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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Sep 16. 2020

새우버거에 관하여

여덟번째 이야기

새우버거 말고 불갈비버거





부모님은 나와 내 동생을 롯데리아에 자주 데려가셨다. 나는 당시 카운터보다 작았다. 부모님은 항상 계산을 못하는 우리 대신 새우버거를 주문하셨다. 우린 군말 없이 그냥 먹었다. 한 5, 6년쯤 지났을 때, 난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나 사실 새우버거 안 좋아해.”



“몰랐어. 난 너희가 새우버거 좋아하는 줄 알았지.”



“나 불갈비버거 좋아해.”



새우버거뿐만 아니다. 내 방에 있는 침대, 의자, 책상 모두 내가 고른 적이 없다. 그저 부모님이 사주시는 대로 받아들였다. 내 취향과는 달랐다.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다.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는가.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한다고 얘기할 수 있나요.



햇살 드는 창가에 친구와 앉아 마시는 커피를 좋아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을, 옅게 낀 안개를, 샤프와 종이가 만날 때 나는 소리를, 그리고 작업하면서 듣는 노래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하는 것이 바뀌기도 한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인지하고, 가까이 두고 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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