끄는 추천 작품 등 다양하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고 혹자는 의문을 품을 수 있겠다. 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 글은 만화 「슬램덩크」의 내용을 다룹니다. 


만화 「슬램덩크」


「슬램덩크」의 강백호는 중학생부터 이름을 날리던 양아치였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한 눈에 반한 소연이가 “백호는 농구를 잘 하겠다.”라는 말에 농구를 시작했다. 몸 쓰는 거 하나는 자신 있었기에 체력과 운동 신경으로 고교 농구 1인자가 되어 소연이와 잘 해볼 생각만 하는 백호다. 높은 점프력, 강인한 체력, 포기하지 않는 열정으로 시합에 임하지만 농구의 룰을 모르고 기본기가 부족해서 처음에는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그 와중에 소연이가 짝사랑하는 서태웅은 백호와 같은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합에서 북산고의 주 득점원으로 에이스 역할을 한다. 백호는 그런 태웅을 기필코 이겨야 할 라이벌로 삼는다. 백호와 태웅은 그렇게 고교 1인자를 목표로 질주한다.



백호는 운동 능력은 좋지만 농구를 해본 적이 없기에 다른 농구부원이 연습 경기를 할 때 드리블과 공을 잡는 연습만 주구장창 한다. 소연이가 말해준 기술인 슬램덩크를 시도하지만 반칙을 하거나 공이 림(농구 골대)에 맞고 튕겨나가기 일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산고는 그를 주전 선수로 기용한다. 백호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 하나, 리바운드다. 백호는 미숙한 실력에도 팀이 승리하고, 본인이 돋보여서 소연이에게 잘 보일 생각으로 리바운드만 맹연습을 한다. 고교 농구 토너먼트를 거치며 스스로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그럴수록 백호는 한 시합에 하나의 기술씩 맹연습을 통해 성장한다. 리바운드, 레이업, 그리고 슛. 태웅이는 중학교 때부터 완성형에 가까운 세련된 선수라면, 백호는 기본기는 부족하고 운동 신경만 좋은 투박한 선수다. 그렇지만 토너먼트가 점차 진행될수록 백호는 기술을 하나씩 장착해가며 농구 선수다워진다. 



「슬램덩크」의 강백호, 「나루토」의 나루토, 「원피스」의 루피는 모두 뭔가 허술한 만화 주인공이다. 반면, 같은 만화에 등장하는 라이벌인 서태웅, 사스케, 그리고 에이스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재능이 엄청나고 기술적으로도 훌륭하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라이벌을 이기기 위해 초기에는 한 기술만 맹연습을 한다. 강백호의 리바운드, 나루토의 나선환, 그리고 루피의 고무고무 시리즈. 라이벌들의 기술이나 생김새로만 보면 주인공은 확실히 언더독(under dog)에 가깝다. 그렇지만 독자들은 그 언더독의 성장기를 지켜보고 응원한다. 플롯과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 이 세 만화는 유사하다. 우연일까. 혹은 세계 정세에 있어 강대국이 되고자 했던 일본의 야심이 녹아 있는 것은 아닐까. 만화는 만화로 봤을 때 가장 재밌는 법. 이런 해석에 진지해지지는 말자.


'왼손은 거들 뿐', 우리는 그 장면에서 울컥한다.


 ‘허당’ 주인공과 ‘재능충’ 라이벌의 플롯을 보면서 우리는 누군가의 편에 서기 마련이다. 혹자는 서태웅을, 또 다른 이는 강백호에 감정 이입을 한다. 태웅의 입장에서 만화를 보는 사람들은 화려한 기술과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어서, 또는 그런 게 부러운 것일 수도. 백호의 성장기를 보며 흐뭇해 하는 이들은 ‘노오오오력하면 할 수 있어’ 패러다임의 신봉자일까. 개인적으로는 살짝 실패한 비운의 캐릭터인 정대만도 좋다. 당신의 ‘최애 캐릭터’는 누구인가.



앞으로 세 달 동안 브런치에서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활동하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에 대한 리뷰를 쓸 예정입니다. 추천해주실 작품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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