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세번째 이야기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내용을 다룹니다.
시간은 우주 관련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에서도 서로 우주에 간 쿠퍼와 지구에 남은 머피가 책장 너머 다른 시간대에 속해 있으면서도 소통을 한다. 시간이 우주 장르물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는 아마 작가도 지구에 속한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지의 우주로 떠난 이들은 설렘, 호기심, 또는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지구를 떠난다. 떠난 이들이 있다면 남겨진 이들도 있는 법이다.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떠난 사람들의 안녕과 무사 귀환을 염원한다. 이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서로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만 간다. 하지만 모두에게 시간은 멈출 수 없이 흐르기만 한다. 영겁의 우주적 시간 속에서 인간의 시간은 초라할 정도로 짧다.
Netflix Original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시간과 인간에 관한 영화다. 우주는 사실 이를 그리기 위한 연출 장치일 뿐이다. 영화는 피난 행렬로 시작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의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북극에 남아있던 사람들도 마지막 구조 헬기를 타고 다들 떠나간다. 한 여자는 그런 인류의 마지막 피난 속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애타게 찾는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그 아이는 먼저 헬기를 타고 떠났으니 걱정 말라고 한다. 모두가 떠나는 와중에도 암 말기 환자 오거스틴 박사는 바르보 천문대에 남는다. 지구의 대안 행성을 찾아 우주로 떠난 에테르 호와의 통신을 위해서다. 지구에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없는 현재,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가진 에테르 호와 통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거스틴 박사 뿐이다. 그래서 그는 홀로 남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연구소에 숨어 있던 말 못하는 꼬마 아이리스를 찾는다. 그렇게 그들의 지구에서의 마지막 생존기는 시작된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우주와 지구, 과거와 현재, 서로 다른 두 개의 공간과 시간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오거스틴 박사와 아이리스가 남아 있는 지구의 북극권과 대안 행성 K-23을 찾고 지구로 귀환하는 에테르 호의 장면이 계속 전환되며 그려진다. 대기 조건의 악화로 에테르 호와의 통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거스틴 박사와 K-23의 발견과 연인을 만나 핑크빛 미래를 상상하던 그의 과거 회상 장면도 영화 중간중간 그려진다. 물리적 이유로 서로 다른 시공간은 소통이 어렵다. 지구의 오거스틴 박사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에테르 호에 지구의 상황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또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오거스틴 박사는 과거의 자신과 소통하려고 한다. 그가 우주의 에테르 호에게, 그리고 과거의 자신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보다 큰 것을 보면 겸허해진다. 영겁의 세월 속에서 인간의 시간은 보잘것없어 보인다. 우주에 갔다 온 사람들은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보고 돌아와 환경 운동가로 활동하기도 한다.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변하기 때문에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을 찾는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서로 다른 시공간의 소통을 그린다. 멀리 떨어져 있고, 시간을 거슬러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많은 것을 전달할 수는 없다. 저 너머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단 몇 초, 오거스틴 박사도 변하지 않는 인간과 지구의 가치를 에테르 호에게 전달한다. 남겨진 이들이 떠난 이들에게, 현재가 과거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 이 영화는 우리에게도 그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